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용무로 중국을 며칠 다녀왔다. ‘사드보복’이 한창이었던 때와는 달리 입국절차고 여타 중국인의 태도가 많이 누그러진 듯 했다. 호텔 로비에서도 식당에서도“한국에서 왔느냐”고 친절하게 물어도 보고 방싯방싯 웃기까지 한다. 예전 같으면 어떤 경우(장소에 따라…)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부정을 했었는데 미소 띤 그들의 질문에 굳이 아니라거나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부드러웠다.
아마도 우리네가 예상하고 있는 대로 시진핑 황제 등극 이후 나름 유화(宥和)책으로 바뀐 모양이다. 결국‘사드보복’이 목적이 아니라 황제 등극의 수순 밟는 와중에‘사드배치’문제가 대두 되자 미국에 꼼짝 못하는 인상을 줌으로 자칫 민심의 이반을 다잡기 위한 수단의 일부분이었을 뿐인 느낌이다. 그런 걸 마치 현 정권의 외교실적인양 짓까불며 떠들고 있다.
호텔방에 들어 앉아 뉴스를 튼다. 다는 못 알아먹어도 화면 밑으로 흐르는 자막을 보며 대충 짜깁기를 하면 반쯤은 그 맥(脈)이 통한다. 아무리 황제의 등극을 축하하는 제스쳐이지만, 늘 비웃는 듯 능멸하듯 알 수 없는 웃음을 머금은 황제의 모습에 마치 죄지은 자들에게 대사령(大赦令)내리듯‘사드보복’을 해제한다는 느낌을 받고 묘한 감상에 젖어 든다.
중국인은 만리장성을 두고 그 앞에 만리(萬里)라는 수식을 달지 않는다. 그냥 장성(長城)이라고 부른다. 하긴 영어로도 성(城: castle)의 개념이 아닌 거대(위대)한 벽(The Great Wall)이지 성이라고 하지 않는다.
만리장성은 규모도 규모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그 성의 목적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전문가나 식자(識者)들은 그런 생각을 못 할 뿐이다.
서양의 성(castle)은 절대 방어용이다. 결코 공격용이 아니다. 그러기에 성 둘레에 해자(垓字 또는 호참(壕塹))을 파고 물을 채워 적으로부터 수성(守城)을 도모하는 것이다. 즉, 적의 공격을 받으면 수성을 하다가 유리할 때만 성문을 엶과 동시 해자에 다리를 놓고 적을 쫒는 것이다. 따라서 서양 개념으로는 만리장성은 성이 아니라 거대한 벽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벽(壁)에는 항상 문이 달려있다. 당연히 나고 들고 하기 위한 목적의 문이 있다. 여기에 중국의 욕심이 숨어 있는 것이다. 만리장성이라는 벽은 도적(외적. 오랑캐)을 못 들어오게 막는 것이지만, 적이 약해 보이거나 어떤 침공(침략)의 대상이 되면 요소요소에 설치한 성문(城門 또는 관문(關門))을 순식간 열고 쳐 나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한반도 때문에 여러 차례 장성의 문이 열렸던 경험이 이를 증명한다.
더불어 그들이 만리(萬里)라는 거리와 길이를 사용치 않는 데는 거대한 음모(陰謀)나 함의(含意)가 숨어 있다. 즉, 그들은 만리에 국한(局限)하기 싫은 것이다. 장성(長城)으로 표기하면 계속 쌓아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2만리, 3만리…..도 장성(長城)일 뿐이다. 보다 길게 쌓아 나가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는 것이다.
근간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전략(작전)을 들고 나왔다. 즉,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一帶)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一)를 뜻하는 말로, 시진핑(習近平)이 2013년 9~10월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처음 제시한 전략이다. 장성을 쌓은 시황제(始皇帝)와 21세기 새로이 등극한 시황제(習皇帝)의 묘한 만남이다.
실크로드는 문명 및 문화 창달의 교환 길도 되었지만 역으로 공격루트이자 침공의 길이기도 했다. 더구나 현대판 모든 실크로드는 소위 넘쳐나는 차이나 머니(china money)로 구성되고 닦여지는 것이다. 모든 구조물(構造物)은 물주의 소유인 것이다. 비록 토지권은 없어도 지상권은 법적으로 유효한 것이다. 만약 누구라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티벳을 침공하듯 한 순간 먹어치우자는 것이다.
그 뿐인가? 봉산개도우수가교 (逢山開道遇水架橋), 산을 만나면 길을 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 것은 만리장성을 쌓을 때부터 내려오는 중국인들의 철학이다. 험지에 철도와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은 14억 인구가 자랑하는 중국인민군(中國人民軍)의 이동 수단인 것이다. 특히 수 년 전 완공된 칭장(靑藏)고속철은 오지 중의 오지인 티벳의 독립을 끝까지 막아 보겠다는 속셈이고 그 나머지는 그것을 교묘히 감추기 위한 중국의 음모의 연장선에 불과한 것이다.
썰이 좀 장황해 졌지만, 만리장성(萬里長城)과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쌍둥이인 것이다. 다만 그 방법이 옛것과 새로운 것일 뿐. 즉, 중국의 미소 뒤엔 언제나 음흉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은 수천 년 전에도 현재에 이르러도 항상 잠재적인 적이었다. 그들의 음흉한 미소 뒤엔 언제나 간계(奸計)가 숨어 있는 것이다. ‘사드보복’이 해제(?) 되었다고 마치 현 정권의 치적인양 너무 까불고 좋아하지 말라는 뜻에서 해 보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