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빠져 나오지 못했던 서울 장안을 1.4후퇴 때 돼서야 부모님 손잡고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서울에서 경북 상주. 지금이야 다른 이름의 고속도로가 4 개인가 상주를 관통하는 교통요지가 됐지만 그 때만 하더라도 서울-상주를 굽이굽이 천리 길이라고 엄살을 떨 만큼 오지였다. 그러구러 세월은 흘러 휴전이 되고 동족상잔의 전쟁에 참여했던 전사들이 하나둘 고향 앞으로 귀향하던 소위 쌍8년도에 오지의 초등학교를 입학한 것이다.
그때는 정말 왜 그리도 추웠는지 모른다. 1.4후퇴 때야 부모님 품속에서 피난을 하다시피 했으니 추위가 뭔지 별로 몰랐는데 한 살 두 살 나이가 먹을수록 추위라는 게 온 몸 깊숙한 곳으로 파고드는 것을 피부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놈의 추위가 지금 보다 훨씬 일찍 찾아오곤 했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매년 10월24일‘UN day(공휴일은 아니었지만 달력엔 빨갛게 칠 하여 중요한 국가적 기념식으로 했었다.)’라는 게 있었는데(지금도 어떤 달력은 체면치레 한다고‘유엔의 날’이라고 표시 하는 달력도 있다), 그날을 기리는 국가적 기념식이 항상 지켜졌었다. 그런데 그즈음이면 어김없이 그해의 첫추위가 몸속으로 파고드는 계절이다. 2학년 땐가 3학년 땐가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그날의 기념식이 우리 고유의 기념식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하필이면 그날 그 해의 첫 추위가 이미 며칠 째 와 있었던 것으로 기억 된다.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사사나무 떨 듯 떨 생각을 하니 앞이 아득했다. 결국 땡땡이를 치기로 작정하고 그날은 등굣길을 멀리멀리 느릿느릿 돌고 돌아 조회시간이 지난 후 1교시 중간쯤에 교실에 들어섰는데, 핏발 선 담임 선생님께 국가적 행사의 기념식 날 지각을 했다며 좌우로 싸다구를 십 수 차례 맞고 결국 수업에 참여도 못한 채 구석진 청소도구함 옆에 팔을 들고 그것도 걸상을 드는 중벌을 받아야 했다. 그날 이후 도대체 그놈의‘UN day’가 나와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불만을 품고 토해내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구러 세월이 또 흐르고 우리의 근대사와 625 그리고 그때 우리를 돕기 위해 참전했던 미국을 위시한 16개국 나아가 음양으로 도움을 주었던 기타의 UN회원국들의 활약상을 듣고 배운 뒤에야 그날이 얼마나 소중한 기념식인가를 알았을 땐, 피골이 상접한 때는 기억 못하고 배때기 약간 기름지면 어김없이 발동하는 엽전 특유의 후안무치하고 은혜를 모르는 족속들은 그들로부터 받은 은혜를 외면하며 기념식은 고사하고 달력마저도 망실신고를 해 버린 것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서해 수호의 날’이라는 게 있었던 모양이다. 즉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북한의 3대 서해 도발 희생자들을 기리고 국민적인 안보 결의를 다지기 위해 지난해 제정되었고 따라서 금년이 제2회로서 그 기념식이 지난24일 열렸던 모양이다. 이 기념식장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지도부는 참석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은 불참하며 두 당은“호남 경선 준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라는 변명을 널어놓았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예를 하나 들어 보자. 그 답을 해 달라거나 구하진 않겠다. 만약 그날이 518이었으면 어땠을까? 나는 지금 통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우리 군이 주적과 싸우다 죽고 다치고 또는 주적의 불의의 도발로 연평도를 유린했던 그런 날을 기린 것과 무기고를 습격하여 공권력에 대항하며 반란을 일으킨 역적 도당의 죽음 기리는 것과 어떤 것이 막중지대사일까? 아니 그 경중을 떠나 대통령에 얼마나 혈안이 되 있으면‘대통령 후보 경선’을 빙자하여 불참을 했다니 이게 진정한 나라이고 국민이며 그 나라와 국민을 위해 국정을 살피겠다는 대통령 후보란 말인가? 내게 고사총이 있다면 3대가 능지처참을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런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을 응징 하고 싶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 일은 또 있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공동으로 발의하며“사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철저히 방어적으로 운용되고 제3국을 겨냥하지 않을뿐더러 중국의 한국에 대한 보복과 협박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여야가 합심하여 중국의 만행을 규탄하고 나아가 우리를 위해 중국에 사드보복을 멈추라는 경고를 해 주고 있는데,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 24명은 이달 초 사드 배치 중단 결의안을 제출하며 그것도 중국이 아니라 우리 정부를 규탄하는 내용으로 사실상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참, 철이 없어도 보통 철이 없는 자들이 아니다. 초등생 2-3학년 정도의 수준으로 자신들에겐 백해무익이라고 생각한 기념식 따위가 있는 것은 고사하고 그날이 안 돌아 왔으면 매년 바라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365일 저 자들의 잔칫날 같은 518만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천하의 개망나니들.
박근혜 탄핵반대 태극물결 사이로 간간이 보이던 성조기를 두고 ‘성조기는 왜 꼽사리 끼느냐’며 비아냥거리던 종북 무리들이 있었다. 지금 대한민국을 누가 수호를 하고 있는가? 누가 더 이 형편무인지경의 개차반같은 나라를 수호하려는 의지가 있을까? 적으로부터의 위협을 국제경찰로서의 의무를 다 하겠다는 미국에 사사건건 반하는 주둥이를 놀리고 그것도 모자라 저희끼리 작당하여 기꺼이 북괴와 중공의 하수인이 되기를 자처하는 놈들이 있는 한, 성조기는 보다 높이 보다 힘차게 흔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