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악취 속의 싹을 틔우자!!!

산골이 분주하다. 보름 전인지 열흘 전인지 아니면 사나흘 전인지 확실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시나브로 분주해 졌다. 겨우내 들리지 않던 경운기며 트랙터의 참고 참았던 갈증 맺힌 용솟음 같은 굉음이 천등산 골짜기에 메아리친다.

거의 일주일을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매년 맞으라는 독감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음에도 5-6년 감기 한 번 오지 않았기에 금년도 무사할 줄 알았는데 방심한 탓인가 보다. 감기라는 이름의 모든 감기가 한꺼번에 전신을 두들긴다. 기침. 가래. 오한. 두통. 고열…아무튼 밥 먹고 ,약 먹고, 자고 깨고, 컴 앞에 또…. 하루 1만보 걷기 운동을 그 기간 동안 하지 못했다. 몸은 까부라지고 이러단 안 되겠다 싶어 온몸을 싸매고 길을 나섰던 게 어제의 일이다.

일주일간 비몽사몽 헤매는 가운데 기계음을 들은 것 같은데 산골의 논밭엔 벌써 주민들의 농사 준비가 한창이다. 노인회장님은 유박(금비종류)을 한참 뿌리고 그 아래 장씨네는 벌써 경운기로 바닥을 뒤집고, 저만큼 안골의 영술네도 시비(施肥)를 하는 것 같고 또 어떤 밭엔 퇴비가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다들 시기를 맞추어 농사준비를 하는데 꼼짝없이 드러누웠다고 생각하니 초보농사꾼의 마음이 급해 질 수밖에.

한바퀴(1만보 남짓)돌아와 몸은 만근이지만 급히 농사꾼 모드로 전환시키고 뒤질 새라 겨우내 창고에 방치하다시피 했던 화물차의 배터리를 연결하고 시동을 걸어 보니 우렁찬 시동소리가 들린다. 급한 대로 유기퇴비 150포(20k)와 유박50포(20k)를 문전옥답 그리고 윗 밭에 고루고루 분배하는 작업을 했다.

숫자로 150포 50포 하니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총량4톤이다. 20k무게의 비료포대200포대를 혼자서 차에 싣고 다시 밭에 고루고루 분배(시비를 하기 위해 적당한 간격으로…)한다는 것은 결코 생색이 아니라, 뭐라도 한 번 시작하면 무아지경으로 끝장을 보는 내 성격이니 할 수 있는 것이다. 뭐 그렇다고 힘자랑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70노인이 힘을 쓰면 얼마나 쓸까.

이즈음의 산골은 온통 코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난다. 바로 유기물 퇴비를 시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유기퇴비라는 게 가축들의 오물 특히 돼지의 그것을 숙성시켜 만든 것이라 정말 지독한 악취가 난다. 얼마나 악취가 심하면 농촌출신의, 일인지하 만인지상 전직 총리님 코를 자극하여 민원까지 올라갔고, 그 양반의 콧속을 안정시키기 위해 관할 시청공무원이 출동하여 총리님의 민원을 해결한 적도 있었을 만치 그 냄새는 악평(?)이 나 있다.

처음 한두 해는 악취를 피해 서울 집으로 일주일 정도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으나 어차피 산골에 정착하려면 악취와 친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참는다. 그러나 솔직한 표현으로 그 냄새가 그윽한 향내일 수는 없는 것이고 친숙하기는커녕 여전히 악취는 악취로 남아 있지만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통 3-4일이면 좀 줄어들고 일주일이면 일부러 가까이 가서 맡지 않는다면 거의 증발하고 만다. 다만 문제는 시비하는 날짜가 농가마다 다르니 그 악취가 길게는 한 달씩도 간다.

어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학대(?)하며 그 작업을 한 것은….순전히 내 성격 탓이다. 나는 무슨 국제경기가 열릴 때 치열한 공방전을 잘 못 본다. 심장이 떨려서. 그래서 결과만 보기를 좋아한다. 이기면 환호하고 지면 흥분을 덜 하고 아무튼 심장 떨리는 치열한 공방전을 피해 다른 일 또는 짓을 하는 것이다.

어제 대통령 탄핵 기각이냐 인용이냐의 결과가 11시 좌우해서 발표 한다는 보도를 보았다. 국제경기는 아니지만 탄핵이 되도 안 돼도 그 자리를 지켜볼 만큼 내 심장이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들어와 tv켜니 TV꼭대기에“헌재 대통령 파면”이라는 자막이 보인다. 더 들을 것도 더 볼 것도 알아야 할 것도 없다. “파면” 두 글자면 사태파악이 충분한 것이고 그 나머지는 호사가 또는 패널들의 입방아 찧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 이 순간 자음모음을 조합하여 썰을 만드는 과정에도 악취가 심하다. 유기퇴비를 보관하는 동안 눈비가 오고 퇴비포대의 숨구멍으로 눈 빗물이 들어가 질척거리는 것을 면장갑 하나에 의지하고 200포를 들었다 놨다 옮겼으니 악취가 피부 속으로 파고들었나 보다. 수세미로 피가 나도록 문지르고 스킨에 로션 그리고 아끼는 샤넬 향수를 몇 방울 비벼보았지만 그 때뿐 더하여 며칠 전 깎은 짧은 손톱을 다시 깎아 보아도 여전히 냄새가 난다.

대통령의 파면으로 사람이 죽어 나간단다. 중상자도 생긴단다. 결과를 못 받아들이겠다고 난리를 치는 분들도 계시는 모양이다. 그러는 한편 저희들이 무슨 경기에 이긴 것처럼 환호작약 길길이 날뛰며 이미 파면으로도 충분한 대통령을 당장 구속수사 하라며 또 다른 난동을 부리는 역도(逆徒)들이 있는 모양이다.

이번 국정농단이라는 사태가 누군가는 패배의 슬픔에서 목숨을 끊어야 하고 또 어떤 부류는 세상을 얻은 것처럼 기뻐 날뛰어야 하는가? 일개인의 아픔이기 전 이 나라의 아픔을 두고 저토록 날뛰어야 하는가? 이번 사태는 승자나 패자가 있는 게 아니다. 국민 모두의 아픔으로 남아 차분히 뒷수습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전체가 악취에 싸여있다. 탄핵반대도 지지도… 너무 흥분들 하지말자. 이겨도 승부가 끝난 것이 아니고 졌어도 승부의 끝은 이제부터다. 악취는 3-4일 정도면 어느 정도 일주일 정도면 일부러 악취를 찾아다니지 않는 한없어진다.

악취가 나지만 그 악취 밑에 새로운 싹은 돋는다. 진정한 보수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 악취 속에서 싹 틔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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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손에서 나는 악취에….아유~! 아요~! 근육통에…. 그러나 어쩌겠나? 그래도 진정한 민주花의 싹이  나도록 노력해야지….

1 Comment

  1. 데레사

    2017년 3월 11일 at 11:52 오전

    이제는 모두 자중하고 다음 대통령 선택에
    매달려야 할것 같습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인듯 날뛰는 사람에게는
    표 주지 말아야죠.
    어디에든 한줄기 빛은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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