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해외여행을 마음만 먹으면 수시가 아니라 무시로 다닐 수 있지만 기억하기로 1990년까지는 해외여행을 가려면(유학 또는…하다못해 이민을 가더라도…)강남‘논현동 소양교육원(?)’에서 반나절 정도 해외여행 소양교육을 필(畢)해야만 했었다.(물론 필자도 그 대상이었다)
그렇게 마치 무슨 고사(시험)치르듯 해야 여행을 할 수 있었지만, 우리 대한민국이 UN에 정식가입이 되고 북방외교와 더불어 소련의 해체로 동. 서 냉전의 종식 그리고 중국과의 수교 등 국제정세가 바뀌면서 해외여행자유화라는 봄날을 맞으며 마치 봇물 터지듯 해외여행은 시작 되었다.
사실 뉴욕에서 김포까지 환상의 대접을 받으며 꿈도 못 꿀 비즈니스 좌석을 선물받기 수년 전에 잠시지만 안락한(?) 비행을 해 본 경험은 있었다. 해외여행자유화가 되자마자 그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역시 보따리장사 차 남미의 칠레하고도 산티아고를 가기로 작정을 했었다.
지금이야 남미를 가려면 몇몇 도시로 향하는 우리 국적기의 직항노선이 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남미를 가려면 미국의 시애틀(요즘은 주로LA를 경유)이나 서부의 도시에 기착한 후 다시 마이애미 등을 경유하여 남미 행 비행기를 갈아타는…목적지까지 가려면 대기시간을 포함해 30여 시간 또는 꼬박 이틀정도는 걸려야 했다. 그 피로의 누적이 얼마이겠는가?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거의 고문에 가까웠다.(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지만…)
마이애미에서 출발한 남미의 항공사….피로의 누적으로 거의 탈진(?)상태로 남미 어떤 국가 상공을 날아가는 기내에서 비몽사몽간 화장실을 다녀오다 눈에 번쩍 뜨인 것은 좌석 네 개가 비어 있는 것이었다. 그땐 대한민국이나 대한국민의 체면 따윈 돌 볼 수 없을 만큼 지쳐있었기에 좌석의 팔걸이를 모두 위로 제치고 무조건 드러누웠다.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깨우는 것이었다. 어렴풋이 눈에 들어오는 승무원의 화난 얼굴과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스페인어. 그 때 누군가가‘그곳은 비행도중 위급환자용’이라는 걸 알려 주었다.(지금도 그런 게 있는지 모르겠고 그 이후 수많은 비행을 했지만 그런 게 있는지 그 후로는 보지 못했지만…며느리에게 물어 볼 걸 그랬나?^^)아무튼 잠시지만 그 꿀맛 같은 단잠은 비행기를 몇 번 갈아타며 누적된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면 입에 풀칠을 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보따리장사를 하며 비행기를 정말 많이 탔다. 자연히 내겐 국적기 K와 A 양사의 마일리지가 많이 쌓였고 그 마일리지를 이용하여 비행한 적도 꽤 된다. 마일리지가 쌓이게 되면 공짜 비행도 비행이지만 우수 승객으로 지정이 되면, 그토록 호사를 누렸던 뉴욕 케네디공항의 라운지 같은 세계유수 공항(물론 우리 국적기와 제휴가 되어 있는 곳)의 라운지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특전도 있을뿐더러 특히 일반석이 만석이 되어 손님이 넘칠 때(주로 중국행 비행기)비즈니스 석으로 모시는 호사를 누린 적도 가끔 있었다. 소소한 것이지만 그런 건 어쩌면 행운이고 대박일 수 있다.
여태까지 엉뚱한 雜썰이 너무 길었다.
귀국을 하기 위해 밴쿠버공항에 도착했다. 티켓발권을 위해 자동기계(인천공항은 물론 요즘 모든 국제공항은 티켓발권 자동기기가 비치되어있다.)에서 발권을 하려니 내 좌석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런데 창가 쪽이다. 비행기를 타 보면 알겠지만, 댓 시간 정도(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화장실 한 번쯤 참을 수 있을 만큼의 거리)는 창가 쪽 좌석도 나쁘지 않다. 창밖에 펼쳐지는 구름 쑈(?)도 보고 1만 하고도 수천 여m의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지표면의 변화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 이상의 비행을 할 때 더구나 음료나 맥주 등의 서비스를 받고 화장실을 드나들어야 할 경우 창가 좌석은(일행이 함께 하는 경우는 좀 낫다.)사양해야 한다. 특히 외국인과 함께라면 정말 불편하다.
밴쿠버에서 인천까지는 대충 11시간 정도지만 무역풍의 맞바람을 받으면 30분 내지 1시간 정도 연착이 된다. 그 시간이면 화장실 두 번??? 요도가 짧거나 전립선에 이상이 있는 늙은이라면 좀 더…화장실 출입이 잦을 것이다. 따라서 장거리 여행을 할 시는 가급적 통로 쪽으로 부탁하는 게 좋다.
아무튼 창가 쪽으로 이미 정해진 좌석 배정을 보니 몹시 난감했다. 자동발권을 포기하고 장사진처럼 긴 줄이 널어선 곳에서 차례를 기다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