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가을을 오곡백과(五穀百果)가 결실을 맺는 계절이라고 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첫째, 뭐라고 해도 우리네에 있어 곡식 중의 곡식을 오곡(五穀:쌀. 보리. 콩. 조. 기장)이라 했고 그 가운데 쌀(白米)을 곡중지왕(穀中之王?)으로 으뜸 삼았으니 쌀이 익는 계절이 가을이기에 그렇지 않았을까?
둘째, 제사(祭祀 또는 茶禮)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을 듯하다. 백과(百果)라고 하지만 과일 중 가장 대표되는 과일은 대추(棗). 밤(栗). 감(柿). 배(梨) 등, 제상(祭床)의 가장 앞자리 최우선 중요한 부분에 진설(陳設)을 하는 것들 역시 가을에 익기에 아마도 가을을 결실의 계절이라고 했을 것이라고 유추해 본다.
요즘은 농법이 발전해서 그런지 아니면 지구촌의 문제꺼리인 이상기온이나 기후 탓(대구에서 열대 과일 바나나가 열렸다는 뉴스도 있다)인지 모르지만, 백과(百果)를 대표하는‘조. 율. 시. 이’를 빼고 계절과 때를 가리지 않고 심지어 엄동설한에도 결실을 맺으니 눈밭에서 죽순이나 딸기를 구해 부모봉양 했다는 효자. 효녀 나오기는 틀린 세상이 됐다.
지난 6월 중순에 외람되이 하안거라는 표현을 빌려가며 달포 간 잠시 휴식에 들어가며 집안의 텃밭에 심어둔 작물들을 소개 했지만 그 사이 그것들이 결실을 맺기도 또 어떤 것은 때가 지나기도 했는데, 사실 그동안 모든 수확은 주말에 내려오는 마누라의 몫으로 나는 그저 제초작업 아니면 불가피한 농약을 주는 것을 주 업무로 삼아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엊그제 마누라는 서울 집으로 향하며‘고추(꽈리)와 토마토 좀 따라’며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거듭하며 지엄한 명령하달을 한다. 언감생심 어찌 마누라 명을 거역하겠는가. 조금만 따면 되겠지…. 간단히 생각했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었다.
대추 토마토
감자 두 뿌리캤다.(감자는 비닐하우스에 심었기에 필요할 때 한두 뿌리씩 캔다) 흑토마토(이 놈은 부산지방의 짭짤이 토마토 버금으로 맛이 좋다)그리고 일반 토마토.
수박이 크진 않다. 제일 작은 것은 핸드볼 좀 큰 것은 배구공 정도…참외는 성주참외 안 먹어도 좋을만큼 이미 충분히 따서 손녀들에게 보냈다. 올 해 오이 농사가 형편 없다.파는 된장찌개 좀 하려고 수확했고…
매운 걸 잘 못먹기에 꽈리고추를 선호한다. 열댓 포기를 심었는데 어찌나 많이 열리는지 처치곤란이다. 두세 포기에서 ㅇ; 정도의 양이 나오기에 중간에 너무 지겨워 포기하고 말았다.
이상 마누라 명령으로 엊그제 확보한 수확물이다. 얼마 간은 매일 이 정도의 양이 나올 것이다. 일부 서울 집으로 보내지만 대체적으로 옆집에 나누어 준다.
고구마 줄기도 좀 따 놓으라고 했는데…그만 깜빡해서 시들었다. 낼 모레 마누라 오기 전 미리 다듬어 놓아야 겠다.
복숭아가 적과를 하지 않아 어찌나 많이 매 달렸는지 어떤 나무는 가지가 부러지고 찢어졌다. 내년엔 제대로 한 번…이 뿐만 아니다.사과. 배. 포도가 결실을 기다리고 있다. 내다 팔 것도 아니고…적과도 않고 농약을 주지 않아 안심하고 손녀들 먹기는 딱이다. 이만하면 대장부 살림살이 족하지 않은가?
덧붙임,
월초에 블루베리, 살구, 자두는 이미 수확이 끝나 손녀들의 뱃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