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무와 더불어 병서로 쌍벽을 이루는 전국시기 군사지도자 오기(吳起)가 남긴 유명한 일화가 있다. 총사령관인 오기는 출병하기 전 등에 종창이 난 병사의 상처를 입으로 빨아 치료해 주었다. 이 사실을 안 그 병사의 어미는 땅에 주저앉더니 대성통곡을 했다. 장수가 병사의 종기를 빨아줄 정도의 인물이라면 병사를 잘 돌봐주는 덕장일터인데 정반대의 반응을 보인 걸 이상하게 여긴 이웃사람이 까닭을 물어보았다.
어미의 입에선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지난번 전쟁 때 저 아이의 아비가 오 장군의 휘하에 있었는데, 그때도 장군이 상처를 입으로 빨아 치료해 주었소. 아비는 그 일에 감동하여 목숨을 아끼지 않고 선봉에서 싸우다 전사했소. 이제 저 아이의 등창을 또 오 장군이 입으로 빨아 치료해 주었으니, 자식마저 아비의 길을 가지 않겠습니까? 나는 이를 서러워하는 것입니다.” 연저지인(吮疽之仁)이란, 남의 몸에 난 종기를 입으로 빨아 낫게 해 주는 어진 행동을 이름이나 목적 달성을 위해 가식적으로 어진 행동을 하는 것으로도 해석한다.
오기(吳起)에겐 또 다른 일화도 있다. 그는 전쟁에 임하면 졸병들과 같은 군막(軍幕)을 썼고 졸병들이 먹는 식사를 똑 같이 먹고 함께 잤다고 한다. 그런 장군을 두고 병사들이 어찌 충성(전투)을 다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오기는 살아생전 벌어진 전쟁(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
지뢰제거작전에 투입된 여러 부대 중 수도권 인근의 한 부대는 2년간 60여명의 병사에게 부모 동의 여부를 서면으로 요청했다. ‘지뢰제거 작전이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모의 집으로 발송됐고, 동의여부를 표시한 뒤 반송해 달라는 요청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도대체 그 지휘관이라는 사람이 무슨 목적으로 그런 발상을 했는지 모르지만 이런 걸 무엇으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부하장병을 아낀 나머지 연저지인 하는 심정으로 그랬을까? 아니면 혹시라도 있을 사고에 대비하여 보험을 드는 심정으로 그랬을까?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라도 이 부대의 지휘관은 지휘관으로서의 자격이 상실된 사람이다.
오기의 연저지인을 닮고 싶었다면 지뢰제거작전에 투입된 수하 장병들 중 누군가가 어떤 명목으로 결원이 됐을 때 본인 스스로 그 작전을 수행 했다면 존경 받는 지휘관이 됐을 것이나 부모의 동의를 받아낸 사병은 작전에 투입시키고 동의를 않는 사병은 열외로 시킨다면 향후 어느 부모가 자식의 위험을 앞에 두고 작전투입에 동의를 하겠는가?
자식의 종창을 입으로 빨아 낫게 해 준 오기의 연저지인에 어미는 감지덕지하기 보다는 자식이 아비의 전철을 밟을 게 두려워 대성통곡을 했지만 그래도 나라를 위해 그 자식을 전장으로 보내 주었다. 그러나 작금 벌어진 웃지 못 할 블랙 코미디는, 지휘관의 잘못된 선택도 문제지만 동의여부 서면을 받고 동의를 하지 않은 부모는 또 뭔가? 제 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 귀한 줄 알아야지, 만약 정신 나간 지휘관 놈이 그런 서면을 보내왔을 때 제대로 된 부모라면 지휘관이라는 자를 호되게 야단치는 부모가 됐으면 어땠을까?
나라가 개판이면 공권력이나 군대라도 중심을 잡아 주어야 하는데 군대마저 당나라 군대처럼 엉망진창으로 지휘관이나 동의하지 않은 부모나 제 입장 제 살 길만 찾는 거 같아 안타까워 해 보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