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을(아! 이젠 하루가 지났으니 그젠가?)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고 몸서리가 쳐지고 오금이 저려 온다. 나이 70줄에 새삼 그런 모험을 하다니? 난 아직도 객기 부리기 좋아하는 철부지가 틀림없다. 나 보다 더 나이든 어르신들이 모험을 즐기는 뉴스를 가끔 접하지만, 그러나 나는 결코 모험을 하려든 게 아니고 다만 연장된 산길을 걷고 싶었을 뿐인데…..아우~! 끔찍해!! 지금도 그제 일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지고 온몸으로 전율을 일으킨다.
아무튼 숨을 헐떡이며 비봉 방향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는 비봉을 향했다. 20여 분 숨을 헐떡이니 과연 사모바위가 먼저 나를 맞는다. 사모바위도 오르고 발아래 승가사의 지붕도 바라보고… 그리고 펼쳐지는 한양시내도 내려다보며 비봉을 배알하고 내려가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웬 청년(나 보단 훨씬 젊어 보이니…)이 저만큼에서 사모바위 쪽을 향하여 올라오기에 그를 기다렸다. 그리고‘이 청년은 과연 어느 쪽으로 갈까?’궁금해지는 것이었다.
눈 앞에 나타난 사모바위
정면에서 바라 본 사모바위의 위용
사모바위 발 아래로 승가사가 손바닥 만하게 펼쳐있다. 이 때만 해도 행복했다.
사실 사모바위에서 바라본즉 보현봉이 손끝에 닿을 듯 우뚝 서 있고 그 옆으로는 문수봉이 나란하다. 다음 서울 집 올 때는 일부러라도 꼭 대남문을 통하여 문수봉에 올라야지…!! 의욕이 샘솟는다. 그런데 아까부터의 비봉 쪽으로 향할 줄 알았던 청년이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옴마! 저곳으로 가면 어딩게라? 갑자기 궁금증이 생긴다. 사실 비봉을 오르는 것도 만만치 않아 그 청년이 가면 따라가 협조 좀 구하려고 했는데 엉뚱한(?)방향으로 발길을 돌리는 청년을 보고 호기심이 생기며 급히 그를 뒤 쫓아 보니 이정표가 나온다. ‘대남문 문수봉’표지가 있다.
대남문은 대남문 대로 문수봉은 또 문수봉 대로 그 방향을 통해 따로 오른 경험이(힐링 차)있었지만, 이 산정(?)에서 그곳으로 통하는 길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옳거니! 내 이 길을 통하여 북한산을 오르내리는 새로운 지평을 열리니….음! 대단한 발상과 목적을 세운 것이다.
모르는 길 처음 가는 길…. 청년을 놓칠 것 같아 배 냇 힘을 다해 그를 따라나섰다. 나름 거리를 두고 따랐는데 앞서가던 그 청년 인기척을 느꼈는지 몇 차례인지 힐끔거리며 뒤돌아보다가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아마도 무서울 정도로 적적한 산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늙은이가 따라 붙는 게 신경 쓰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런 입장이라도 그랬을 것이다. 후회스럽다. 처음부터 인사를 당기고 협조를 구했더라면…하는 후회가 샘솟는다. 지금 큰소리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간 그 옛날 산 도적이‘게 섰거라! 보따리만 두고 가면 목숨은 살려 주겠다!’뭐, 이런 꼴이나 더 빠른 속보로 달아날 것 같아 그리 하지도 못하겠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그 청년이 눈 밖에서 사라지고 만 것이다.
청년만 사라진 게 아니다. 그를 따라가던 길마저 사라지고 만 것이다. 낭패다. 오던 길을 되돌아갈까? 생각했지만 이젠 오던 길도 아니 보인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이 일을 어쩐 다냐? 산중에서 길을 잃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 때마다‘등신들 나 있는 길을 따라가면 될 텐데…길을 잃다니’비꼬고 비아냥 거렸는데…. 영락없이 내가 등신이 됐다. 왈칵 두려움이 앞선다.
청년을 놓친 것은 통천문 같이 생긴 이 놈의 사진을 찍으며 호기를 부리다 그랬다.
저 놈의 문을 통과하고 보니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졌고 그 청년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름 머리를 쓴다고 혹시 낙엽이 덜 한(인파에 밟혀 길이 났음직한 맨땅)곳을 찾았으나 계절이 낙엽의 계절이 아니던가. 이젠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할 수밖에 없다. 어쩌냐? 어쩌지? 머릿속에는 의문부호만 널어 간다.
119에 전화를 해? 산중에서 길을 잃었으니 헬기를 급파하라고? 아이고! 아니 될 말. 그 땐 국민적 등신이 되어 조선일보에도 나고 채널18에서도 입방아 찔게 분명한데… 그 순간에도 자존심이 팍 끼어든다. 내가 북한산에서 죽으면 죽었지 그 짓은 못하겠다.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그렇게 시간여를 이 길로 저 길(사실 길이 아닌 곳)로 오르내리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었다.
그래! 어쩌면…??? 좀 전에 기다시피 내려온 바위를 다시 기어올라 이마에 손을 얹고 그 아래를 한참 주시하니 저~어 만큼에 가드레일이 드문드문 보인다. 오! 주여! 교회 끊은 지 30년 만에 주님을 찬양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과연,,,,,, 대도(大道)는 아니로되 진실로 구원을 얻고자 하는 자에게 길이 보인다. 진작 이럴 것을…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 수건 한 장이라도 안 가지고 온 게(사실 나는 산행 시 주방용 티슈(?)를 몇 장 들고 나온다. 그것으로 땀도 닦고 물에 빨아 쓰면 가볍고 좋다)또한 후회 된다. 손으로 연신 훔치며 길을 오르니….허걱!!! 세상에 90도로 깎아지른 암벽이 나타난다. 아!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고 괄약근이 저절로 조여 진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가 아닌 저 깎아지른 곳을 어찌 올라가라는 말인가? 낼이면 70인 노인에게 주님은 어찌 이런 시련을….. 기가 막힌다. 그렇게 깎아지른 곳을 쇠파이프를 박아 그것을 잡고 올라가란다. 지금까지 정신적 고통이었다면 이제부턴 육체적 고통을 강요한다.
보이는가? 암벽에 박힌 쇠파이프가? 이런 암벽과 쇠파이프를 잡고 올라야 하는 곳이
서너 군데 도 되는 것 같다. 하도 겁을 먹어 기억 조차도 하기 싫은….
순간 북한산 국립공원 관리소장과 그 아랫것들이 원망스럽다. 가끔‘북한산 등산객 사고’뭐, 이런 뉴스가 날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데레사
2016년 10월 26일 at 10:03 오전
산에서 객기 부리면 절대로 안됩니다요.
참내, 그래도 살아서 돌아온게 다행입니다.
ss8000
2016년 10월 26일 at 3:26 오후
옳으신 말씀입니다.
늙으막에 되도 않는 객기 부리다 객사할 뻔 했습니다.
이제부턴 조용히 살겠습니다.
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