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하면 봄을 연상하겠지만… 꽃이 가장 왕성한 시기는 그래도 여름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야 이런저런 꽃과 생물이 막 피어오르지만 산야에 봄을 지나 여름이 가까울수록 신록이 짙어 지는 것처럼 여름이면 꽃들도 더욱 화사함을 자랑한다. 바로 그 시기가 요즈음이다.

이상기온인지? 이상기후인지는 모르겠지만 수 년 간 집안에 피는 각종 꽃들이 그 빛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했다. 다행히 금년은 강수량이 제법 채워진 관계로 야생화를 비롯한 꽃들이 제 모습을 발산하는 것 같다. 이 며칠 사이 각종 꽃들을 관찰하며 찍어 보았다.

꽃 하면 자태(姿態)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자태란 어쩌면 자만? 자긍?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인지 모든 꽃들이 피어나며 나름 자태를 뽐낸다. 그런데 지켜 본 결과 음전하고 다소 곳 겸손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꽃도 있다.

바로 참나리 꽃이다. 참나리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이지만 절대 자태를 뽐내지 않는다. 요즘 집안 곳곳에 참나리가 화려하다.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고추 꽃 역시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좀 안타깝다. 겸손 하다못해 고개를 숙이는 고추꽃을 보면….

이 놈 또는 年의 이름을 접시꽃 이라고 한다. 오래 전 이 꽃을 처음 보는 순간 참으로 함초롬하고 순수한 꽃으로 봤다. 그래서 집안 곳곳에 이 놈 또는 年을 심었는데, 언젠가 이 꽃을 매개하여’접시꽃 당신’이라는 시를 쓰서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애틋함으로 장사를 멋지게 하고 바로 새 마누라 얻어 그 덕에 돈도 벌고 구케의원까지 되더니 이젠 무슨 장관까지 하는 꼬라지를 본 후 지금은 저 놈 한 뿌리만 남기고 다 뽑아 버렸다.

위의 접시꽃 비스무리 하지만 ‘부용화’라고 데레사 누님이 가르쳐 주신 거 간다. 맞겠지 뭐…

이 꽃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다. 샤프인지 볼펜인지 한 거 같았는데….조블의 지인이셨던 홍천 사시는 운정님께서 한 뿌리 보내 주신 건데 이토록 자태를 뽐낸다.

나는 이 해바라기를 볼 때마다 주제넘게 아니 어울리지 않게 빈센트  고흐를 떠올린다. 보통의 해바라라기완 다르다. 역시 홍천의 운정님께서 주신 씨앗을 피웠다.

문주란? 작년 쯤이든가?’막일꾼 선배님’포스트에서 본 기억이 있다. 5-6년 전 역시 홍천의 운정님께서 보내 주셨는데…꽃도 피지 않고 무엇인지 몰랐다. 매년 월동할 때 귀찮아 금년엔 버리려고 마음 먹고 있는데 한 주일 또는 열흘 전 꽃대가 올라오기에…화려하진 않지만 청초한 꽃이다.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안 난다.

꽃 치자다. 이 놈은 10년 넘게 함께한 놈이다. 보노라면 순백의 꽃이 마음을 정화 시켜 준다.

요즘 집안의 화단엔 참나리를 포함한 나리 계열의 꽃들이 화사하다. 특히 그 향이 그렇게 그윽할 수 없다.

그제 어떤 한식집을 갔는데 이 꽃의 줄기와 잎으로 나물 반찬을 내 왔는데 졸깃한 게 맛이 있었다. 역시 이름을 모르겠다.

그나저나 금년 저 놈의 잔디를 세 번이나 제초작업을 했는데 또 저렇게 자랐다. 이제 더는 저 놈과 전쟁을 못하겠다. 내년 아니 올 가을엔 시멘트를 발라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