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의 지엄하신 명을 받들자 차에 오르신 장모님,“정육점으로 가세!(이곳에서 20여k떨어진 도축장을 두고 하는 얘기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모시고 간다.)”기왕 정육점 얘기가 나왔으니… 면소재지에도 정육점이 농협을 비롯하여 5-6군데 된다. 모모한 고기 좀 사오라고 해서 면소재지 정육점에서 사다 드리면‘이거 정육점(장모님의 정육점은 위에 언급한 도축장을 두고…)고기 아닌데…’라며 정확히 구분한다. 그럴 때마다 신기하고 놀라운 게 아니라 짜증이 난다.

쌀도 마찬가지다. 일반 마트에서 산 쌀은 맛이 없다며 절대 안 드신다. 꼭, 반드시 여주. 이천의 특정한, 값이 두 배는 가까이 비싼 경기미…

<<뭐요? 짜슥! 쪼잔하게 90늙은이가 쌀을 먹으면 얼마나 먹느냐고요?>> 그게 또 그렇다. 매일 밥을 넘치도록 짓는다. 그리고 저녁 드시고 남는 3분의2가 더 되는 남은 밥은 개 두 마리와 고양이 몫이다. 그것도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사골국물에 말아서. 나는 쌀20k(4만원 미만짜리..)를 사면 세달 가까이 간다. 그러나 장모님은 그 비싼 쌀이 1달이 못 간다. 내 얘기는 젊은 시절부터 쪼들린 살림에도 낭비벽이 심하셨다. 그걸 큰딸인 처형x이 그대로 답습해서 지금도 명품 아니면 안 걸치는 x이다. 한 달에 쌀 한 포대를 드실 정도로 많은 양의 밥을(물론 다 잡숫는 것은 아니지만…)하시며 자신은 밥을 통 못 드시겠다며 하루에 베지밀 거의 열 개 청심원 세 병, 가스활명수 3병, 쌍화탕3병, 판피린 3병(암튼 끼니마다…)보통 사람 같으면 살아 있는 그 자체가 신기하지만 오히려 약으로 장수를 누리시는 것 같다.

며칠 전 봄바람도 살살 부는 듯하여 집안 이곳저곳 살피다 아래 채(장모님 숙소)뒤 쪽으로 돌아서는데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자세히 살펴본 즉 김장김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냄새도 냄새려니와 역정이 확 올라온다. 지난 김장철 배추욕심이 나셔서 있는 대로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배추농사를 짓고도 배추가 모자라 배추30포기를 이웃에 사서 김장을 했는데… 그리 욕심을 부리시더만 겨우…솔직히 역정이 난만큼 소리를 질렀다.“그리 욕심을 내시더니 저 아까운 김치를 왜 버렸어요~!!?? 그리고 기왕 버리실 거면 밭에라도 버리셔야지 뒤에 저렇게 쌓아 놓으면 어쩌자는 겁니까? 이제 봄 되면 파리 끼고…”그런데 우리 장모님 그 사이 내 말을 자르신다.“내가 뭔 힘이 있어 그걸 밭에까지 가져가..”“……(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더 이상 항의나 역정을 내는 건 무의미하고 아니면 내가 이미 미쳐있기 때문일 것이다.

에에이~! cx~! 듣는 사람 없건만 육두를 입안으로 씹으며 그 자리를 피 할 수밖에.(어디 배추 뿐일까? 그 많은 양념을 욕심 부리셨으니….파 다듬어 주신다기에 한 아름 맡겼더니 다 다듬곤 이거 내가 먹을게…이빨이 없어 잡숫지도 못하는 파김치 담아서 퍼다 버리며…땀흘려지은 고추농사는… 등등..) 기왕 한 가지 더…. 겨우내 싱싱한 무를 먹기 위해서 네 상자(사과)를 부직포에 잘 싸고 덮어서 보관을 했다. 언젠가는 무국을 좀 끓여 먹을까? 하고 보관 장소인 비닐하우스로 가 보니 몇 겹을 두껍게 감싸다시피 한 농업용 부직포가 살짝 덮여 있기에 아차 싶어 벗겨 보니 그 실한 무 수십 개가 다 얼고 물컹물컹 동상이 걸려있다. 이런 상황이 전개 될 때 아무리 들어 줄 상대가 없더라도 혼자 투덜거리고 성질 좀 낸다고 날 나쁜 놈으로 몰아세운다면, 난 오늘이라도 개 새끼만도 못한 처가식솔(처남 놈들)을 대신하여 우리 장모님 고려장을 하든가 장모님 모시고 제주도 효도여행 갈 것이다.

몇 달 전 닭 세 마리와 돼지 뼈 좀(아! 우리 장모님 매 끼니 고기(하다못해 사골 국이라도…) 없으면 식사 못 하신다.)사오라기에 사다 드렸더니‘실컷 잡수시고 그거 국산이 아니라 맛이 없어 못 먹겠다…’며 버리라는 거였다. 내가 고기를 먹을 줄 알면 나라도 먹겠지만… 그예 그걸 살구나무 거름으로 주고 말았다.

아무튼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는 사이 장모님이 원하는 정육점(도축장: 이곳에는 별도의 산매점이 따로 있다.)에 도착하자 우리 장모님“돼지족발 있지요?”있다는 대답을 듣자“열 마리만 줘요!”란다. 나는 처음 그 열 마리의 뜻이 돼지 족발10 개를 의미 하는 줄 알고 무심 했었다. 그런데 도축장 판매사원“한 마리 네 개를 말씀 하시는 거지요?”도축을 다루는 종업원도 헷갈린 모양이다. 우리 장모님 왈“돼지 한 마리에 발이 몇 개요?”그러자 종업원“앞뒤 다리 두 개씩 네 개 지요”그러자 장모님 그 말을 받아“맞아요! 그거 열 마리 분을 달라는 거요!”나는 그 순간 깜짝 놀라“아니!? 정신 나가셨어요!? 족발40개를 뭣하시게요? 족발 장사 하시렵니까?”볼멘 소리 억장 무너지는 소리가 합쳐져 장모님을 향해 마구 난사 된다. 그런나 역시 우리 장모님 내공이 연세만큼 깊으시다.

씨~익 한 번 웃으며 내 등등 토닥토닥 두드리며“사우! 걱정 말어! 내가 다 쓸데가 있으니…”더 이상 나는 할 말이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된다. 절대 우리 장모님 고집을 껐을 수도 꺾어서도 안 된다. 돼지 족발의 앞다리가 훨씬 짧다는 사실을 난 그날 깊이 통찰했고 남은 여생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돼지 족발 40개는 큰 포대로 세 포대 된다는 사실 한 포대의 무게가 좋게 10k로는 넘을 것 같다는 생각 그 네 포대를 차에 실으며 속으로cx 육두를 열 번도 넘게 뇌까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쯤으로 끝났으면 이번 썰을 더 이상 풀 일도 없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