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하루 종일 눈이 오더군요. 12냥짜리 인생은 아니지만 눈. 비가 오면 딱히 할 일도 없고, 방구석에 처박혀 이런저런 공상을 하다가 주먹셈을 해 보니까 지난 달 저희 부부 결혼41주 년이 지나갔습니다. 그것 참! 벌써40년을 넘게 지금의 마누라와 살았다니….놀랍기도 대견하기도 합니다. 결혼 40년을 넘게 보내며 저희 부부사이에 특별히 기념 될 만한 행사(?)따위를 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결혼기념일 자체도 아리까리한 판에 정말 어쩌다 그 날짜가 기억이 나면 웃기는 짬뽕이나 더 웃기는 짜장면으로 때우기도, 그래도 기분이 좀 나는 날은 갈비 몇 대와 소주 몇 잔 마시고 자랑스럽게 이빨을 쑤시는 정도였죠. 그 기에 비하면 요즘 양반들이야 해해연연 무슨 기념식이다 뭐다 하면서 요란(?)을 뜹니다마는 어떨 땐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그런 것을 챙길 여유가 없었고 더 이상을 바라는 건 분에 넘치는 호사라고 생각했던 게 솔직한 표현입니다.
3남매를 낳고 그렇게 살아오면서 티격태격 닭싸움 같은 국지전도 하고, 과격한 감정의 격랑이 일 때는 날이 새는 대로 당장 찢어질 듯 전면전으로 치닫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잦은 혼전(混戰)을 거듭하면서도 우리 둘 사이가 불공대천의 원수로 돌아 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파(世波)를 헤쳐나가는 굳건한 전우로 승화 되더라 이겁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야 인생의 참맛을 알겠더군요. 그래서 앞으로 얼마나 더 함께 살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금혼식만큼은 성대히 하고 싶습니다. 진짜하고 싶은 얘기를 빼놓고 너무 장황하게 씨잘데기 없는 소리를 했습니다.^^*
그렇게 지지고 볶고 그것도 모자라 데치고 삶으며41년을 살아오는 동안 이상하게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TV에 연속극을 보면 어떤 장면에서 부부가 잠자리에 들 때 이불을 따로 덮고 자는 장면이 자주 보이더군요. 그래서 저는‘저거 새빨간 거짓말이다. 어떻게 부부가 이불을 따로 덮고 자느냐, 저럴 순 없는 것이다.’라고 생각했고 혹시19세미만 아이들이 볼까봐 의도적으로 그렇게 연출하는 것으로 굳게 믿었습니다. 그렇게 혼전과 난전을 거듭하면서도 등을 돌리고 자본 적은 있어도 이불을 따로 덮은 적이 없거든요. 어쨌든 저로서는 그런 장면이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어느 날 느낌이 이상해서 조용히 둘러보니 상상도 안 되든 일이 벌어지고 만 겁니다.
언제부터인가 저희부부가 이불을 따로 덮고 지내더라 이겁니다 .정확한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아주 오래된 것 같기도, 20여 년 전 같기도 한 정말 부지불식 간 자연스럽게‘한 침대 두 이불’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때서야 가끔씩TV에 연속극에 나오는 장면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이쯤 되면 우리 부부사이에 어떤 중대한 이상이 생겼거나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전혀 그런 문제점들은 없답니다. 오히려 지난 날 혼전을 거듭하며 새록새록 쌓인 전우애와 동지애가 극대화되어 소위 금슬이 더 좋아졌습니다. 어떤 땐‘마누라 없으면 어찌 살꼬?’하는 괜한 걱정까지 한다니까요. 사실 말로는 표현 않지만 저는 마누라를 정말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런 얘기는 어떨까요? 거짓말 아닙니다. 큰 재산은 없지만 모든 부동산이 아내의 명의로 되어있습니다. 저를 좀 안다는 어떤 놈은 이런 저를 두고 모든 재산을 마누라 앞으로 한 것은 탈세를 하기 위해 했다는 군요. 그런데 제 마누라는 성실 납세자로 표창까지 받았습니다. 제가 마누라 앞으로 모든 재산의 명의를 한 것은 일종의 보상차원 이었습니다. 한 때 마누라 속을 어지간히도 썩인 적이 있었습니다. 혼전과 난전을 벌인 원인 중의 하나 이기도 했구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랑하는 제 아내를 너무 울렸던 것입니다. 그때 크게 후회했습니다. 그리곤 아내에게 잘 하겠다고 맹세(강요가 아닌 자발적)를 했답니다.
그 맹세의 일환으로 제가 차고 있던 곳간의 열쇠를(모든 수입)마누라의 허리에 채워 주었습니다. 비록 명심보감이나 동몽선습에는 안 나오지만 옛 선인들 틀린 말씀 아니 하십니다.“집안 살림 여자한테 맡기는 집치고 망하는 집 없다.‘라는 말씀 말입니다. 솔직히 그 전에는’콩나물 값, 시금치 값, 아이들 학용품 등등….‘을 당연히 주어야할 생활비를 짜증을 내면서 이 호주머니 저 호주머니에서 집히는 대로 방바닥에 집어 던지다시피 동냥 주듯 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제대로 관리가 되고 모였던가? 아니었습니다. 늘 뭔가 모자라고 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곳간 열쇠를 아내가 맡고 부턴 사정이 확 바뀌더군요. 굳은 땅에 물고이듯 자꾸 고여 나가고 공든 탑 쌓듯 자꾸 쌓아내는 겁니다. 마누라에게 맡기길 잘했습니다. 그런 사정도 모르고 어떤 개자스기 탈세를 위한 꼼수라고 엉뚱한 주둥이를 놀리더라 이겁니다. 마누라 명의로 되면 세금 안 냅니까?
그러나 어쨌든 마누라는 저의 조강지처입니다. 제가 마누라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그런 것이 가능했을까요? 반대로 조강지처가 지아비를 배신하고 곳간열쇠를 쥐고 튈까요? 부부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신뢰가 굳건한 부부일수록 행복한 가정이고 가화만사성 하는 것입니다. 아직도 자신이 직접 곳간 열쇠를 관리하시는 분이 계시면 어부인을 신뢰하고 과감히 열쇠를 맡겨 보십시오. 귀하께서는 성공하는 삶을 사실 수 있습니다. 결코 실패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 일단 한 번 해 보시라니깐요~~!!!^^*
데레사
2016년 12월 29일 at 8:36 오전
집안 경제는 여자가 가지는게 여러모로 좋습니다.
아무래도 남자들 보다는 여자가 더 규모있게 살림을
하더든요.
참 잘 하셨습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돈을 맡긴다고 해서 절대로 허투루
쓰질 않거든요.
ss8000
2016년 12월 29일 at 10:05 오전
낭비벽을 가진 아주 특수한 여자를 빼고 99%는
여자가 살림을 맡는 게 정상입니다.
어릴 적부터 그 소리 많이 들었는데…
사실 저희 선친은 정말 가부장 적인데다
경제권까지 쥐고 어머니께 호령 했었습니다.
제가 우리 아버지 안 닮은 게 천만 다행이지요? ㅋㅋ…
Manon
2016년 12월 29일 at 9:56 오전
100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요.
ss8000
2016년 12월 29일 at 10:02 오전
공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비사벌
2016년 12월 29일 at 4:37 오후
오선생님 저하고 나이도 같고 결혼한해도 같네요.
나는 젊었을때 마누라 말을 전혀 안들었습니다.
지나보니 오선생님말씀이 백번 옳아요.
올해도 다 갔습니다. 가족모두 건강하세요
ss8000
2016년 12월 29일 at 6:15 오후
아! 그러시군요.
동갑끼리 언제 박주라도 한 잔 나누어야 할까 봅니다.
ㅎㅎㅎ…
젊은 시절 그런 객기 안 부린 사람 어디있겠습니까.
그러는 게 멋으로 알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리석게도…
그러나 그런 생각에서 언제 어떻게 탈출 하느냐가 중요한 관건 아닐는지요? ㅎㅎ….
선생님께서도 건강에 유념 하십시오.
오늘 날씨가 많이 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