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토론마당 세상만사 코너에 에세이 란이 있다. 나는 그곳에‘산골일기: 장모님 그리고 처남 놈’이라는 썰을 장편으로 불과 얼마 전까지 풀어 왔다.
대충 요약하면, 장모님은 슬하에 2남3녀 5남매를 두셨다. 장모님은 젊은 시절부터 자식들 특히 며느리들을 어지간히 무시하는 것을 차치하고 학대(시집살이)를 했다.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라 내 눈으로 목격을 했고 지금도 며느리들과 사돈네 집안을 두고‘대가리에 똥 밖에 안 찬…’식으로 모욕을 주고 있다.
문제는 연세가 들어갈수록 그 도가 넘친다는 것이다. 자연 두 며느리 아니 자식들에게 버림을 받고 오갈 데가 없어진 것이다. 딸 셋이 있지만 그 또한 젊은 시절의 어머니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탓인지 장모님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해 오는 처지다.
이제야 하는 얘기다. 이런저런 사연이 있기는 하지만 “돌아가시고 난 다음 후회하지 마라!”라며 반대하는 아내를 설득하고 내가 장모님을 모시고 산 지 1년 남짓하다. 사실 장모님은 중증은 아니지만 치매에 걸리셨다. 어느 날은 날아갈 듯 기분이 좋지만 또 어느 날은 사람을 불쾌하게 하거나 성가시게 하신다. 이럴 때마다 나도 사람인지라 기분이 언짢다.
그런데 1년여를 모셨지만 슬하의 자식 놈들이나 딸년들이 땡전 한 푼 보태지 않는다. 뭐,,, 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굳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서는 아니지만, 자식 된 도리로 제 어미가 다른 곳 그것도 내가 모시고 산다면 자주 방문하지 않더라도 특별한(어버이날, 생신 등..)날은 대가리 들이밀고 인사라도 해야 하는데 아예 소식도 없다.
생색을 내자는 건 아니다. 장모님의 치매가 심한 날은 정말 성질이 난다. 둘 다 손위 처남 이지만‘이런! 개 새 끼들! 니들이 인간이냐?’하며 전화를 하여 호통을 친다. 그리고 너희들 그 따위로 행동하면 당장 너희들 집으로 장모님을 모셔가겠다고 하면‘어마뜨거라!’ 불이 나캐 달려오고…5남매를 집합시켜 장모님의 앞날에 대해 토론을 몇 차례 해 봤지만 또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얼마 전엔 제법 잘 사는 작은 처남에게 월10만 원만 보내달라고 했다가 개망신을 당하고 얼굴을 붉힌 적도 있었다. 물론 나 역시 돈이 아쉬워 그런 부탁을 한 것은 아니고 다만 부모 봉양에 동참을 하자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었는데…..(그런 사연을 이곳에 썰로 풀었더니 어떤 미친 종부기는 나를 두고 패륜아라며 개 짖듯 하는 놈도 있었다.)
지난여름부터 집안 사정으로 아내와는 주말부부가 됐다. 아내가 이곳에 함께 할 때는 장모님의 치매놀이는 1차 여과되어 내게로 왔지만 주말부부 이후로 그 모든 것들이 오롯하게 내 몫이 되어 버린 것이다. 솔직하게 장모님을 이곳으로 모신 게 실망스럽고 후회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나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고 더더욱 감정의 기복이 남다르게 심한 놈인데…..
작은 처남에게 돈10만원 때문에 개망신을 당한 며칠 후 나의 유일한 비장의 무기‘너희들 그 따위로 행동하면 당장…’하는 식으로 호통을 친 후 5남매를 소집하여 마지막 장모님에 대한 토론을 했다. 그러나 여전히 5남매(아내를 포함하여)는 다른 방법 없다며 양로원 또는 요양원으로 모시자는 것이었다.
과연 이 방법밖에 없을까? 장모님이 아주 정신 줄을 놓은 것도 아니고 가끔 엉뚱한 짓을 하시긴 하지만 정상일 때가 더 많은데 그런 양반을 양로원이나 요양원으로 보내는 게 옳은 일인가?
최종 결론은 5남매의 악머구리 떼 같은 반대를 무릅쓰고‘너희들이 안 모셔도 좋으니 내가 모시겠다. 나는 어떤 경우에라도 장모님을 그런 곳으로 보낼 수는 없다’라는 주장을 했고 비록 장모님의 치매놀이 같은 파행이 닥치더라도 장모님을 모시겠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어떻게 아직은 정신이 멀쩡한 양반을 인신구속 비슷한 곳으로 보 낼 수 있단 말인가?
현임 대통령이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어떤 정권이든 저질러온‘게이트고 사태고 파행’이다. 유독 현임 대통령의 정권이 저지른 일은 아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언론도 전문가도 특히 빨. 갱. 이들이 마치 제 세상 만나 것처럼 날뛰고 있다. 마치 제 어미를 어떤 시설로 보내 인신구속을 시키자는 5남매처럼.
나는 이일로 아내와 심한 부부싸움까지 했다.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고서야 어찌 치매 걸린 장모님을 모셨겠는가? 가끔 장모님의 치매놀이에 불만 터트린 게 그렇게 고깝더냐? 라고 시작한 부부싸움을 몇 차례 했다. 그렇지만 나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절대, 결단코 아니 대가리에‘결사반대’라는 뻘건 띠를 두르고라도 장모님을 이곳에 모실 것이다. 진실로….
100만이니 200만이니 개수작을 부리고 있다. 또 한 구석엔 대통령의 지지도가 4%로라며 짖고 있다. 나는 그 숫자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어떤 경우에라도 장모님을 모시겠다는 내 마음 같은 것이라고…..
덧붙임,
10민원 보태라고 한 나에게 무안을 준 작은처남 새 끼
15만원으로 올려서 매달 보내기로 약속했다.
만약 한 달이라도 빠지면 장모님을 1달 모시는 것으로
계약(?)을 했다. 드~응신 같은 늠. 10만원 아끼려다…..
20만원으로 하려다가 마음이 약해 그만…..
대통령을 탄핵 하느니 퇴진 시키느니 하지만
니들 자칫 우리 작은처남 색히꼴 날까 몹시 저어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