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곳 회원님께서 명주에 대한 감칠맛 나는 해설을 주셨기에 감동을 받은 나머지 나 역시 명주에 대한 얘기(썰)을 한 번 해 보려 한다. 그분의 해설은 주당(酒黨) 급을 넘어 주선(酒仙)의 경지에 오른 분 같았다. 그 분의 해설대로면, 맛도 못 본 그 날 그 술(죠지 킹 5세)은 황홀하기까지 했다.
솔직히 난 양주 맛을 잘 모르겠다. 과거 보따리장사를 할 때 접대를 해야 할 때도 또 그 반대로 받을 때도 이런저런 주점(酒店)을 섭렵하며 양주도 많이 마셨지만 단 한 번도 비싼 양주가 아닌 싸구려 또는 국산 양주였기 때문에 그 맛이 그 맛이었다. 즉, 맛을 음미하기보다 적당이 취하는 게 그 목적이었다.
좀 다른 얘기지만, IMF를 맞으며 많은 이들이 그 당시 퇴출되고 망하고 재기불능이고….그런데 내 경우는 그때 그런 것이 지나갔나?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뭐, 그렇다고 imf를 이용해서 돈 벌이를 한 게 아니고 그럴수록 더 열나게 뛴 결과다. 중국에 상주하며 한국에 나오거나 해외 출장 시 양주를 부지런히 사 날랐다. 언젠가는 은퇴 후 친. 지인들과 멋들어지게 잔을 나누리라는 생각에.
그런데 그런 가운데라도 친. 지인과 대작할 기회가 있었지만 제법 값이 나가는 것들은 내 놓지 못했던 것을 고백한다. 그래서 그들이 오면 늘‘죠니워카 블랙 4.5L’를 꺼내어 마음대로 마시게 했었다.
죠니워커 블랙4.5l의 위용. 지금은 저 병이 사진에 보이는 것 밖에 없지만 근 20병 가까이 사 들였었다.
그러든 어느 날 정확하게 2005년 설날 위암수술을 받고 난 후부터 양주는 고사하고 술 자체를 마실 수 없었고 그 후 술 사 들이는 버릇은 없어졌다. 그런데 그 동안 모인 술을 어찌할 수 없어 아들놈 친구가 운영하는‘수입양주직매장’에 넘겼는데 그래도 아까운 몇 병(고가의)은 그냥 두었던 것이다. 그 것이 그날 주선님이 해설하신 종류의 술들이다.
바로 이 놈이다. Blue Label King George 5
20년 넘은 38년 산은 상자 조차 미개봉
요즘은 통 신경을 쓰지 않아 잘 몰랐는데 그날 그 분의 글에 댓글 달기를‘킹죠지 5세’를 두 병 보관 중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착각을 했다. 진열장을 살펴보니 그 놈을 두 병 보관 중인게 아니라 동급의 다른 술을 두 병 보관 중이다.
로얄 살루트 38년 산 이다.(위의 죠지 5세 옆의 것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상자도 개봉 않았다)
로얄 살루트 38년 산과 죠지5세의 가격은 동일하다.
왼쪽 옆으로 발렌타인 30년 산이다. 오른 쪽은 로얄 살루트 HUNDRED CASK다. 두 놈 역시 가격이 같다.
지금도 관상용(?)으로 보관 중인 각종 양주가 3-40병은 되지 싶다.
그런데 좀 아쉬운 점이 있다. 대부분 값 좀 나가는 술들을 IMF때 사 들였다. 당시 환율이 $/1800원 대였다. 기억하기로 King George5세와 로얄 살루트38년산 가격이$400이 조금 넘었었고, 발렌타인30년산과 로얄살루트 hundered cask는 $200으로 기억 된다. 요즘은 얼마나 나가는지 잘 모르겠지만 환율 계산으로 하면 거의 3분의1이 가격이 다운 된 것이다.
술 좋아하는 주당 주선들이야 가격의 고하를 막론하고 마셔 버리면 그만이지만, 나 같은 보따리장사치들은 심정적으로 손해가 크다. 이걸 더 오래 간수해야 할지 아니면…. 생각이 많다.
데레사
2017년 1월 5일 at 8:51 오전
술은 계속 간직하고 있어도 상하지는 않느지요?
술을 안 먹으니까 잘 몰라서 그게 궁금합니다. ㅎ
비싼 술은 사실 마셔버리기가 좀 아깝지요.
두고 보는 재미도 괜찮을것 같아요.
ss8000
2017년 1월 6일 at 5:34 오전
상하지는 않지만 어떤 건 증발(휘발)되기는 하던데요.
병 모가지까지 꽉 찼던 게 많이 줄어든 병이 있긴 있습니다.
어디선가 봣는데 무심코 처박아 둔 샴페인이나 포도주가
몇 백 년 흐른 후 한 잔에 수천 금 한다는…
저도 어떤 건 아이들에게 대대로 물려 주라고 유언 할 참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