하루 종일 비가 온다. 물론 지금도…. 남들은 비가 오면 수채화를 그리는 모양이지만, 워낙 그림이라곤 어릴 때 이부자리에 세계지도 그리는 재주 외에는 젬병이다. 그래서 나는 수채화를 그릴 줄 모른다.

농사꾼, 가을걷이가 끝나는 무렵의 농사꾼에게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기도 무료한 날이기도 하다. 왠지 그 무료함에서 일탈을 하고 싶다. 어제 북한산 산행을 잘못해서 온 몸이 천근이고 삭신이 쑤시지만 그래도 내일을 위해 좀 움직여야겠다.

마누라는 요즘 워낙 바쁜지 이곳에 와서 잠만 자고 가기 바쁜 모양이다. 일주일 내 먹어야 할 밑반찬이 요즘 부실하다. 살기 위해선 직접 만들 수밖에 없다.

그래! 며칠 전에 사 둔 콩나물도 아직 그대로 있고, 얼마 전 만들었던 동치미 짠지도 다 먹었지….오늘은 그 거나 무쳐야겠다.

콩나물 깨끗이 씻아 삶고…

대파, 쪽파, 마늘 등..

고추가루, 소금, 설탕, (참기름, 깨소금, 잣도 있었는데 사진을 함께 못 찍었다)

고추가루, 소금, 설탕, (참기름, 깨소금, 잣도 있었는데 사진을 함께 못 찍었다)

조물조물 버무리면 콩나물 무침이 된다.

김치 냉장고엔 작년 담근 동치미가 아직도 많다. 잘 안 먹는다. 그래서….역시 무침을 해 볼까 한다. 잘 게 썰어…

콩나물 무침과 같은 재료(여긴 설탕 큰 술로 세 술 정도…)를 역시 조물그려 만든 동치미 무침이다.

근데 잣이 너무 많이 들어 간 것 같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 아니라 견물생욕(見物生慾)인가 보다. 이 것들 막 마치고 나니 슬그머니 배가 고파지려고 한다. 즉 식욕이 돋는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배추 국 생각이 난다. 그래서 밭으로 갔다.

아! 찾았다 이 놈이 유독 벌레를 많이 먹었다. 김치용으로는 퇴짜다.

배추를 정리한 뒤 손으로 뚝뚝 잘라 된장을 채에 거르고 양념을 넣고 끓이면…그대로 배추 된장국.

좀 전 식사 마치고 설거지 다 하고 컴 앞에 앉았다. 이젠 가을 빗소리를 들으며 오수나 즐겨야 겠다.

그리고 맑은 정신으로 어제 산에서 죽다 산 얘기를 올려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