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과장(誇張)과 허례허식(虛禮虛飾)

지난 달 말경 중국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출장 하루 전날 언제나 중국 거래처 한곳에 통보를 한다. 첫째 호텔예약(묵는 호텔은 거래처와 조인(join)이 되어 있어 얼마간 할인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둘째 공항(목적지까지는 두 시간 정도 걸린다)에서 나를 픽업할 차와 기사(10여 년째 단골이고 그가 호텔예약을 해 둔다.)를 부탁하기 위함이다. 어쨌든 도착을 하고 언제나 그러하듯 미리 예약됐을 호텔에 도착했는데, 기사(王씨)가 몹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방값이 비싼 것 밖에 없어 그것을 예약 했다는 것이다.

언제나 묵는 그 호텔은 중국 내 10대 그룹(재벌)의 계열사 호텔이다. 중소도시에 위치한 28층의 호텔로 그 동안(도심에 있던 호텔에서 이곳으로 단골 삼은 게 4. 5년 되었다) 묵어온 결과 썩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예약한 그날과 그 이튿날까지 그룹의 간부 워커샵이 개최되어 평소에 묵던 싼 방은 그들에게 제공되고 비싼 방밖에 없어 그곳을 예약했다는 것이다.

이미 호텔에 들어섰고 뾰족한 방법도 없어 별 걸 다 걱정한다며 통 큰 이해를 하고 도대체 방값이 얼마나 비싼 거냐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50元’이란다. 내가 잘못 들었나 하고 다시 물어보니 분명 50元이란다. 수 년 전 개그프로에 나왔던 500원도 아닌 50원이라니….어이가 없었지만(속으로…)‘메이꽌시! 팅하오!’를 연발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아무튼 체크인 하고 키 받아들고 방문을 여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던 것이다. 정말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평소에 묵던 방의 두 배는 훨씬 넘는 크기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공간만 넓은 게 아니었다. 화장실도 크고 넓었으며 이런저런 장식도 눈이 부시도록 금빛 찬란한 것들이고 1회용 칫솔도 기타 제공되는 서비스품목의 품질이 입이 벌어지도록 모두 달랐다. 세상에 돈50원이 무엇이 관대 4. 5년을 차별 당하고 묵어 왔다는 게 억울하고 야속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평소 묵든 방값은 480원이었으니 결국 50원이 추가가 되어 4일 밤을 묵으면 200원의 추가요금이 발생하면, 20여 년 전 내가 중국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을 당시의 중국인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3만 원(원화) 정도. 하룻밤 방값은 고사하고 추가요금 만으로도 근로자의 한 달 월급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하면 당시를 살아 온 王기사의 걱정이 이해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이상은 王기사의 절약(?) 아니면 내핍(?) 정신을 얘기 하자는 게 아니다.

중국에 상주할 당시 가끔은 현지 직원들의 가정에 초청 받아가는 일이 있다. 한 가정을 방문했을 때다. 올망졸망 예닐곱 또 그 아래의 여아(女兒) 둘이 보이기에 인사를 주고받고 난 뒤 우리 식으로 그 아이들에게 10元 씩 용돈(?)을 내 밀었다. 그들은 우리처럼 부모가‘아이고! 그만 두세요! 그러지 마세요!’하는 헛 인사는 않는다. 아이들은 잠시 주뼛거렸지만 일단 받아들고 돌아섰다. 그런데 당시 내 곁에 있던 조선족 통역직원(그 땐 중국말을 한마디도 못할 때…)이 하는 말‘사장님! 중국 사람들은 용돈 줄 때 10원짜리 주면 결롑네다’라며 약간 상기되어 알려 주는 것이었다. 당시 환율로 봤을 때 우리 돈 천 원이면 중국인 하루 일당임에도 그 돈이 적고 결례가 된 다니….그 후론 절대 어린애들에게 그런 허튼 짓 하지 않았다.

요즘은 많이 달라지고 소위 패스트 푸드도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고 있지만, 우리와 중국의 음식문화가 달라 중국음식엔 반찬이라는 개념이 없다. 하다못해 짠지(김치) 조각이라도 주문을 해야 하고 최소한 서너 개 네댓 종류의 요리를 시켜야 식사가 가능하다. 물론 밥도 따로 주문을 해야 하고. 문제는 양이 너무 많고 잔반이 넘치는 것이다. 라면. 국수 등 밀가루 음식을 제하면 중국에선 소위‘혼밥’은 어렵다.

같은 식당(반점)에서 중국인들 요리 시키는 것 보면 10여 가지가 넘고 먹어가며 계속 또 다른 요리를 시켜가며 잔반을 생산해 낸다. 과소비이기도 일종의 허례허식(虛禮虛飾)을 중국 사람들은 즐긴다. 마치 그날 하루를 살기 위해 태어난 하루살이처럼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돌아가면 나무젓가락 하나에 의지하여 초라하게 입으로 퍼 넣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겉으로만 보면 통 큰 대륙인의 모습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들의 경조사 때 축의금이나 부의금은 우리처럼 하지 않는다. 거의 반 달치 정도 또는 그 이상의 경조사 부조를 한다. 역시 통 큰 대륙적 허례허식이다. 허례허식은 과장(誇張)과 동일한 의미다.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는 우리만 있다지만, 중국에서 방을 구하려면 1년 치 방값을 한꺼번에 내야 한다. 우리도 제주에는 그런 제도라고 들었지만, 문제는 그 방값을 주인이 설정한 가격에서 한 푼이라도 마음에 차지 않으면 1년이고 2년이고 그 방을 비워 둔다는 사실이다.

이 모든 게 그들 나름의 문화이기는 하지만 가만히 곱씹어 보면 많이 과장(誇張)되고 허례허식의 단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 보다 가장 우선으로 꼽는 그들의 문화는 인간적 관계(關係) 즉, ‘꽌시’라고 하는 독특한 문화라고 할 것이다.

누구도 그러하듯 한 번 맺은 관계는 피차 잘 지켜지고 존중 되어야겠지만, 그 관계가 백날 천날 좋기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국인은 그 도가 지나칠 정도로 중요시 한다. 역으로 한 번 틀어지면 회복불능의 지경인 것이다.

文대통령, 12월 訪中 합의… ‘잃어버린 시간 만회’”라며 대서특필 기사가 떴다. 사드보복’을 자행한 경우도 그렇지만 다시 그 보복을 해제하는 경우도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과장도 허례허식도 왠지 한. 중 양국 간의 불안한 관계(꽌시)에 출발하는 것 같아 오금이 저리다. 물론 이전의 꽌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 불안함을 우리 모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들과의 꽌시엔 늘 과장(誇張)과 허례허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이번 조치는 혈맹 미국이 있었기에 내려 진 불안한 꽌시라는 것을 문재인과 현 정권의 당국자는 명심 又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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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호텔방은 세계 어느 나라의 호텔 방 보다 크다. 자랑이 아니라 라스베가스에서 최고의 호텔에서도 묵어 봤지만 중국 객실처럼 크지는 않았다. 그럼에 50元 차이에 그 두배가 되는 방을 서비스 받았기에 너무 황당하고 신기해서 사진을 다 찍었다. 웬만한 호텔 스위트 룸(suite room)공간의 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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