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래의 난은 서기 1811년 순조11년에 일어났다. 당시 선천부사였던 김익순은 옆 고을 가산군수 정시와는 달리 난군의 위세에 놀라 칼 한 번 화살 한 대 날리지 않고 항복하고 말았다. 그로인해 난이 평정된 후 멸문지화를 당했다.
그런 가운데 용케 그의 손자 하나가 어미의 보호를 받고 탈출하여 강원도 영월 땅으로 이주하여 자랐다. 그의 이름을 김병연이라고 했다. 어릴 적부터 천성이 영리했던 김병연은 영월 관아에서 열린 백일장에서‘가산군수 정시를 찬양하고 선천부사 김익순을 규탄하라’는 시제가 나오자 김병연은 김익순이 자신의 조부인 줄도 모르고 “한 번은 고사하고 만 번 죽어 마땅하고 너의 치욕스러움을 역사에 유전하리.”라고 준엄하게 질타한 시로 장원 급제를 했다.
얼마 뒤 자신이 그렇게 질타한 김익순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조부라는 사실을 깨달은 김병연은 병연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세상이 부끄럽다며 삿갓을 쓰고 다니며 자신의 이름마저 삿갓을 의미하는‘립(笠)’으로 개명을 했다는 게 우리가 아는 방랑시인 김삿갓의 전설이다.
그가 삿갓을 쓴 데는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가 있다. 첫째 부끄러운 조상을 두었다는 자괴감 둘째 어쨌든 자신의 뿌리를 스스로 모독했다는 송구함. 어느 쪽이든 세상이 부끄러웠기 자신의 맨 얼굴을 들어내지 못하고 평생을 삿갓을 쓰고 방랑했다니 그래도 양심을 가진 선비임엔 틀림없다.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중심이 된 페이스북 계정인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이하 연세숲)에선 4일 오전 “2016년 연세대학교 최악의 동문상 후보를 발표합니다”라는 글이 올라 왔다. 이어 “옆 학교(서울대)에서 이번 사태를 맞아 부끄러운 동문상을 뽑는 걸 보고 영감을 얻었습니다. 과연 최악의 동문이라는 멍에를 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라고 썼다.
연대숲이 선정한 동문상 후보는 최경환(새누리당 의원ㆍ경제학과), 현기환(전 청와대 정무수석·행정학과), 나향욱(전 교육부 정책기획관·교육학과), 유영하(변호사ㆍ행정학과), 장시호(최순실씨의 조카ㆍ스포츠레저학과)로 총 5명이다.
이런 기사가 올라오기 며칠 전 서울대 학내 인터넷 커뮤니티(스누라이프)에서 이 달 8일까지 진행 중인 ‘부끄러운 동문상’ 설문조사에서 1위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연세대 학생들도 ‘최악의 동문’ 선발 작업에 나섰다는 기사가 있었다.
소위 SKY라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학교들이다. 이곳 출신은 학계. 재계. 정계 등 우리 사회전반 모든 영역을 총망라하여 자리한 우수인재들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대학교학생 들이 학업이나 학문으로 닦고 쌓아 지금까지 이어온 명문으로서의 자긍심은 간 데 없고, 언제부터인가 학문을 닦고 쌓아야할 학생의 본분은 버린 채 정치적 이슈에 천착하고 매몰되어 오히려 더럽고 지저분한 기성정치인보다 더 정치꾼다운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나 연세대의 학생들이 모교출신의 선배들 비행이나 비리에 공분을 사고 저런 행위를 벌이고 있겠지만, 정말 양심에 우러나는 짓이라면 학생증을 반납하고 자퇴를 하여 그 공분에 대한 죄를 씻는 게 옳은 길 아닐까? 그게 김병연의 양심적 행동에 대한 흉내가 될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너무 한심해 해 보는 소리다.
덧붙임,
요즘은 대학생(大學生)이 아니다.
학업이나 학생들과 무관한 데모를 뻑 하면 하기에
데모하는 학생. 그래서 데학생이라고 하는 것이다.
근데 어째 고려데는 아직 소식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