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떤 이가 내 썰에 답글 주시기를. 황송하게도 허접한 내 썰을 자주 접한다는 인사와 함께 당신 자신의 삶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끝에 성공담과 그 우월성을 과시 하고픈 속내를 많이 드러내는 경향이 짙다고 하신다. 그리고 나의 그런 썰들이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하거나 동일시하는 점이 불편하시다는 거다. 덧붙여 고사(특히 춘추전국시대)를 열거하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하는 뉘앙스로 다가 오신단다.
그리고 첨언하시기를 자신의 선대 할아버지 되시는 양반이 세조 찬탈 시 항명을 했다가 불이익을 당하며 후대에‘벼슬살이’를 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그래도 개 중 몇 사람은 과거를 보고 벼슬을 살며 선대의 유명(遺命)에 反했다며 그 조차도 과거는 과거이고 참고 사항이지 절대가 아니며 조상의 유언을 거부한 게 패악이냐고 물으며“충신과 열녀는 후대가 만들어낸 史일뿐 眞實이 될 수 없다는 것 거부 하시나요!”라며 애매모호한 충고와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지지하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사실 조차 거부하라는 님의 의견에는 동승 할수가 없네요!후세 사가들이 박근혜를 지지한 류들이 충신 따위를 듣고잡이라서 박근혜 지지하는 건 아닐겁니다.지자들은 충신이라는 소리가 아니라 진실 탄핵의 진실을 듣고파 하는 겁니다. 이에 대해 왜곡 하시지 않았으면 합니다.(본인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 옴.)”라며 호통까지 치신다.
처음 이 글을 대할 때 좀은 난감했다. 나 역시 바로 답글을 달아 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하시는 말씀은 제법 예를 갖추고 정중했지만 말씀이 오락가락 하시는 게 그동안 심혈을 기우려 풀어 온 내 썰에 대한 진의를 그분이 제대로 파악 못하시고 계신 듯 했고, 자칫 댓글을 달았다간 또 다른 오해를 불러오며 쌍방 간 격앙될 수도 있는 사안이 있기에 지금같이 기회가 있으면 답썰을 해 드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와 그 분 사이에 오간 핵심의 요체는 그것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와 홍준표 대표의 근간 정치적 행보가 상충되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 보다 단도직입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박근혜를 지지하는데 여러 잔소리 하지 말라! 그것도 고사(古事)를 빌려가며 푸는 썰이 한마디로 건방지다는 식의 말씀이다.
처음 그 분의 글을 읽었을 때 통찰력은 꽤 있으신 것 같았다. 내 자신이 썰을 풀어오며 고단했던 삶을 회상하는 부분이 많았다. 어떤 부분은 비참할 정도로 또 어떤 부분은 나 자신을 부각시키기도. 아마도 이런 것들이 그 분 눈엔 좀 거시기하게 보이셨던 모양이다. 변명을 더 널어놓기 전, 절재(節齋) 김종서 장군의 시 한 편을 소개할까 한다. 마침 그 분의 선대 어르신이 세조찬탈과 관련이 있으시다니….
<<<<삭풍(朔風)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明月)은 눈 속에 찬데
만리변성(萬里邊城)에 일장검(一長劍) 짚고 서서
긴파람 큰 한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나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위의 시를 가끔 읊조리고 곱씹고 했다. 그래서 가끔 천신만고 끝에 늘그막에 약간의 안정을 찾은 내 삶을 자랑해 온 썰을 풀기도 했다. 그러나 부탁건대 그것을 꼭 자랑으로만 보지 말았으면 한다. 요즘 세태, 요즘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조언이고 충고다. 어쩌면 조금만 힘들면 목숨을 버리는 나약한 자들에 대한 분노의 질타다. 며칠 전 tv(어딘진 모르겠다.)어떤 양반의 다큐멘타리 성공담을 보았는데, 그이의 얘기가 귀에 쏙 들어왔다. 자신은 아무리 친하거나 꼭 가봐야 할 상사(喪事)라도 자살한 사람의 문상은 절대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죽을 용기로 왜 더 살아가지 않았느냐며 분기탱천까지 하는 것 같았다. 이 얘기가 타당하다고 생각 되지 않는가? 내 삶이 그랬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아 온 것이 나 스스로 대견했기 때문에 요즘 세태와 젊은이들에게 이따금 해 주고 싶은 조언이고 충고인 것이다.
아! 얘기가 한참 빗나갔거나 변명이 지나치게 기운 것 같다. 그 분과 이런 썰을 주고받게 된 동기와 이유는 이미 밝혔지만, 그분은 철저한 박근혜 지지자이며, 나는 고사나 거론하며 과거에 집착하며 사실을 왜곡하는 전근대적인 사람으로 낙인을 찍어 신다. 더 솔직담백하게 얘기하면 나의 주장인‘이제 박근혜는 잊어라!’는 썰에 대한 반박문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했다. 억지를 부리자는 게 아니다. 오늘이 아닌 어제 아니 1분초의 시각이라도 과거다. 인간은 과거를 회상하고 상기하며 그 잘잘못을 따지고 또 따르며 살아가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이 땅의 삼국시대만 과거일까? 그것을 꼭 문자로 표현 한다면 과거라는 단어 보다는 역사(歷史)라고 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과거는 박정희 대통령의 역사이고 김대중의 시간은 김대중의 역사다. 역사는 언제나 반복되는 것이다. 내가 굳이 춘추전국시대나 삼국지의 고사를 인용하는 것은 그 역사들이 현재와 부합되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 됐을 때 얼마나 환호하고 열광 했던가? 그리고 그녀를 믿고 따랐다. 그러나 박근혜 본인이 박복 했거나 대한민국의 국운이 어쩔 수 없었던지 오늘날 총체적 위기에 몰려 있는 것이다. 그 위기 중의 하나가 보수의 궤멸(潰滅)과 종북좌파의 득세(得勢)인 것이고 그 가운데 박근혜와 홍준표의 대립(對立: 긴 설명 않더라도 알아들을 것이다)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여기 쯤 하겠다. 이 썰을 끝내기 전 딱 하나만 물어 보자. 만약 내 물음에 정답은 아닐지라도 비슷하게라도 답을 준다면, 그 시각 이후로, 단호히 말하건대 내 생명과 많지 않은 재산을 바쳐서라도 나도 광박(狂朴) 될 것이다. 내 하늘을 두고 맹세 한다.
질문:
어쨌든 박근혜는 과거의 인물이 되었다. 그런 과거의 박근혜가 탄핵취소 판결 받고 무죄석방이 된다면 광박들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과거의 박근혜가 우리 국민과 이 나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제발! 나로 하여 반박돌이가 아닌 광박돌이가 될 수 있는 답을 누군가가 주셨으면 한다.
백발의천사
2017년 8월 23일 at 10:43 오전
저는 가급적이면 정치적인 논쟁에는 끼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사람마다 정치적인 생각과 철학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동지의식을 느끼고 말이 통한다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지만 정치인도 아닌 장삼이사들이 정치 이야기로 핏대 세우면 이 사회가 얼마나 삭막해 지겠습니까?
그 분의 반박 논리에 너무 심각하게 반응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저 오선생님의 생각대로 그냥 “썰”을 풀어 주시면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나름 카타르시스를 느끼면 되지 않겠습니까?
다들 나라를 걱정하고 자식세대를 염려하는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들인데 보는 관점에 따라서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오선생님의 해박한 중국역사 특히 삼국지와 열국지, 손자병법 등이 적절한 때에 기막히게 인용되는 그 명 “썰”을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2500여년전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군웅할거시대의 이야기는 바로 오늘날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손무에 의해 손자병법이 쓰여진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근 2600여 년 전인데 아직도 손자병법은 시대를 넘어 살아있는 병법서라고 하지 않습니까? 활쏘고 칼쓰던 그 시절의 병법서가 왜 이 시대에 병법서로 읽혀지고 있을까요? 사람의 생각은 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 아닐까요?
지금은 부자간, 형제간, 부부간 정치적인 견해 차이로 불화가 깊어가는 위중(?) 한 시기입니다. 저는 그게 두렵고 그래서 웃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일찍(!) 죽을 것 같습니다. ㅎㅎㅎ
후세의 역사가가 박근혜대통령을 어떻게든 평가하겠지요….
ss8000
2017년 8월 24일 at 8:51 오전
네, 저 역시 정치라는 것에 취미도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하게도 조선일보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고 좌. 우가 더욱 심화 될 때
좌측에서 조선일보를 매국신문이라 칭하며 마구 훼손 시키는 모습에
분노 하게 됐습니다. 당시는 조선의 애독자였거든요.
그리고 그 때가 중국에 상주할 때 였고,
조선에 많이 기대고 해외생활 할 때였습니다.
서민이 정치에 관여 한다는 게 참 무망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지만
이렇게라도 위정자들을 그냥 두면 정말 나라가 망하고 맙니다.
나름 애국하는 심정으오 이런 답니다.
물론 때론 내버려 두는 것도 애국일 수 있겠지만….
제 생각엔 물태우 이상으로 욕을 먹을 것 같습니다.(박근혜가…)
가끔은 비위 상하는 단어들이 맞아 들어갈 때
기분이 몹시 씁쓸 합니다.
박근혜는 어떤 놈 말대로 귀태 였는지도 모릅니다.
나라를 이토록 송두리 채 좌파에게 빼앗길 수 있습니까?
그 책임의 90% 박근혜 탓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정신 못차리고
박근혜를 외치는 광신도들이 더 큰 문젭니다. 하아! 그저 한숨만 나옵니다.
연일 계속 되는 비로 습하기만 합니다.천사님께서도 건강 보중 잘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