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장모님께 KO패 당하다.

3남매가 고물고물 자랄 때 가끔씩 엉뚱한 짓을 하거나 말썽을 부릴 때 정말 무의미하게 툭 던진 말이 있었다.“꼬~옥 지 네 외할머니 닮아 가지고…”그리곤 마누라와 함께 웃곤 했던 것이다. 그냥 단순히 웃자고 한 얘기였다.

큰딸아이가 40을 갓 넘겼고 다른 두 남매가 30대 중후반이니 그 우스개(?)가 족히 30여 년 전부터 시작된 것일 게다. 게시판 몇 곳에‘산골일기: 장모님’편을 한참 쓰 내려 갈 때였다. 오래 되지 않는 당시는 정말 장모님 때문에 속을 썩이고 골치가 아팠다.

그랬던 어느 날 마누라가“자기는 참 선견지명이 있는 것 같아…”, “…… 그건 또 왜?”, “왜 애들 어릴 때 툭 하면‘꼭 지 네 외할머니 닮아 가지고…’노래처럼 불렀잖아?” 마누라의 말이 떨어지고 둘은 킬킬 거렸던 것이다. 지난날 나의 생뚱맞은 그 말이 아무리 웃자고 하는 얘기였지만 친정엄마를 두고 희화했을 때 여느 아내들 같으면 성질이라도 냈음 직 한데 마누라 그저 웃고 말지요 하는 식이었다면, 나 모르는 친정엄마에 대한 결코 좋지 않은 기억 또는 추억 같은 게 마음속에 내재 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산골일기: 장모님 편을 쓰 내려가면서도 정말 우리 장모님이지만 이해가 안가고 너무 하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인데 어쨌든 우여곡절을 거치며 장모님에 대한 편견을 내가 버리고 입장을 이해해 주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나름 득도(得道)의 경지까지 올라 이젠 장모님과 사이는 동서 데탕트 이상으로 화해무드가 조성이 되었고 그렇게 산골엔 평화가 깃들었던 것이다.

장모님은 그 사이 삼겹살도 사 주시고 곰국도 끓여 주시고 암튼 내가 좋아하거나 말거나 먹거나 말거나 자꾸 사위를 위해 공을 들이신다. 그 뿐만이 아니다. 고추밭에 매달려 있는 고추를 나 보다 훨씬 많이 수확도 해 주시는 바람에 너무 행복에 겨워‘사람이 안 하던 짓 하면…’하는 식으로 장모님의 안위가 걱정되기까지 했었고, 그게 자랑스러워 나는 마누라와 처남들 그리고 처제에게 일부러 전화를 하여‘내가 이제 장모님 다루는(?)는 법을 알았으니 조금도 걱정 말고 각자의 생업이나 열심 하시라.’는 격려내지 생색 전화까지 일일이 해 주었다.

물위의 고니나 오리가 그냥 떠 있는 게 아니라며? 물밑으로는 열심히 발을 놀려 물장구를 쳐야만 떠 있다던데? 고기도 사 주시고 곰국도 끓여 주시고 고추 수확도 나 보다 더 해 주시고…내 얼굴만 보면 방실방실 첨 만난 수줍은 아가씨처럼 웃어주시던 우리 장모님.

어제 그제는 서울 집에 볼일이 있어 상경을 했었다. 저녁 어스름 한 시각 손 전화벨이 울린다. “네에~!”,“오병규씬가요?”,“네~ 그렇습니다마는…”,“아! 여기 강서경찰서입니다.” 아이쿠~!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요즘 정국이 난장판이라 정국을 빗댄 썰을 좀 풀었더니 문재인이나 종북/ 빨궤이가 무슨 고소 고발을 했나? 조금 놀라기도 성질나기도 해서“아~ 그런데요?”라며 톤을 높였다.“저~! 혹시 김xx 할머니를 아세요?”, 옴마! 우리 장모님이 어째 강서경찰서에 명단이 올랐을까? 우리 장모님 나 몰래 애국 적 일을 하시거나 우국(憂國)적 글을 올리시다 역시 발.갱이들에게… 아닌데? 장모님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할매가 아니시던가.

그 이후에 벌어진 일은 지금도 형언하고 표현하기 싫어 생략하기로 하고, 문제는 지난 시간 알고 봤더니 내가 평화로움을 만끽하던 그 시각에도 작은처남과 처제에게 하루에 수십 번도 더 전화를 해서‘나 서울로 가겠다. 내 돈 내놔라!’를 외쳐 된 것은 물론이고(지난 추석 이곳에 인사 온 작은처남의 아들인 손자의 전화번호 좀 달라기에 무심코 주었다는…)손자에게도 하루 종일 전화를 해서 ‘니 애비가 내 돈 띄어 먹고 안 준다’며 전화를 해 댔다는 것이다.

그 때 옆에 있는 마누라에게‘세상에 이런! 흉악하고 요망한 할망구!’라며 성질을 막 부렸다. 내가 평화롭다며 자랑스럽게 전화를 했을 때 마누라는‘며칠 못 갈 껄???’하며 빈정거리기까지 했지만 나는‘아냐! 이번엔 확실해!’라고 자랑을 했는데…. 처남과 처제는 또 속으로 어땠을까? 지들은 저희 엄마 속속들이 알고 있었으며 왜 내겐 말하지 않았단 말인가?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이 미치자 장모라는 할망구 꼴도 보기 싫다. 이 산골에서 버스를 네 번 갈아타고 작은 아들 집 근처 강서경찰서로 택시를 타고 가셨단다. 물론 차비는 작은 아들이 와서 내 주고…치매? 조조나 사마의 보다 더 치밀한 간계를 꾸민 것이다. 그리고 게임을 하려면 정정당당하게 해야지 앞에선 웃는 낯으로…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친단 말이야? 어쨌든 이번 싸움은 장모님에게 완패를 당했다. 그것도 KO패로….

 

 

덧붙임,

오늘 오전 중 장모님을 모시고 큰처남이 내려온단다.

장모님의 저 흉악한 흉계를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고심 중이다.

 

좋은 방법이 있으신 분은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11월 10일 at 12:31 오후

    혹시 돈 떼먹었다고 고소한거에요?
    경찰서는 왜 가셨대요?

    • ss8000

      2016년 11월 10일 at 3:46 오후

      집을 모르니 경찰서로 가서 아들내미 전화번호 주고
      불러 들인 거죠. 우선 집으로 가자니까 경찰서 바닥에 들어누워
      내 돈 내 놓기 전엔 못간다고 생떼를 써더랍니다.

      경찰도 기가 막혀 할매더러 빨리 나가시라고
      소리를 치고 업무방해로 유치장 집어 넣겠다니까
      겨우 따라 나오더랍니다. 자세한 얘기는 내일 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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