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아이들 김장은 마쳤지만 시간상 내가 먹을 김장은 담그지 못했다. 비닐하우스에 별도로 배추를 심은 게 있어 그것으로 김장을 할 계획이었다. 포기 수는 50-60포기 되지만 실제 알이 찬 놈은 약30포기.
30포기로 반을 나누어 장모님 그리고 나. 나머지는 알이 덜 찼지만 그것으로 채울 심산이었는데, 서울 작은 아들집에 생떼를 쓰고 아무 효과도 없이 쫓겨 내려오신 장모님 내게도 항복 선언을 하신 후 아니 보인다. 한참을 찾아 헤맨 즉 비닐하우스에서 배추를 정리하고 계신 모양이다. 다듬고 이미 손 구루마로 옮기시고….
그런데 한 없이 자꾸 챙기시기에 왠지 좀 거시기한 느낌이 들어“엄니! 제 꺼도 김장 안 담궜는데…요.”, 나를 물끄러미 바라 보시더만“엊그제 잔뜩 했자녀!?”,“그거 전부 애들 꺼라 다 갖고 올라갔는데..요.”그런데 들은 척도 않고 자꾸 챙기시기에 리어카를 가져와 거들며“제 꺼도 좀 남기세요!”부탁을 했건만 못 들은 척 하시며 계속 싣는다.
이미 절이기 위해 안 쪽으로 옮겼지만 아직도 잔뜩한 장모님 배추.
사정 사정하여 얻은 내 몫의 배추.
하도 약이 올라 요거는 몰래 뚱쳐 가지고 올라 온 거다.
배추국도 끓고 고갱이 쌈도 좀 먹으려고….
숭(흉)악한 우리 장모님 옆 모습. 허리는 새우들처럼 휘었지만 힘이 장사다. .
은근짜로 부아가 치민다. 여름 내내 물주고 비료주고 키워 놨는데…. 생각해서 반은 드리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걸 독차지 하려고 하시니 부아가 치미는 것이다. 저쪽 구석에 찌질한 거 10포기 정도??? 그걸 가리키며“엄니! 저건 앙돼요~!!! 저도 좀 먹읍시다!!”, “그래! 그럼 그려!”큰 인심을 쓰신다. 우리 속담에‘배주고 배속 빌어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딱 그 짝이다.
내가 직접 지은 농작물은 제대로 먹어 보지도 못하고 거의 몽땅 숭악한 장모님께 다 빼앗겼다. 우리 장모님 도대체 제게 왜 그라시능규? 지가 장모님께 뭘 그리 잘못했능규? 워째서 나만 가꼬 그러신데유? 지가 그렇게 만만해유? 한마디로 환장 하거쓔! 그래도 어쩌겠슈??? 그렇지만 미치겠슈!!!!!
그래서 난 내일 충주 청과물 시장에서 실한 배추 열 단을 사러 가기로 작정했다. 이게 뭔 팔자 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