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과 소신공양(燒身供養)

김동리 선생의 단편 중에 등신불(等身佛)이라는 게 있다. 줄거리를 잠시 인용하면….

주인공은 일제강점기 말 학병으로 끌려가 북경을 거쳐 남경에 주둔해 있다가 목숨을 보존하기 위하여 탈출하여 어떤 절간에 머물며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써 구원을 청하고 결국 그 절에 머물다가 그곳에서 등신대(等身大:사람의 크기와 같은 크기)의 불상을 접하게 됨으로써 경악과 충격에 빠져든다. 이 등신불은 옛날 소신공양(燒身供養)으로 마침내 성불한 만적이란 스님의 타다 굳어진 몸에 그대로 금물을 입힌 특유한 내력의 불상이다. 만적은 어머니의 학대로 집을 나간 이복형을 찾아 나와 중이 되었는데, 어느 날 문둥이가 되어 있는 형을 만나게 된 뒤에 충격을 받아 소신공양(燒身供養)을 하게 된다.

머, 소설 줄거리를 얘기 하자는 게 아니다. 소설줄거리에 나오는 소신공양(燒身供養)을 얘기 하는 것이다. 소신공양이라 함은, 자신의 몸을 불살라 부처에게 공양하는 것을 이름이다. 묘법연화경에 약왕보살이 향유를 몸에 바르고 신통력의 염원을 가지고 스스로 자기 몸을 불살랐다 는 데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100만 200만….천만이라고 설레발치던 촛불이 촛농만 남기고 사그라지는가? 했는데…어제 경복궁 인근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5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분신을 해 화상을 입고 의식불명인데 그 옆에는“‘박근혜는 내란 사범, 한일협정 매국질. 즉각 손 떼고 물러나라’, ‘일체 민중들이 행복한 그날까지 나의 발원은 끝이 없사오며 세세생생 보살도를 떠나지 않게 하옵소서’ ‘경찰은 내란 사범 박근혜를 체포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보아하니 어느 산골의 땡초나 소위 남자 불교도를 칭하는 맛이 간 처사 나부랭이가 아닌가 싶다. 어쩐지 조용타 했다. 평화적 시위니 민주적 시위로는 효과가 크게 없었나 보지? 몇 천 명이 부리는 난동에도 꼭 한두 놈의 열사(烈士)나 애국지사가 태나는 나라에서 천만 명의 난동에 열사가 없으면 섭섭하지 않을까?

온 몸을 태워 열반을 하셨으니 그야말로 성불이 되셨고, 더불어 온 몸을 태워 구국의 대열에 섰으니 애국지사 보다는 조계종에 부탁하여 좋은 법명이나 지어주고 고승반열에 올리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이 나라 불교계에 또 한 분의 고승이 탄생 하셨도다.

그나저나 월남패망 직전 소신공양(燒身供養)으로 성불한 고승들이 많았는데… 어쩌면 우리 상황이 그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게 섬뜩하다. 그래서 해보는 소리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