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전 단도직입적으로 이종걸君에게 질문 하나 하겠네. 자네는 주적(主敵)의 의미를 아시는가? 짐작컨대 아니 장담하건대 모를 것이네. 왜? 그대가 얘기 하는 주적(主敵)이란 단어는 애당초 없었기 때문일세. 그냥 적(敵)이면 적이지, 사실 주적(主敵)이라는 단어는 본래부터 없었던 것이네.
종걸君! 그대에게 또 다른 질문 하나 하겠네. 지금 우리는 전쟁 중인가? 아닌가? 참으로 미안한 얘기지만 오늘날의 한반도는 자네가 세상을 향해 고고지성을 지르기 7년 전(1950년)에 전쟁이 일어나 3년 여 동안 동족상잔(同族相殘)을 벌이다 잠시 휴전(休戰)을 선언 했을 뿐 아직 전쟁 중이라네. 그 사실을 자네 부모님이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은 모양일세.
그렇다면 어떻게‘주적’이라는 단어가 생성 되었을까? 길게는 625사변 때문이기도 하고 짧게는 북핵 때문일세. 자네는 어려서 모르겠지만 625 사변은 남북전쟁만은 아니었고, 동서냉전의 이념과 사상전이 극대화 된 것일세. 전쟁이 발발하자 남쪽을 돕자는 UN군과 북괴를 돕자는 공산국(어디라고는 적시 않겠네. 그 정도는 자네도 배웠을 테니..)간의 싸움이었던 것일세. 일단 휴전이 선언되자 뿔뿔이 흩어져 임시 평화를 누리고 있지만, 그 후 자네도 아다 시피 한반도엔‘북핵’이라는 돌발 변수가 생겨난 것일세.
마지막 질문을 하겠네만, 자네 혹시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참가국을 기억하나? 자네가 기억하는 것으로 전제(前提)하고, 대한민국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을 어떻게 생각하나? 북괴는 차치하고 러시아, 중국, 일본 심지어 맹방인 미국도 우리의 잠재적 적(敵)일세. 왜 그런 말 있지 않은가‘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라는 얘기 말일세. 전쟁과 적이라는 단어 앞에 비단 총칼로 싸우는 것만이 전쟁일까? 아니라네. 무역전쟁, 관세전쟁, 환율전쟁, 나아가 FTA도 일종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세. 특히 미국과 맺은 FTA전쟁은 현재 재발할 위기에 봉착한 것을 자네도 알 것이네. 국익을 위한 그 어떤 분쟁도 그것은 전쟁이라고 정의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도 잠재적 적이라는 것일세.
그러고 보니 한반도를 둘러 싼 나머지 5개국은 모두 잠재적이거나 실질적 적이 되는 셈이네. 이런 와중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 때문에 총칼을 맞대고 서로 앙앙불락(怏怏不樂)하는 상대가 누구인가? 그게 바로 북괴(北傀)이며 잠재적 적들과 구분하기 위해 주적(主敵)이라는 단어가 생성 된 배경이고 근자(북핵)에 만들어진 신조어이며 또 우리 대한민국만 존재하는 단어일세. 내 말이 엉터리인지 거짓인지 종이 사전에 찾아보시게. 따라서 종이 사전엔 주적이란 단어가 없네.
종걸君! 주적의 개념 설명이 좀 지루했나? 그렇다면 이 얘기는 어떤가?
1637년 인조15년 병자호란 발발 45일 만에 국왕 인조는 항복을 결정하고 그동안 항전을 해 왔던 남한산성을 나와 삼전도에서 굴욕적인 항복 식을 거행했다. 국왕은 곤룡포 대신 평민이 입는 남색 옷을 입고 세자를 비롯한 대신들과 함께 청태종의 수항단(受降壇)이 마련되어 있는 잠실나루 부근 삼전도에 도착, 어가에서 내려 2만 명의 적병이 도열하고 있는 사이를 걸어 황제를 향하여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이른바 삼배구고두례(三拜九敲頭禮)라는 치욕적인 항복 예를 실시하였다.(네이버 지식백과)
이상은 병자호란 당시 삼전도의 굴욕 장면을 잠시 빌려 온 것일세.
종걸君! 조정(朝廷)이라는 단어는 아시는가? ‘조정’의 사전적 의미는 임금이 나라의 정치를 의논 또는 집행하는 곳으로 되어 있네. 오늘날로 치면 어디 쯤 해당할까? 생각하고 말고 할 거 없이 국무회의(國務會議)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으이. 아니 그런가? 쌩뚱 맞게 국무회의(國務會議)? 하겠지만, 종걸君 자네에게 하고픈 얘기를 하기 위함 일세. 즉, 장황한 서론을 끝내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는 것일세. 그에 앞서 자네에 대한 신문기사 하나 일부 전재(轉載)해야겠네. 양해하시게.
<대통령은 국방부장관이 아니다>
어제 KBS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냐’는 질문에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될 사람이 할 대답이 아니다”고 답변한 것에 대해서 바른정당을 비롯한 일부 보수세력들이 대통령이 될 자격 운운하며 비판하고 있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대통령은 국방부장관이 아니다. 국방부장관 뽑는 자리가 아니라 대통령을 뽑는 토론회에서 왜 ‘북한주적론’이 대통령 자격의 쟁점이 되어야 하나? 대한민국의 국방정책은 북한군을 주적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국군통수권자로서의 대통령에게는 북한군이 주적이다. 이 점을 부인한다면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이 없다.
민주당은 군사적 견지에서 북한군이 대한민국군의 주적으로 설정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직무가 국군통수권자에 국한되는가? 대통령은 ‘국방백서’보다 훨씬 상위에 있는 ‘헌법’에 의거해서 직무를 수행한다. 대통령에게 북한은 주적일 수 없고, 주적이어서도 안 된다.
국방부 입장에서는 북한은 주적이다. 통일부 입장에서는 대화와 교류의 대상이다. 외교부 입장에서는 비핵화 6자회담의 파트너이다. 국토교통부 입장에서는 지정학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남한을 광활한 유라시아로 연결하고 인프라를 구축할 개발 사업자이다. 경제부처의 입장에서는 한계에 이른 내수 시장을 넘어가는 ‘블루오션’이며. 교역과 민족공동체 경제권 구축의 상대이다.(하략)
이상은 기사라기보다는 자네가 SNS에 올린 글일세. 문재인 후보를 변명하기 위한 자네의 글일세.
자! 어떤가? 자네의 글 중에 고딕체로 된 부분이 주적에 대한 반론일세. 위에서 미리 언급했지만 조정(朝廷)과 국무회의(國務會議)에 대해 심층(?)분석 해 보세. 그 옛날 조정엔 3정승 6판서 그리고 그 품계에 따른 대소신료들이 국정전반을 임금께 고하는 자리고, 국무회의는 역시 자네 말대로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 교통부…등등의 각료들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정을 논하는 곳일세. 그런데 어쨌든 국정전반의 모든 것을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명하는 사람은 누굴까?
병자호란으로 인한 삼전도 굴욕이 일어나기 직전 조정엔 척화파와 개화파 즉, 요즘으로 치면 보수냐 종북이냐로 갈라서 갑론을박 설왕설래 화친이냐 전쟁이냐를 두고 대가리 깨지고 코피 터지게 싸웠다는 사실일세.
종걸君! 생각해 보게나. 당시로는 임진왜란이 종결 된 지 40년이 채 안 된 시기이고 일본(왜구)은 아직도 잠재적 적이었고, 주적은 청나라였던 것일세. 문무양반 대소신료들이 척화냐 주화냐로 싸우기도 했지만 결국 삼전도로 나아가 청태종의 수항단(受降壇)에 삼배구고두례(三拜九敲頭禮)를 올린 사람은 한 나라의 최고 대빵‘인조임금’이었네.
만약 북괴가 다시 남침을 하면 아니 수십 년 간 위태 위태 지켜진 휴전(休戰)조약이 휴지(休紙)조각이 된다면 우리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주적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당연히 옛일처럼 두 가지 주장이 나오지 않을까? 주적 얘기만 하면‘그럼 전쟁을 하자는 말인가?’하며 발끈 거렸던 종북파의 항복(降伏)론이 나올 것이고, 반면 당장 죽을 값이라도 북진통일을 주장하는 보수파도 있을 것이네.
그러나 그 어떤 사태도 최종적으로 결단 내릴 인물은 나라의 최고 대빵‘대통령’일세. 항복(降伏)도 항전(抗戰)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것일세. 따라서 주적(主敵)이라는 단어는 누구가 되었든‘대통령’ 입에서 언급되고 정의 되어야 할 말일세. 반드시…..
이종걸씨!
죄송합니다. 당신이 국회의원의 신분이면 그 신분에 걸 맞는 단어나 표현을 했어야 하지만, 뭐, 솔직히 요즘 국회의원들의 입지나 지위가 일반 국민보다 나을 건 없지 않습니까? 다만 이종걸씨의 나이를 따져보니 나 본단 11세 아래이기도 하고 객지 벗10년을 아슬아슬하게 넘긴 인생의 선배로서 충고 내지 조언을 한다는 게 하대(下待)를 한 것이니 너무 노여워 마시기 바랍니다. 다만 이 기회를 통해 주적의 개념을 보다 확실하게 정립하시기를…..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