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보름 명일을 쇠러 온 마누라가 작년 콩 농사지은 밭을 함께 시찰하다가‘이럴 거면 뭣 하러 농사짓느냐’고 짜증을 동반한 지청구를 한다. 주말부부가 되어 오랜만에 내려왔으면 혼자 사는 모습을 안쓰러워하거나 어여삐 봐 줄 생각은 않고…성질만 내니..참 기분 더러워서…생각 같아선 확 받아 버리고 싶지만 나이70줄에…. 어쩔 수없이 마누라의 지청구를 온몸으로 독박을 쓰고 말았다.
산골생활 7년차에 접어들었다. 처음 이곳에 올 때는 그저 텃밭이나 가꾸며 한가하게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목적이었으나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흐를수록 욕심 아닌 욕심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그러나 그런 허망한 욕심이 가끔은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있다.
이곳에 온 다음해이든가? 그 전해 고구마 값이 어찌나 비싼지(며느리와 둘째 딸아이가 고구마를 무척 좋아한다.)사 먹기가 불편하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들 그리고 온 식구에게 실컷 먹도록 해야겠다고 500여 평이 넘는 밭(축사를 해체한 밭)에 몽땅 고구마를 심었는데, 심는 인건비. 재료(싹). 캐는 인건비 기타 등등…2백 50-60만원 어치가 들어갔는데 수확을 해 본 즉 50-60만원(농사를 지을 줄 모르니..)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그 수고를 하지 않고 2백 수십만 원의 고구마를 사 먹었더라면 1년 치 양식이 되지 않았을까? 작년에도 마찬가지다. 역시 고구마농사에 참패를 했던 그 밭에 콩을 심었는데 결국 한 톨도 건지지 못하고 잡초만 무성하다. 이 봄에 어찌해야할지 고민이 많다.(마누라 지청구가 이해는 간다. 그래서 참을 수밖에 없었고….)
사실 어찌 보면 작년 콩 농사의 실패는 순전히 마누라 탓이다. 농사꾼들에게 회자되는 전설(?)같은 얘기가 있다. ‘논농사는 남정네 몫이고, 밭농사는 아낙네 몫이다.’라는 말이 있다. 생각해 보면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닌 듯하다. 의학적이나 인체구조학적으로 아는 바가 전무하지만 현실적으로나 결과론 적으로 농촌의 아낙들은 밭을 매거나 수확을 할 때보면 장시간 쪼그려 앉아 있지만 남정네들은 아낙들의 반에 반도 못 미칠 정도로 그런 동작이나 작업을 못한다.(혹시 나만 그런가???)
그런 전설 때문인지 우리 집도 역시 매년 어떤 농작물의 파종이나 모종을 하고난 뒤 마누라가 밭으로 먼저 나가지 않으면 도대체 일 하기가 싫고 마누라의 잔소리와 지청구 속에 그나마 농사를 지어왔던 것이다. 그런데 작년엔 콩 씨를 파종한 뒤 얼마지 않아 집안 사정으로 마누라가 서울 집으로 가고 주말에만 내려오는 주말부부가 되었는데, 그 후 콩밭 매는 아낙네가 없어지고 콩밭을 돌보지 않은 결과 잡초만 무성한 초원으로 변했으니 이 점은 순전히 마누라 탓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면‘콩밭 매는 아낙네야~!’하는 노래가사가 달리 나온 게 아닌 것이다.
아무튼 그래도 7년차의 농사꾼이 깨달은 철학이 하나 있다. 밭농사를 지으며 남정네들이 아낙들 반에 반도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조물주의 심오한 역작이 명백하다는 사실적 철학.
가만히 보면 밭농사는 주로 앉아서 하는 것이 많다. 태초에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고 생명을 불어 넣으실 적에, 생리현상 특히 작은 볼 일 볼 때 선천적으로 아낙들을 쪼그려 앉게 만드는 것은 원시사회가 농경사회로 전환하며 여성은 밭일을 하고 남성은 그래도 들로 산으로 다니며 사냥을 주업으로 하라고 명한 것이다. 따라서 여성은 태어나 자라면서 수천수만의 반복적 행동으로 쪼그려 앉아도 무리가 따르지 않는 것으로 체계화 된 것이다. 이는 첫 번째 이유고 구실이 될 것이다.
두 번째 남정네들은 자손 또는 후손을 퍼트려야 하는 책임이나 의무가 있다. 따라서 모든 수컷은 허리가 강해야 하는 것이다. 강해야 한다는 것은 역시 그만큼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나 의무가 동반 되어야 한다. 태초 조물주가 아담 어르신께 이르기를‘허리에 무리를 주면 옳지 않은 행동’으로 아예 조금만 쪼그려 앉아도 허리에 통증이 오도록 만드신 게 틀림없다.
이런 정당한 사유가 있어 농사를 못 지은 것이지 내가 뭐…뺀질거리며 농사를 안 지었나? 마누라는 왜 괜히 나만 갖고 그래….쩝…. ㅠㅠㅠ..
덧붙임,
혹시 이 썰을 보고 귀촌이나 귀농을 하지 않으려는
아낙네가 계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너무 고민 하지 마시기 바란다.
농사가 이젠 과학이다. 즉, 농사도 기계화 되고
여러 모로 변모를 하여 여성의 쪼그림 보다 과학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지난날 재래식 부엌이
입식 개량주방으로 변모한 것으로 생각하면 간단하다.
주저 말고 귀농 귀촌을 하자!!!! 아자!!!
데레사
2017년 2월 16일 at 9:08 오전
농사일이 쉽지는 않을거에요.
그간 애쓰신 덕분으로 이제는 완전 농부가 되셨지요?
별걸 다 수확하고, 작년에는 고추까지 상품화 하셨잖아요?
아자! 아자! 해 드릴께요.
ss8000
2017년 2월 16일 at 12:24 오후
그럼요.
이젠 농사꾼이라고 해도 됩니다.
6년의 시행착오에서 배운 게 많습니다.
이젠 고등작물을 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격려와 응원 감사합니다. 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