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마지막 승객이 탑승을 하면 비행기 문은 닫히며 안내방송이 있고, 그 다음 혹시 빈자리 또는 보다 좋은(개인의 선호도에 따라…)자리를 물색하거나 옮겨 갈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깊은 잠에 빠졌으니 기내방송을 듣지 못했고 이륙하는 비행기의 요란스런 엔진가속 성(聲)과 흔들림 때문에 잠깨어 보니, 벼락 맞기 보다 더 어려운 그런 행운을 만난 것이다.
아무튼 30-40분간 깊은 단잠이 들었다가 깨어 보니 비행기는 요란하게 굉음을 울리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데 외롭고 허전한 이 기분은 뭘까?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3 3 3 좌석에 나 홀로 앉아 있는 것이다. 아! 그 심장 떨림… 순간‘대박’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때린다. 대~박!
아니다. 이것은 단순한 대박이 아니라 초특급 대박이었다. 이런 대박은 롯또 당첨에 버금가는 초특급 대박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음~~! 요오씨~!! 앞으로 10여 시간의 초대박을 만끽해야 쥐~. 누릴 수 있는 호사를 최대한 맛나게 황홀하게 누려야 쥐….좋아하는 포도주도 양껏 마셔가며 취하면 대한민국 아니 알라스카 상공에서 툰드라를 지나 만주벌판의 상공을 지나는 동안 가장 편안한 자세로 잠도 실컷 자야 쥐…..
선각자들은 말한다.‘여행은 늙기 전에 가라’고. 사실이 그렇다. 이웃인 일본이나 중국 또는 동남아의 6-7시간 정도는 그래도 좀 낫다. 열 시간이 넘는 여행은 늙을수록 무리가 따르고 버티기 힘들다. 특히 한반도에서 동쪽으로 날짜변경선을 넘어가는 남북미주 여행은 그 정도가 심하다. 시차적응 때문이다. 날짜변경선을 두고 동쪽(미주)으로 갈 때와 미주(동쪽)에서 한반도로 돌아 올 때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속설에 같은 시차적응이라도 본인이 위치해 있는 장소에서 동쪽 방향으로 가는 거 보다는 서쪽 방향으로 가는 것이 시차적응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확실히 몸이 반응하는 것을 보면 속설이 아니라 정설이고 사실인 것 같다. 왜 그런 거 있잖은가‘달마가 동쪽으로 간 이유’라는 화두….그것은 분명히 고행의 득도를 위해 동쪽으로 갔을 것이다. 아마도…..
엉뚱한 얘기가 길었지만 그래서 더 늙기 전에 여행들을 가시라는 거다. 늙기도 서러운데 시차적응 조차 힘들어 하고 골골 거린다면 자식들 짐만 된다. 그리고 기왕 가는 여행(비행)이라면 최대한 편한 차림과 모습으로 가야 한다. 어떤 여성분들은 밤무대 오르는 지 짙은 화장을 하거나 어떤 남성들은 넥타이에 정장을 하는 분도 있다. 이거 불편을 자초하는…여행이 아니라 달마대사 같은 고행길이다.
그렇다고 또 지나치게 허례허식이라며 기내 예의를 싹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가끔씩 접하는 기내 난동은 차치 하고라도 눈꼴사나운 기내 비례(非禮)가 많다. 중국 관광객과 함께 하는 비행은 도착할 때까지 불쾌할 때가 많다. 그 소란함….악취… 어쩌다 중국인과 자리를 같이 할 때는 몸을 반대방향으로 비틀고 간다. 그런 즉 더 피곤하다.
하긴 김대중 정권당시 김대중과 함께한 방북사절단(?)에 徐(맞나?)모라는 국회의원이라는 자는 기내에서 양말까지 벗고 돌아다니다 언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이상하게 비행기에 오르면 발이 더 뜨거워지는 것은 나 자신도 느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양말을 벗고 다닌다는 것은 지나친 결례였다. 명색 일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인간이 정장(아마 틀림없이…)에 맨발? 지가 무슨 신성일도 아니고….물론 맨발일 경우는 있다. 나는 여름철엔 반바지와 슬리퍼를 신고 간다. 다만 슬리퍼에 어울리는 복장을 하면 크게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일종의 여행 Tip이다.
그리고 장거리 여행을 할 경우 꼭 한 가지 지참할 게 있다. 바로 목 베개다. 목 베개를 하면 확실히 도움이 된다. 장거리 여행에서 가장 불편한 곳이 허리와 목이다. 그 중 허리 보다는 목이 더 괴롭다. 목 베개를 하고 나면 허리도 덜 아프다. 요즘 시중에서 5천 원 정도면 쓸 만한 목 베개가 있다. 좀 보기엔 뭣해도 기내에 들고 올라가면 유용하다. 이 거 공항면세점에서 사면 2만 원을 줘야 한다. 면세점이 아니라 가산세점이이다.
아이고!! 내가 무슨 관광공사 홍보팀도 아니고….대박 얘기하다가….그렇다 이제 나는 그 대박의 기회를 만끽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우선 음료를 나누어 주는 시간에 와인 한 잔을 청하고 천천히 음미하며 마셨다. 화장실도 겁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한 병 더… 취기가 돈다.(이상하게 기내에선 기류나 기압 때문인지 취기가 빨리 도는 것 같다.)이내 두 다리를 쭈~욱 뻗고 잠을 청했다. 좌석에 붙어 있는 모니터를 보니 아직도 캐나다 상공이다. 그런데 이런 망할!!! 취기는 도는데 도대체 잠이 오질 않는 것이다.
너무 지나친 호사도 탈이고, 과분한 행운도 탈이고, 내 팔자가 이런 행운을 누릴 수 없을만큼 옹색한 건가? 이건 대박이 아니라 쪽박이나 다름없다. 도대체 뭘까? 왜? 무엇이 나로 하여 잠들지 못하게 할까?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려 본 즉 해답을 찾았다. 바로 그거 였다. 해답은 아래 쪽으로….^^
좌석 셋을 다 차지하고 발을 쭉 뻗었다. 하늘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와인을 두 병 시켰는데….막상 좀 과한 생각이 들었다. 이쯤에서 포기하면 되는데 그걸 꼬약꼬약 다마시고 취해서 기내난동을 벌인다. 내가 연출하려고 그런 게 아니고 더 마시면 과하고 실수할 것 같아 이렇게 버릴 수밖에 없었다.
목 베개. 사실 나는 이 목 베개가 이것 말고도 서울 집에 서너 개 더 있다. 비행장에 갈 때마다 잊고 가선 또 사고 또 사고…5천원 짜리를 2만 원 주고 또 사고…맨 아래 까만 것은 이번 밴쿠버공항에서 산 것이다. 접이식이다. 사용 시 튜브처럼 입으로 바람을 불어 넣고 빼고…아이 마스크(eye mask)와 세트다. 회색 빛 아이 마스크는 항공사 제공이다. 몰라서 그렇지 기내에 승무원에게 부탁하면 칫솔, 아이마스크, 귀마개, 기내용 슬리퍼는 달라면 준다.
해답:
마누라가 보고 싶어서….
약 보름 간 마누라 없이 여행을 했더니
아무리 딸네 집이고 잘 해줘도 여행이 아니라 지옥(좀 과했나?)같았다.
담 부턴 절대 혼자는 안 갈 것이다.
마누라 손 꼭 잡고 다닐 것이다.
관련
데레사
2017년 4월 5일 at 7:49 오전
그렇게 하셔야죠.
사모님 손은 안 잡드래도 꼭 함께 가셔요.
옛 어른들이 노세노세 젊어 노세 하던 말이 딱 맞는 말이에요.
이제는 해외여행이 무리인것 같은 느낌을 이번 일본여행에서
받았거든요.
패키지도 아니고 아들이 렌트해서 편하게 다녔는데도 와서
몸살비슷이 앓았으니…..
에고, 아 옛날이여 입니다.
ss8000
2017년 4월 5일 at 5:47 오후
ㅎㅎㅎ…
누님 저도 나이 더 먹기 전에
마누라 데리고 좀 더 싸돌아 다닐 작정입니다.
지금 제가 젤 하고 싶은 여행은
북구 크루즈 여행입니다.
꼭 한 번 하고 말 겁니다.
조섭 잘 하십시오.
비사벌
2017년 4월 5일 at 9:36 오전
오선생님 잘 다녀오셨군요. 저도 미국여행은 요새는 힘듭니다.
제가 15년전 마추피추여행때 쿠스코에서 지금 내나이
또래 일본여행객들이 고산병때문에 버스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있는 모습이 기억납니다. 더 늙고 아프기전에 여행많이 하고싶은데 무슨욕심이 많은지 지금도 일을
못놓고 있으니 어떤때는 내자신이한심합니다.시차극복하시고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ss8000
2017년 4월 5일 at 5:53 오후
15년 전이시라면 그래도 50대 초. 중반 아니십니까?
그 때야 저도 힘 좀 썼지요.^^
그나저나 원장님이나 저나 70줄이니….
그러함에도 저 같은 보따리장사야 체력 달리면 그만 두고
보충 되면 다시 전 벌이고 할 수 있지만,
인술을 다루시는 원장님께 당장 때려 치고 즐기시라고 권할
입장도 못 되니 안타깝습니다.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이런 것도 인생역전 이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는지요? ㅋㅋㅋㅋ……
원장님!
허준 선생님의 후예십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