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기적”과 문재인의 치적(治積)

지난달 월 초에 일어난 일이다. 충북 청주에서 양수가 터진 임산부를 태우고 구급차가 달리다가 어떤 터널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마침 퇴근 시간이라 차량들로 터널이 막혀 버린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퇴근 차량들이 좌우로 갈라서며 구급차의 길을 비켜 준 것이다. 원래 이 지역은 상습 정체구역이지만 임신부를 위해 운전자들이 길을 터준 덕에 구급차는 25분 만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부는 아이를 무사히 순산했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도하의 지상파는 물론이고 다음날까지 메이저 신문과 종편도 모자라 이 땅에 있는 모든 찌라시 매체(?)까지 그 상황을 두고‘모세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2-3일을 보도한 적이 있었다. 물론 조선일보 전국 판(?)까지 보도 되었다. 그리고 기사 아래 달린 댓글 99%가 감동적인 얘기다, 눈물 난다, 가슴이 찡하다. 더 나아가 ‘민들의 민심은 이렇게 선량하거늘 청와대의 오만불손은 하늘을 찌를 듯 하니,,,’ 아니면‘정치인이 나라 말아먹는 짓거리해도 국민은 이렇게 따뜻한 마음 가지며 생활하고 있다.’ 등등. 정말 눈물 없인 못 볼 감동적인 댓글이 올라와 있다. 다만 나 자신만 감동적이지 않았기에 99%라고 하는 것이다.

근데 뭐지? 이거 당연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임산부가 양수가 터졌는지 뇌졸중이나 심장 또는 어떤 중병에 걸린 위급상황의 환자가 있는지? 그거 알 필요가 있을까? ‘삐까~ 삐까’ 경적이 울리면 자동적으로 피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들이 얼마나 그런 위급상황에 대처를 하지 않았으면‘모세의 기적’이라는 표현을 했을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다가 엉겁결에 행동하고 스스로 놀라고 얼마나 신기했으면 감동의 눈물을 흘려야 했을까?

또 오래 전엔 이런 뉴스도 있었다. 어떤 중국집 배달 아르바이트생이 음식 그릇을 찾으러 갔다가 손님의 배려에 감동한 사연이라며‘자신이 그릇 찾으러 갔다가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는데“방학 기간에 알바 하는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제가 오늘 평소처럼 그릇 회수하러 갔다가, 깨끗하게 씻긴 그릇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사연이 뉴스化 된 것이다. 역시 똑 같이 감동을 받았다는 댓글이 줄줄이 올라 왔었다.

그런데 정작 내가 감동 받은 것은 기사 내용이 아니다. 감동이란 늘 행해지는 것엔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즉, 늘 행해져야 할 것들이 행해 지지 않다가 우연히 보거나 발견 했을 때 감동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감동을 받은 것은 바로 일본에 사신다는 재일교포분의 댓글에 감동을 먹었다. “일본엔 가장 기본적인 국민상식 입니다. 국민수준 인거죠!! 좋은 건 쫌 본받읍시다!!”였다.

국민의 상식이나 질적인 문제다. 당연히 행해 졌어야 할 것들을 우연히 행동하고 스스로 감동을 먹는다면 그것은 공치사고 자화자찬이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 꺼리도 안 된다. 그러나 사람이 개를 물면 이변이고 뉴스 꺼리가 맞다. ‘모세의 기적’이라는 표현 자체가 쪽 팔린다. 기적의 사전적 의미는 상식으론 생각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누구든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당연한 일을 두고 감동씩이나 먹고 나라 안의 모든 매체가 기적(奇蹟)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나라.(from my blog…)

지난 18일 오전 11시20분께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이 끝난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 앞 한 남성이 다급히 소리쳤다. 민주묘지 참배를 마치고 빠져나간 문재인 대통령을 뒤따르던 경호 차량이 남성의 외침에 급히 멈춰 섰다. 순간 119 구급차가 비상등을 켜고 빠른 속도로 달렸다. 구급차 앞에는 불과 몇 초 전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민주묘지를 나선 문 대통령의 경호 차량이 보였다. “비켜달라”는 외침과 함께 구급차는 역주행을 하며 문 대통령이 탄 차와 총기를 실은 경호 차량을 앞질렀다. 구급차 오른쪽으로 대통령이 탄 차와 경호차량, 의전차량 등 11대가 갓길로 멈춰 섰다.(하략)

그날의 사건을 두고 역시 나라 안의 모든 매체가‘모세의 기적(奇蹟)’이라거나, ‘文대통령의 배려…’라며 호들갑을 떨긴 마찬가지였다. 재인이가 대통령 되자마자 기적(奇蹟)의 치적(治積)을 쌓은 것이다. 재인의 또 다른 치적이나 배려가 기대 된다. 옴마야! 살기 좋은 내 나라 대한민국 만세다. 새 대통령이라는 자가 발씨로 실적(實積) 올렸당깨.

 

덧붙임,

하기는 죄 없는 전임 대통령을 깜빵에 보내고 정권을 찬탈하는 것도 기적(奇蹟)은 기적이다. 아닌가? 치적(治積)인가? 실적(實積)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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