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바빴다. 농한기라고는 하지만 산골엔 눈을 조금만 돌려 보아도 온통 할 일이다. 매일 탁상일기에 깨알 같은 메모를 해가며 할 일을 정해 보지만 땅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얼마 전에 담근 깍두기 맛을 본 마누라는 애들 갖다 주자며 상경 길 차량에 무조건 싣는다. 그 참… 안 된다고 할 수도 없고… 더구나 본인 먹자는 게 아니라 애들을 앞세우니 어쩌겠나. 아무튼 그렇게 빼앗기 듯 한 깍두기를 오늘 다시 만들었다.
깍두기 만드는 방법(?)은 이미 지난번 밝혔고….다만 이번엔 깍뚝을 길쭉하게 썰었다.
분명한 건 지난번 보다 훨씬 맛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기왕 깍두기를 만들기로 작정하고 나니 얼마 전부터 별러 오던 무말랭이도 이참에 만들어 보기로 했다.
월 전 김장할 때 아예 무말랭이를 넉넉히 말려 두었다. 오늘은 그 중 3분의 1 정도만 깨끗이 씻고 준비 했다.
기억을 더듬어 본 즉,, 마누라가 썼던 재료들을 준비해 봤다. 특히 찹쌀 풀(죽)을 준비했다.
빨간 비닐 것은 고추가루다.
파와 시래기. 시래기는 약간의 시간의 두고 불렸다. 연후에 적당히 썰어 넣었다.
왼쪽 것은 마늘 다진 것, 오른쪽 통은 생강 다져 놓은 것.
불린 찹쌀을 믹서기에 넣고 간 다음 미음처럼 죽(풀)을 쑤었다. 반은 말랭이에 넣고 나머지는 깍두기에….
무말랭이용 양념은 맛을 봐가며 간을 맞추었다. 달착지근 하기도… 간이 내 입에 딱 맞는다.^^
간을 맞춘 연후에 깨끗이 씻어 불린 무말랭이를 넣고 막… 버무리는 거야.
통 속에 얌전히 담긴 무말랭이. 무말랭이 끄~읕!!! 이번 주말 마누라 오면 놀래켜 주어야쥐…^^
내가 만드는 모든 반찬(?)들은 특별한 레시피가 있는 건 아니다. 마누라가 어떤 반찬이나 음식을 만들 때 우연히 눈여겨 본 걸 따라해 보는 정도다. 언젠가 밝혔지만… 이건 순전히 홀로 남았을 때를 대비한 나만의 생존전략의 일원이다. 또 다른 이유를 찾자면‘삼식이’소리 듣지 않기 위한 나만의 노력이기도 하고.
무엇이든 준비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린다. 깍두기와 무말랭이를 만들기 위해선 우선 양념꺼리부터 먼저 준비해야 한다. 파도 다듬고, 비닐하우스에 걸려 있는 무청말린 시래기도 준비해야 하고… 그래서 오늘은 많이 바빴다. 그리고 무엇보다 끊임 없이 아내에게 사랑 받을 일을 만드는 것도 행복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