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왕 부차에게는 오자서(伍子胥)가 있었고, 월왕 구천에게는 범려(范蠡)가 있었고, 초패왕 항우에게는 범증(范曾)이 있었고, 한고조 유방에게는 장량(張良)이 있었고, 유비에게는 제갈공명(諸葛孔明)이 있었고, 조조에게는 사마중달(司馬仲達)이 있었으니, 이 인물들의 연관성을 숙고해 보면, 당연히 군신(君臣)의 관계이며 또한 각(各)주군에게 없어서는 안 될 충신들이기도 하지만, 이들을 인체에 비유하면 영육(靈肉)의 관계인 것이다.
부차나 구천 그리고 항우나 유방 또는 유비나 조조가 천하를 제패 했거나 일세를 풍미한 영웅호걸들임에 틀림없다지만, 그들 밑에서 충정을 다하여 보좌했던 오자서에서부터 사마중달이 없었다면 그들이 수천 년을 내려오며 청사에 기록될 수 있었을까? 역설적으로 그 반대였더라도 청사가 그들을 기록했을지는 의문인 것이다. 또 오왕 부차에게 범려가 있었고, 조조에게 제갈공명이라는 신하가 있었다면? 역사란 가정이 없다지만, 이 또한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 대목이다. 고로 부차를 비롯한 각(各)주군들이 몸뚱이(肉)라면 그 신하들은 머리(두뇌:靈)역할을 하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끌고 간 것이다. 그러나 영육 간에도 마찰과 갈등은 있는 것이라, 마치 인체가 나이 들면 몸과 마음이 따로 놀며 심신이 피곤하고 지치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그러기에 오왕 부차는 충신 오자서의 충언을 듣지 않았다가 와신상담하며 복수의 칼을 간 월왕 구천에게 망했으니 심신(영육)이 따로 논 결과이고, 범려는 국가적 원수를 갚으며 구천을 천하의 패자로 만들고도 자신의 주군이 점차 지혜롭지 못한 것을 알고 강호로 떠났으니 심신이 지친 탓이고, 항우는 범증같은 최고급 브레인을 가졌지만 역발산의 기개세를 자랑하는 튼튼한 육체만 믿고 머리를 쓰지 않았으니 미련퉁이로 세상의 조롱을 받고, 유방은 장자방이라는 역시 최고급두뇌를 보유하며 당대로는 지구상 가장 문명의 국가를 건설했지만 두뇌가 적송자라는 신선을 따라 떠나버렸으니 골빈 상태가 되었고, 유비는 제갈량이라는 타인추종불허의 브레인을 가지고도 육신이 병마에 시달리다 그 뜻을 이루지 못했으니 이 또한 영육의 완벽하지 못한 미결합(未結合)이고, 조조는 조금 밑지기는 하지만 사마중달이라는 두뇌를 달고 천하를 호령했으나 끝내는 그 두뇌세포(자손)에게 나라를 빼앗겼으니 이 또한 영육의 부조화인 것이다.
이제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네의 현실을 둘러보자 이명박의 장자방은‘이재오’라 할 수 있으나 어쩐 일인지 초장부터 두뇌가 민심을 얻지 못하고 주군을 뒤로 한 채 타국으로 망명하다시피하고 있으니 이 또한 영육의 미결합이요 부조화라 이 나라의 앞날을 예측하기가 불가하다 하겠다. 이런 예측 불허의 앞날이 불안한지 사람들은‘박근혜’라는 대타를 미리 내세우고 이명박을 마구 흔들어대지만, 아직은 제대로 영글지도 않은 육신을 두고 너무 많은 두뇌가 제자리를 찾으려하고 있으니 자칫 사공 많은 배 산으로 갈까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육신(뿌리)은 하나 이어야함에도 마치 오월쟁패를 보듯, 초나라와 한나라가 다투듯 아니면 유비와 조조가 불목(不睦)하듯 하며 서로가 못마땅하여 외면하니 두 영웅의 안위는 차치하고 나라의 운명이 걱정되는 것이다. 172명이라는 거대식솔을 거느리고도 그 반에도 못 미치는 아니 단 한 놈 망나니의 칼춤에도 지리멸렬하는 꼬라지에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고 문란해지는 것은 한 뿌리의 육체가 바르게 성장하지 못한 채 뒤틀리고, 두뇌가 망가져 버렸으니 이런 결과가 아니겠는가.
연리지(連理枝),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것을 두고 이름이라, 뿌리조차 다른 것도 하나 되어 자라는데, 한 뿌리가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니4년 뒤를 어떻게 보장하고 무슨 일이 되겠느냐 이거다. 이 몸은 오로지 그 일을 두려워함이지 저희끼리 대그빡 깨지게 권력다툼 하는 것을 탓함이 아니로다. 무릇 하나도, 둘도, 셋도 아니 백천 번을 강조해도 화투판 고스톱이 아니라면, 기(旣)형성된 이명박이라는 뿌리를 자꾸 흔들고(GO)박근혜 뿌리는4년 뒤에 자리 잡을 곳이 없을 것을 또한 두려워할 뿐이지, 난 개인적으로 박근혜를 적대시하거나 미워하는 게 결코 아닐지라. 따라서 이명박과 박근혜 연리지처럼 되기를 이역 땅의 이 밤 꿈속에서라도 소원할까 한다.
2009년 1월 중순의 어느 날.
덧붙임,
위의 썰을 풀었을 때 어딘지 모르지만 보따리장사 차 해외에 나가 있었던 듯…보아하니 그 때도 소위 박근혜와 패거리들은 당시의 대통령 이명박을 들입다 흔들어 댄듯하다. 그것도 같은 당 소속의 대통령을 얼마나 흔들어 댔으면 저런 썰을 풀었겠는가? 몇 해가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 때나 지금이나 박근혜 패거리는 조금도 변 한 게 없다. 그들은 지금 박근혜 하나를 망치는 게 아니라 나라 전체를 망치지 못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장담하지만, 합당을 하지 않고 홍준표가 대통령 되지 못하는 날 박근혜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게 틀림없다. 공갈협박이 아니라 박근혜를 살리고 나라를 살리려면 지금이라도 마음을 고쳐먹어야 한다. 진정으로 안타까워 해 보는 소리다. 더불어 그때나 지금이나 내 예상은 빗나간 적이 없다. 그래서 나도 내가 여전히 겁나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