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회장님의 충고.

자랑이 아니라, 근 20년 전부터 저의 拙썰을 지지해 주시고 격려해 주다 못해‘오사모(박빠만 있는 게 아닙니다. 오빠도 있습니다.-,,-;;;)회장’을 자처하신 분이 계십니다. 얼굴 한 번 뵙지 못했지만 마치 지근거리에 계시는 것처럼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감독(?)하시며 모니터링 해주 신 분입니다.

가끔 저의 행동(또는 발언 즉, 썰)이 가당치 않으면 불호령도 내리시던 분이셨습니다. 그게 그러니까 공개적이기도 하지만 메일 또는 비밀 글을 통한 비공개적인 조언이고 충고셨습니다. 그 분의 조언이나 충고를 다 받아들이고 그대로 행했는지 자신이 없지만, 그 때문이라도 조심스러웠던 경험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근 20년의 세월이 흐르며 단 한 번도 그 분의 모습을 직접 뵙지 못했지만, 아이들 결혼식 때 화환을 보내 주시기도 축의금은 물론 몰래 다녀가시며 잔치음식 맛있게 잡수셨다는 뒷글도 남겨 주시던‘오빠 회장님’이 계셨습니다.

조블이 깨지며 그 분의 행방이 묘연해 졌습니다. 그 즈음 두어 차례 메일로 문안을 드렸으나 대답도 없으셨습니다. 안타까웠지만 어찌할 방법도 없었고 말입니다. ‘오빠 회장님’의 수명이 다한 모양이라고 치부하고 까맣게 잊었습니다.

5월9일 밤 여덟 시 시각을 울리며 제 억장은 물론 세상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모든 기대도 무너져 버렸습니다. 그것은 제 이념이나 사상이 무너져 내리는 조종(弔鐘)이자 장례식 장이었습니다. 잘 하지도 못하는 술을 밤새 퍼 마셨습니다. 그리고 작취미성이 된 다음 날 아침 두 번 다시 인터넷을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두 번 다시 拙 썰을 풀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습니다.

며칠 뒤 밀린 숙제 같은 중국출장을 가야만 했습니다. 갈등을 했습니다. 늘 지참하던 노트북을 가져 갈 것인지 말 것인지….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그 날 그 후 신문도 방송도 보지 않았습니다. 조영남의 노래처럼 ‘라디오도 tv도 없고 신문잡지도 없는’며칠은 그래도 참을 만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중국출장엔 노트북이 어깨에 걸렸습니다.

일을 마치고 호텔방으로 들어오면 할 일이 없습니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중국tv도 그렇고… 컴을 열었습니다. 기고만장합니다. 기레기들의 새 대통령에 대한 아첨으로 인터넷이 빨갛게 도색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는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중국에선 블로그나 토론마당을 열 수가 없습니다. 웬만한 그림이나 기사는 거절하거나 접근불가입니다. 중국은 남의 나라 뉴스나 보도까지 통제하는 나라입니다. 썰을 만들어 낼 수도 없습니다.

닷새 만이든가요? 그동안 열지 않았던‘카페’를 마치 수줍은 처녀 아이가 남의 일기장 훔쳐보듯 조용히 열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썰을 올렸던 마지막 날의 장면을 복기(?)해 봤습니다. 많이 쪽 팔렸습니다. 그 밤에 쓸데없는 그런 사진들이…. 그런데 댓글을 유심히 살피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길지 않은 딱 한 말씀 그것도 가슴을 후벼 파는 냉정하고 따가운 회초리. 그것은 보다보다 어쩔 수 없이 든 회초리였습니다.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오빠 회장님’은 늘 제 곁에 계셨던 겁니다.

당장 반가움을 표시 하려 했으나 아이디를 재입력하라는 문자만 뜨고 로그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귀국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이 아침 고추밭에 줄을 쳐야 합니다. 말뚝도 박아야 합니다. 2800여 포기의 고추농사를 지으려면 동창이 밝아 오기 전 서둘러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좌절하고 괴로워하고만 있기엔 제가 너무 게으르고 한가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또 다른 무엇을 위해 밭을 갈아야 하겠습니다.

 

 

 

덧붙임,

회장님!

긴 말씀 아니 드리렵니다.

재 너머 사래 긴 밭”다시 갈아 나가겠습니다.

2 Comments

  1. journeyman

    2017년 5월 18일 at 5:51 오후

    대선 이후 선생님의 자취를 도무지 찾아볼 수 없기에
    정말 이민이라도 가신 건가 싶었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반갑네요.

    • ss8000

      2017년 5월 19일 at 12:33 오전

      가긴 오델 갑니까?
      우리 매니저님 두고…
      성질이 나서도 못 갑니다.

      그리고 매니저님 조언 대로 타고 싶은 차
      벌어 논 거 적당히 돈 좀 써고 그럴랍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