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하던 비가 새벽녘에 잠시 그치나 싶었는데 그냥 이 시간까지 못 먹도go인가 봅니다. 이 비를 두고 가을장마라고 하기는 그렇고, 근간 구차스럽게도 비가 구질 거립니다. 따지고 보면 하늘이라고 왜 서럽지 않겠습니까? 생각하면 생각思로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하늘이 좀 쪼잔 합니다. 이렇게 구질구질 눈물을 짤 게 아니라 천심(天心)좀 크게 써서 귀신을 보내야지요. 귀신은 뭐하는지….
비가 구질거리니 오늘은 고추를 딸 수도 없습니다. 방안에 털어 박혀 인터넷 질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제 2층 발코니에 널어 둔 빨래가 생각나는 겁니다. 그래서 올라갔지요. 습하고 꿉꿉하지만 식탁의자나 적당한 곳에 말리려고 걷으며 울 건너를 바라보니 이 반장형님이 이 우중에 고추를 따는 겁니다. 사실 어제도 고추를 따다 저와 만나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눴거든요. 그 사이 옆엘 보니까 수확한 고추포대가 대여섯 개 보였습니다마는, 대화만 나누고 그냥 무심히 헤어지며 저 역시 고추 따러 고추밭으로 갔답니다.(지금 이 썰을 풀며 생각난 게 있어 이 반장형님이 우중 고추수확물을 찍으려고 2층엘 올라가니 빗방울이 거세서 그런지 철수하고 없습니다.)
이 반장 형님 78-79인가? 독거노인입니다. 정말 정정하다 못해 팔팔합니다. 목소리도…행동하는 것 더욱이 일하는 모습은 8-9세 아래인 저 같은 놈은 언감생심으로…물론 농사로 잔뼈가 굵기도 했겠지만 그래도 그 나이엔 허리도 굽고 동작도 뜰 텐데 전혀 그런 게 안 보입니다. 녹거노인임에도 명랑 쾌할 하고 오지랖도 넓어 온 동네 가정사에 끼어들기도(반장업무 빼고도…). 이반장형님의 신체적 조건이나 정황을 얘기하자는 게 아닙니다.
어제 고추수확 오늘 우중의 수확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봄여름 애 써 작물을 가꾸고 이제부턴 용돈이 필요하면 밭에 나가 힘에 부칠 만큼만 따는 겁니다. 무리 할 거 없습니다. 용돈이 좀 더 필요하면 몇 시간 더 일하고 크게 필요 없으면 조금만 따고 쉬는 겁니다. 제가 그냥 지어낸 얘기가 아니고 그 양반이 그렇게 얘기 했습니다.(아! 이 양반이 진짜 고스톱을 좋아하며 보통 실력이 넘는 답니다. 그래서 별명이 고스톱 교장선생님입니다.)
문가가 노인들에게 수당을 올려준다고 했다지요? 그럴 위치도 아니지만 구차하게 바라지도 않습니다. 자주 그런 생각을 합니다. 쪽방에 산다는 틀니 딱딱거리는 노인네들 말입니다. 왜? 그러고 사는지 정말 한심합니다. 요즘 농촌 사람구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억지로 사람을 구해도 70대 초반은 젊은이 층에 속합니다. 허리 꼬부라진 파파 할매들이 주류입니다. 그리고 3시 세 끼 먹고 작물에 따라 8-9만원 어떤 곳은 10만원도 일당 받아갑니다. 사실 큰 능률도 없습니다. 아니한 말로 젊은이들이 하면 하루에 할 걸 3-4일 걸립니다. 인건비가 가중됩니다. 그런데 가격을 조금만 높여도 도시 사람들 난리 부르스 춥니다. 아니 물가당국이 더gr합니다.
내가 문가라면 그런 노인네들 지방으로 소개(疏開) 시키겠습니다. 요즘 지 말 한마디면 다 통하잖아요? 그냥 소개 시키는 게 아니라 정착금과 농촌공동주택 만들어 분양해 주는 겁니다. 대한미국 땅이 아무리 좁아도 그런 노인네들 자경(自耕)할 만큼 나눌 땅은 됩니다. 남의 집 일하러 가기 싫으면 이반장형님처럼 고추 좀 심고 용돈이 필요할 때 조금씩 따면 됩니다. 문제는 소위 쪽방 촌 독거노인네들이 하나같이 게을러터진데 있습니다. 평생을 편안함만 갈구하거나 구가한 인간 거시기들이 많습니다. 평생 세금 한 푼 안 내고 공으로 복지를 바라는 문가식 票퓰리즘에 딱 어울리는….그런 즉 문가나 문가 아류는 그런 표를 얻는데 써 먹을 좋은 재료를 함부로 버리지 않을 겁니다.
솔직히 나이가 들수록 운동을 점점 멀리합니다. 그렇다고 돈 주고 피트니스 클럽가기도 그렇고…그 마저도 이런 산골에서 갈래야 갈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딱 좋은 건 2-3시간 내지 3-4시간 텃밭에서 노동을 하며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한 뒤 캔 맥주 한 깡통 들이키는 그 맛이란…..유토피아가 따로 없습니다. 있지도 않은 무릉도원을 왜 찾아 나섭니까?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입니다. 좀 전에 걷어온 습하고 꿉꿉한 빨래처럼 그런 쪽방에서 뜨거운 바람만 나오는 선풍기 털어 놓고 천장만 쳐다보고 누워있을 문가와 그 아류의 놀이게 감들이 이 빗속에 갑자기 가여운 생각이 들어 해 본 소립니다.
좀 전에 찍은 그래도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사진입니다.
복숭아가 주렁주렁 가지가 부러질 만큼 매달렸습니다. 그래도 다음 주 아들며느리가 내려올 때까지는 그냥 두려고 합니다. 따두는 것보다는 직접 싱싱한 거 따가게…. 집 앞 텃밭의 고구마 줄기가 너무삐져 나왔길레 좀 잡아 당겼더니 딸려 나왔습니다. 기왕 세상 나온 거 오늘 점심을 저 놈들로 때워야 겠습니다. 한 끼는 충분 하겠습니다. 늘 하는 얘기지만 싸나이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습니까?
데레사
2017년 8월 20일 at 6:50 오후
나도 낮에 고구마 먹었습니다.
요즘은 고구마가 좀 비쌉니다. 이제 햇고구마
나오면 내려 가겠지요.
우리나라 복지수당은 세금 안냈던 사람은 덕보고
세금냈던 사람은 아무런 혜택도 없지요.
미국은 세금 낸 액수에 따라 연금이 책정된다고
하던데…
ss8000
2017년 8월 21일 at 3:01 오전
고구마를 포기 수로는 2천 포기 넘게 심었습니다.
말라 죽고 좀 살겠다 싶은 것은 고라니라는 놈이
반도 넘게 잘라먹으니 생육이 안 되고
그나마 남은 건 맷돼지가 아작을 내고….
신문. 방송에 조수해를 호소하는 농사꾼들이
많습니다마는 정말 피해가 많아도 아뭇소리 않고
그러려니 하는 농민이 더 많습니다.
조금만 불편하거나 힘들어도 그 놈의 민원
지 돈 아니라고 마구 혈세를 풀어 대는 지도자라는 것들,
복지라는 게 가만히 앉아서 떠 먹여 주기를 바라는 게 원래 취지는 아닐 텐데…
그 놈의 票때문에 제 주머니 돈 인심 쓰듯 하니…이게 나라 꼬라지가 되겠습니까?
박근혜가 깜빵에 가 있는 단초가 뭐겠습니까?
촉새같은 유승민의 청와대 알라 라는 표현부터 증세없는 복지의 허구론을 들고
나오면서부터 알력과 암투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 놈이 조디를 얄밉게 놀려서 긴 하지만
말이야 바른 말이었지요.
어제 점심 때 먹은 고구마가 맛이 덜 했습니다.
박든혜의 실정과 유승민의 암투가 설 익은 고구마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