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꿈자리

가끔 꿈을 꾸는 것 같은데 아침에 일어나면 간 밤 또는 새벽에 꾼, 꿈 내용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때론 지독한 악몽을 꾸다가 가위에 눌려 스스로 깨고도 그 내용은 오리무중이다. 이른바‘개꿈’을 꾼 것일 게다.

그런데 오늘 새벽만큼은 달랐다.(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까?) 꿈이 이토록 선명할 수가…. 그게 그랬다.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글도 아니다. 그런데 사자를 만난 것이다. 이제 죽었구나…하는데 사자는 간데없고 사자 새끼를 손 안에 쥐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생쥐만 한 어린 새끼를. 생쥐만 하거나 어쩌거나 그것도 사자 새끼라고 발톱을 내세우고 안고 있는 내 팔을 자꾸 할퀴고 물어뜯는 바람에 통증을 느끼다가 어느 순간에 그만 사자 새끼를 죽이고 말았다. 원래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아쉽고 뭔가 모르게 겁도 나고 한마디로 불안초조 한 상태로 깨어 보니 꿈이었다. 간밤에 보일러 온도를 너무 높였나?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 악몽인지? 비몽사몽인지?? 보일러 때문인지???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이 새벽에 서울 집엘 가야 하는데…. 기분도 언짢고… 내일 갈까 아니면 월말에가? 라며 갈등하다가 사나이 대장부가 꿈자리 좀 사납다고 계획했던 일을 포기 할 수는 없다고, 새벽 샤워를 목욕재계하는 심정으로 하며 천지신명에게 빌기도 또 ‘오늘도 무사히…’기도하는 소녀상처럼 기도도 했다.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드디어 출발이다. 차 안의 시계는 정확하게 4시 반을 가리킨다.

집에서 3-4분이면 준 고속도로인 38국도에 접어든다. 요즘의 국도는 거의 왕복4차선에 고속도로가 부럽지 않다. 내 애마의 네비는 어느 시점에 다 달으면 늘 새로 생긴 평택-제천 간 새로 생긴 고속도로로 진입하라고 간드러진 목소리로 꾀지만 난 한 번도 속아 넘어가지 않고 ‘감곡IC’를 경유하여 중부내륙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 호법을 거쳐-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한다. 그리고 언제나 계절에 관계없이 밤 열시 이후 또는 오늘같이 새벽 네댓 시에 서울-산골, 산골-서울을 오간다. 왜? 차량의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 시간대를 이용하면 1시간 20분 정도면 오갈 수 있다. 이 점은 내가 산골에 자리 잡은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38국도로 접어들고 약 5분을 달리면 네비 속의 그녀가 재촉을 하는 갈림길 즉, 38국도로 계속 갈 것인지 아니면 고속도로로 진입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늘 그러하듯 그녀의 유혹은 나와는 상관없다. 이미 집을 나설 때부터 마음을 굳히고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꿈자리가 뒤숭숭한 관계로 처음부터‘조심하자!’는 생각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평소보다는 가속 페달을 줄이고 운행을 했다.

그렇게 조심 했음에도 갈림길 고가를 막 오르려는 지점에 애마의 헤드라이트 불빛에 놀란 뭔가가 갈팡질팡 하는 게 보였고 찰나에도 자세히 보니 고라니란 놈이다. 순간 내 입에선 저절로 어~어~어~~!!!하는 비명소리가 나왔는가 싶었는데 ‘쿵~’하는 굉음과 함께 내 시야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른바 로드 킬(road kill)인 것이다. 38국도를 다니다 보면 그런 로드 킬을 두세 번은 목격하고 많게는 그 이상으로 목격이 된다.

80년‘포니1’중고부터 운전을 해 왔지만, 단 한번도‘로드 킬’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교통사고 자체를 내 본 적이 없는 거의 40년 무사고 모범운전자다. 그랬던 내가 로드 킬이라니… 머릿속이 몹시 복잡했다. 새벽의 꿈자리가 이걸 예시하기 위해?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천행인 것은 놈과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은 것과 느낌에 왼쪽 조수석 범퍼쯤일 거라는 예감이다. 그러나 차를 세우고 확인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순간에도 솔직히 놈의 희생 보다는 차량의 피해(?)가 더 신경이 쓰인다. 서울 집을 오는 가운데 휴게소가 네 군데 있지만 차마 세울 수가 없다.

그 놈이 죽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렇지만 놈의 대퇴부를 들이 받은 것 같은데… 하긴 대퇴부를 오지게 부닥쳤으면 살아 있어도 산목숨이 아닐 텐데… 사고 지점부터 서울 집까지 온통 그 생각만 하며 도착했다. 놈은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부러진 다리로 일어서 보겠다고 발버둥을 치지는 않을는지..아니면 따라오는 뒤차들에….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오늘 따라 선명할 정도로 꿈자리가 뒤숭숭 하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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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마자 확인 해 보니 앞 범퍼가 덜렁거린다. 밑으로 깔렸으면 어떻게 됐을까? 모골이 송연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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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의 털이 묻어 있다. 다행히 범퍼지만,,차를 갈아 타려고 이미 금액을 정하고 판 차인데…. 어쩐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4월 27일 at 11:21 오전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그 고라니도 죽지 않았으면
    합니다.

    운전하다 그런일 당하면 정말 끔찍하죠.

    • ss8000

      2017년 4월 27일 at 11:03 오전

      그리 받히고 살아 있다면
      그 건 고라니가 아니라 천등산 산신령입니다.
      내일 천등산으로 내려 갑니다.

      가는 길에 확인 해 보겠습니다.
      산신령인지 남의 작물이나 탐하는 고라니 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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