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장모님 그 후(4부)

다짜고짜 나를 앉히더니“보내~!”, 의아한 내가“아~!? 뭘 보내요!?”라고하자 “저 늙은이 보내~!”라며 고모님(방에 계셨다.)쪽을 가리킨다. 그런데 문제는 당신의 귀 어두운 건 모르고 큰 소리를 내며 말 한 것을 고모님이 들으셨나 보다. 방안에 계시던 고모님이 나오시더니“올케! 그렇잖아도 갈 텐데,,, 뭘그러슈! 나 여기 있으래도 못 있겠어~!”라고 하는데 정작은 내가 몸 둘 바를 모르겠는 것이다.

그 전, 고모님이 오신 다음날 아침, 방은 따뜻했는지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았는지 문안인사를 드리러 갔었다. 마침 두 양반이 아침식사 중이다. 그런데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장모님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 있다. 한마디로 너무 좋다는 것이며 혼자 먹던 밥보다 옆에 누가 있으니 밥맛이 좋아 두 공기 째라며 오물오물 싱글벙글 희색이 만면이다. “아이고! 그리 좋으세요?”,“아무렴 좋고말고…히히히…” 장모님이 좋다니 나는 덩달아 더 좋다.

나는 사실 고모님이 처한 정보를 아내를 통하여 이미 듣고 있었기에 일방적이기는 하지만 고모님이 만약 오신다면 이곳에 머물게 하여 노후를 보내게 했으면 하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오시던 날 오후 마침 독대할 시간이 있어 나의 의사를 조용히 타진했다. 처음 뵙는데 외람되이 이런 말씀드린다고 오해는 마십시오. 라는 단서를 달고 지금 고모님의 처한 입장을 대충 들었습니다. 따라서 이곳에 내려 오셔서 장모님과 노후를 보내시는 건 어떻겠느냐? 고 말씀을 드렸을 때 고모님의 반응이 결코 싫지 않은 반응이었다. 더하여‘아유! 나도 이런 시골을 정말 좋아하지요!’라고 대답을 대신 했던 것인데.. 딱 하루를 함께 보내고 장모님이 싫증을 내시는 거다.

또 속으로 열불이 솟는다. 남은 기껏 당신 덜 외롭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머리에 쥐가 나도록 노력하는 줄은 모르고 단지 하루 만에 산골의 평화를 깨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요? 왜 보내야 하는데요?”악을 또 썼다. 이런 나의 질문에 장모님은 옆에 계시는 고모님을 의식 했는지“좀 있다가 얘기해…”라며 태연히 말을 끊는다.

사실 이미 예견 된 것이고 짜여 진 각본이었을 뿐이다. 두 분이 같은 장소에 함께 한다는 것은 성격상 안 될 것이라고 아내와 미리 주고받았던 부분이다. 고모님이 열흘 간 이곳에 계신다는 처형의 엉뚱한 발상을 받아들였을 때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했으나 냉정을 되찾고 내 나름 방법을 찾은 것은 당장의 불편함 보다는 밑그림을 크게 그려 아예 두 분의 여생을 함께 보낼 동반자를 만들면 어떨까? 그리하여 장모님의 외로움도 달래고 나 또한 장모님의 전횡(?)으로부터 해방이 되 보자는 심산이었던 것인데 초장부터 삐걱거리고 불협화음이 들려오는 것이다.

잠시 후 개별면담을 시작했다. 내가 주체가 된 것이 아니라 남아있는 고추(희나리)수확을 하고 있는 내게 고모님이 산책을 핑계로 다가오셨다. 고모님의 불평은‘도대체 밥을 먹을 수가 없다는 것(짜고 맵고 조미료를 몇 수저씩 넣고….따로 좀 해 먹으려면 주방 앞에 서 있지도 못하게 하고…),다음 잠을 잘 수가 없다고(낮잠 실컷 자고 한밤 중 잠 안 온다며 불을 켜고 딸그락 거리기…24시간 보든 안 보든 TV켜기 더욱이 귀가 안 들리는 관계로 조금 과장하면 대북확성기 버금가는….이 점은 내가 알고도 남음이 있는 사실이다.)하신다. 굳이 고모님이 표현 하지 않으시더라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장모님 타인에 대한 배려 심은 병아리 눈물만큼도 없는 성격을 왜 모를까? 한마디로 고모님의 불평이 없더라도 인간이 누려야할 가장 기본(초)적인 생활자체가 불가능 했던 것이다. 반하여 얼마 뒤 장모님은 고모님을 보내야할 이유가 고모님의 주장과는 한 치 안 틀리고 정반대 이다. 즉, 나도 힘들어 죽겠는데 왜 내가 밥을 해 먹여야 하나, 내 살림에 자기가 왜 손을 대? 바닥에서 자면 될 걸 꼭 침대로 올라와 불편하다는 식이다. 고모님의 풍채를 빗대어 하는 얘기다. 두 분의 불협화음에 산골의 평화는 쉽게 깨지고 말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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