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략)
캐나다 여러 곳의(이번 여행은 워싱턴D.C를 시작으로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토론토, 오타와, 몬트리얼, 퀘백 시를 돌아보는 여행이었다)여행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미국여행을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미국 내에서 타국(정확히 얘기하면 미국과 국경을 맞댄 나라는 멕시코와 캐나다뿐이다.)의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미국의 국경을 넘어갈 때는 크게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캐나다나 멕시코 여행을 마치고 다시 육로를 통해 미국으로 입국할 때는 출국할 때 보다 긴장해야 한다. 그만큼 미국이라는 나라를 동경하는 밀입국자가 많은 탓일 것이다.
그러나 단체 여행객들은 많은 혜택은 아니더라도 여행사에서 주관하여 출입국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간편하게 출입을 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 그럼에 그들의(특히 가이드)안내와 지시만 제대로 따르면 크게 어려울 것도 당황할 것도 없다. 여행사들의 가이드들은 수백 수천 차례 국경을 넘나들며 수단과 방법을 숙지하여 여행객들에게 그 요령을 간단히 알려주는 것 또한 그들의 업이자 임무인 것이다.
몬트리얼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미국으로 귀환하기 위해 관광버스는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미국. 캐나다 국경이 가까워오자 우리의 가이드님께서 예의 마이크를 잡고 차내 방송을 시작한다. 조금만 더 가면 국경이고 국경을 통과 할 때 주의할 것들을 안내한다. 그리고 안내의 마지막에, 미국의 출입국관리가 모두에게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 관광객에게‘언제 가느냐? 즉 미국여행을 마치고 언제 떠나느냐?’를 물어 온다는 것이다. 그럴 때는 여러 소리 하지 말고“투. 마. 로. 우”라는 말만 하라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또박또박“투. 마. 로. 우”라는 단어를 되짚어 상기시키기 까지 하는 것이었다.
안내에 따라 버스에서 내린 우리 일행이 출입국사무실에 들어서자 권위(출입국관리들의 권위는 대통령이상으로 국경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권위를 부여 한단다.)가 마치 방금 세탁소에서 가져온 양복바지만큼 빳빳하게 선 얼굴들을 하고 있다.(사실 캐나다 국경을 넘어갈 때 캐나다 관리들은 실실 농담도 쪼개며 10년 지기처럼 부드러웠었다.)그리고 그들은 우리 여행객들을 4열종대로 서라며 딱딱한 얼굴로 권위를 세운다.
내 생애 약40개 나라의 국경을 넘나들며 느낀 점이지만, 지은 죄 없이 긴장하는 곳이 타국의 국경을 넘어 들어가는 입경 절차다. 물론 상대적으로 그 나라의 관리들은 혹시라도 범죄를 저지르거나 옳지 못한 일을 저지른 범인이 불법을 저지르고 도망쳐 오는 것은 아닌지 살필 의무와 권리가 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괜히 불안하고 그런 가운데 관리들의 행동이 괜히 권위적이라거나 건방지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기왕 얘기 나온 김에….우리의 인천공항이 10년 넘게 세계최우수공항으로 선정되는 것은 첫째 출입국과정의 간소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공항은 세계 어떤 공항보다 출입국이 간편하고 빠르다. 물론 그만큼 관리들의 친절도와 속도도 자랑할 수 있을 만큼. 둘째 우리처럼 수화물처리능력이 빠른 타국의 공항을 보지 못했다.
사실 들릴 때마다 느끼지만 미국만큼 느린 나라도 없을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절대 서두는 법이 없다. 느릿느릿 굼벵이보다 더 느리다. ‘빨리빨리’라는 관습에 젖은 대한민국 사람의 유전인자를 배태한 내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느려 터졌다. 때론 911사태의 후유증일 것이라는 단서를 붙여주며 이해를 하려 해도 그 느려터짐의 강도가 너무 자심하다. 느림의 미학(?)을 얘기 할 때 우리는 중국인들의‘만만디’를 거론 하지만 미국인의 느림보 미학은 중국인마저도 족탈불급일 것이다. 심지어 인터넷을 가장 먼저 도입한 국가의 인터넷 속도마저 느릿느릿 황소걸음이다.
어쨌든 우리 여행객들을 4열종대로 세우며 권위도 세운 출입국관리들 앞에 한 사람씩 여권을 내밀며 입국심사를 받기 시작했다. 다른 줄에 있던 아내가 걱정(?)이 되어 내 앞에 세웠고 드디어 아내 차례다. 아내는 다소곳하게 여권을 관리(여자)에게 내밀었다. 아내의 여권을 유심히 살피던 관리가 아내에게 뭔가를 묻는다. 나 보다 더 영어를 못하는 아내는 입을 떼지 못하고 굳어 있다. 그런 아내를 보며 답답한 나머지 내가 대신 답했다. 큰소리로“투. 마. 로. 우!”그런데 의외다. 멀리 떨어져 대답하는 나를 힐끗 쳐다봄과 동시에 그녀는 다시 아내에게 질문을 한다. 재수 옴 붙었지 하필이면 영어를 못하는 아내에게….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또 더 큰 소리로“투. 마. 로. 우”라고 대신 정확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럼에도 국경의 관리는 이번엔 나와 아내를 번갈아 훑으며 의아해 한다.
바로 그때“he is means, return to korea tomorrow”라는 유창한 대답을 내 대신 해주는 분이 계셨다. 그 유창하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관리는 아내에게 여권을 돌려주며‘좋은 하루’되라며 인사까지 하는 것이었지만, 그 당시 상황을 다시 복기하면…..국경의 관리가 아내에게 질문한 것은“when are you leaving”이 아니라. “where are you going”이었던 것이다. 그런 것을 계속“투. 마. 로. 우”라고 대답을 했으니 째려 볼 수밖에. 그게 또 그랬다. 여행객의 대다수가 미국 교민이시거나 아니면 서부(LA를 포함한..)에서 오신 분들이라 영어가 능숙했는데, 재수 없게 영어도 할 줄 모르는 아내가 걸린 것은 아내가 10년짜리 정식 비자를 지니고 있었던 탓이다.(하략)
2014년 5월 초의 어느 날.
덧붙임,
이상의 얘기는 다음 얘기와 연결하기 위한 에피소드 입니다.^^*
김수남
2017년 3월 18일 at 11:15 오후
아,네,이번에 다녀 가신 캐나다 소식인 줄 알고 읽어 내려왔는데 2014년 5월이셨군요.실감나게 국경에서의 이야기를 쓰셔서 곁에서 뵙는 듯 합니다.나이아가라는 토론토 다운타운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거리여서 한국서 가족이나 친구들이 오면 기본 코스로 함께 가다보니 저는 이웃 집 가듯이 많이 가보았습니다.캐나다에 따님이 사신다니 반갑습니다.벤쿠버랑 시차도 3시간이나 나는 먼거리지만 같은 캐나다라는 것이 늘 한울타리란 느낌으로 가깝게 느껴집니다.항상 건강하셔서 자주자주 캐나다에 방문도 하실 수 있으시길 기도합니다.
ss8000
2017년 3월 19일 at 6:14 오전
작은 딸아이가 내년 쯤 동부의 쿠벡으로 이주를 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1년 반 그 이상은 제가 그 아이들이 안착(?)할 때까지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어야 할 듯 합니다.
기회가 있다면 나이아가라의 커피 점에서 아메리카노(저는 딴 건 못 마시겠습니다. ㅎㅎㅎ..)
한 잔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영광이겠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