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마태복음 6장3.4절에 이르기를“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을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나는 년 말만 되면 이 거룩한 말씀에서 갈등하거나 허탈해 한다. 그리고 아버지(예수님)는 선지자가 아니라 위선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뭐,,,, 얼마 지나지 않으면 또 나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이 매월 그리고 또 수시로 움직인다. 그 순간만은 왼손이 절대 모른다. 아니다. 알고도 모른 척 해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년 말이나 12월 초 쯤 되면 두 장의 영수증이 날아온다. 소위 기부금영수증이다. 하나는‘사단법인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서 또 하나는 정말 밝히기 거시기한 모모(某某)한 불우이웃돕기 단체다. 명목은 소득세법시행령 제80조 1항 1호이다. 유니세프는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고 모모한 곳은 2년이 조금 넘었다. 이 뿐만 아니라 몇 달 전 마누라와 tv(ebs)를 보다가 아프리카 오지의 눈물 쏙 빼는 사연에 매월 고정급을 기부한다는 전화를 하고 통장번호를 알려주며 고정이체를 하도록 했다. 여기까지는 나만 알고 마누라만 아는 사실이라 타인은 모른다. 이 정도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 것 아닐까? 나 기부했습니다!!! 라고 소리 친 것도 아닌데….

 

내가 굳이 오늘의 썰제“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라며 시비조로 들고 나온 것은…..

 

그 그제는 마을 대동계 날이다. 어제 다른 썰에서 미리 밝혔지만 1년 간 지내왔던 대소사를 반추(反芻)하고 입출금의 대차대조표를 보고하고 마감 짓는 날이다. 매년 이맘의 정해진 날 마을회관에 모이면 앞앞이‘00년도 대동계 결산 보고서’라는 인쇄물을 나누어 준다.

 

나 자신이 속물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인쇄물을 받아들면 가장먼저 기부(찬조)란을 살핀다. 왜냐하면 그곳엔 항시 기부(찬조)자의 명단과 금액이 뚜렷하게 인쇄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년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한 인물로 우뚝한 사실에 희열을 느끼고 내년에도 같은 희열을 맛 봐야지….다짐을 하는 것이다.

 

어!? 근데 금년엔 기부금란에 총액만 나와 있고 그 명단이 없다. 이게 뭐야? 솔직히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실망이 크다. 이 자식들 봐라!(속으로…이장의 책임인지 아니면 대동계장의 속낸지 모르지만…) 대충 따져도 금년엔 야유회 버스대절 60만, 당일 중식(찬조)40만, 노인회 행사시 20만, 척사 대회 찬조 20만, 알 수 없는 금액의 부녀회(이건 마누라가 내지만 내 이름으로 오른다), 금년 마을 초상 4건(무조건 10만), 특히 지난 달 캐나다 여행기간 동안 이장 딸내미 결혼식이 있어 참석은 못했지만 미리 보낸 봉투(30만),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마을을 위해 애 쓴다고 부조한 것이다. 이외에 기억 안 나는 한두 건의 기부나 찬조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맘의 그날 그 짧은 시각의 희열을 앗아 버린 것이다.

 

매년 연말이면 불우이웃돕기 성금 온도계가 기대 이상의 목적을 달성 했느니 아니면 온도계의 눈금이 예년 같지 않느니 하며 모금의 촉구를 보도한다. 금년엔 그 수치가 예상 밖으로 올라가지 않는다는 보도를 보았다. 당연한 결과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다. 당국의 자업자득이라고 감히 말 할 수 있다. 기부하는 개인이나 단체 그리고 기업들이 누릴 희열을 멍청한 정권이 빼앗아 간 것이다.

 

가령 누군가가, 정말 만 명에 하나 있을까 말까한 거금을 몰래 두고 간다는 뉴스를 보긴 한다. 얼마나 희귀한 행동(선행)이면 전국의 모든 방송과 도하 메이저 신문은 고사하고 찌라시까지 나서서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홍보한다. 그러나 억만금을 낸 단체나 기업은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그러려니 하고 만다.

 

평화의 댐 공사, 매년 벌어지는 장마철 수해 의연금, IMF 당시 금모으기, 하다못해 최근의 포항지진 등등등…..신문사는 신문사대로 특별히 공영방송 KBS는 별도의 모금운동을 방송프로그램으로 할애하고 그것도 모자라 본사와 각 지방방송 뉴스시간 끝머리에 단돈 기 만원을 기부한 명단도 다 올려 주는 것은 왜 일까? 오른손과 왼손의 얘기대로 한다면 방송 자체나 명단 따위를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참, 대가리 나쁜 정권이 들어섰다. 전 정권에서 기업에게 찬조를 부탁한 것을 정경유착이니 아니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적폐처럼 대대적으로 수사를 하며 그것도 모자라 저인망 쌍끌이 식으로 기부에 앞장 선 기업을 매도하고 폄하했으니, 분명히 장담하건대 금년 아니 문가 정권이 끝날 때까지 불우이웃돕기 성금 온도계는 기대를 접어야 할 것이다.

 

기부를 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정도는 사람이나 단체가 다를 것이다. 진정 오른손이 모르게 몰래 쪽지 한 장만 남기고 십 수년째 사라지는 양반도 있겠으나 나 같이 비록 산골마을의 작은 일이지만 기부자 맨 첫머리에 그 이름과 금액이 나타나는 걸 보고 희열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부하는 금전이 도둑질이나 강도질, 사기 친 게 아닌 떳떳한 돈인데 금액과 명단을 못 밝힐 이유라도 있는가? 그게 아니라면 모든 기부자가 홍길동이나 일지매처럼 의적(義賊)이라도 되란 말인가?

 

그런데 정말 웃기는 것은, 전 정권 당시 이런저런 기부를 한 기업들과 정부를 적폐라는 이름을 씌우고 파렴치범으로 매도한 놈들이 정권 잡은 지 반년 정도 넘기자 시쳇말로 통치자금이 필요했던가? 8대 재벌인사들을 끌어 모으려다가 뾰록이나자 취소를 했다니.. 돈이 그렇게 궁했나 보다. 소위 진보(빨/갱/이)라는 작자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외치는 게 청렴(淸廉)이다. 그런 청렴이 진이 다 빠졌는지 노무현은 그로 인해 쪽팔려 자살하고, 마치 저들만 청렴한 척 전 정권과 기업을 폄훼하고 매도한 후 겨우 6개월짜리 정권이 재벌을 상대로 슈킹을 뜯으려고 한다.

 

기부금에 대한 명단과 금액이 밝혀져야 할 이유는 희열(喜悅)은 둘째다. 그 금액의 용처(用處)에 대한 선명성(鮮明性)과 투명성(透明性)에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희대의 범죄를 저지른 이某라는 자의 모금사태도 알려졌지만 선명이나 투명하지 못한 모금이 어떤 식으로 쓰여 지는지 모르고 함부로 특히 범죄행위에 쓰여 진다면 모금에 참가한 인간만 병신 되고 마는 것이다.

 

마태복음 6장3.4절에 이르기를“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을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하신 이 말씀은 코흘리개의 고린 동전까지 훑어 내자는 아버지(예수님)의 간교한 계책이다. 십일조니 뭐니 매미 채에 연보(捐補)돈을 낼 때 꼬깃꼬깃 아니면 동전 몇 닢을 깊숙이 집어넣고 수줍어하는 모습에도 알 수 있다. 너무 적게 내니 쪽 팔린다? 어떤 단체에 모금을 하면 몇몇의 부탁이라며 금액 표시를 않는단다. 그리고 결산공고도 없다. 단 돈 1원을 내도 쪽 팔릴 것 없다. 그러나 많이 내는 사람 사기를 앙양(昂揚)하거나 진작(振作)시킬 필요는 있다. 그것을 희열로 아는 나 같은 사람은 내년엔 보다 더….

 

따라서 그 돈이 떳떳한 돈이라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알게 하자. 왼손이 남이가? 왼손도 나의 수족이다 충분히 알권리가 있다. 왜? 금년 피땀 흘려 고추농사 짓는데 왼손도 똑 같이 했기 때문이다.

 

 

덧붙임,

경조사에 특별히 더 많이 부조해야 할 사람이 있다. 친소관계 친. 인척관계 하다못해 각급의 학교 동창이라도 보다 신경 쓰이는 경우가 있다는 뜻이다. 위에 언급했지만 이장 딸내미 결혼식이라고 통상 마을의 경조사에 10만원이라는 고정 금을 부조 했지만 1년 간 마을을 위해 애 쓴 이장이라 특별히30만 원을 봉투에 담아 나는 그 집 마당에 주차하여 기다리고 마누라가 전달하러 갔다. 그런데 아무도 없고 모친 혼자 있단다. 마음에 약간 꺼렸지만 그냥 사정 애기를 하고 드리고 왔단다.(내가 문 앞까지 나온 모친을 봤다)

 

그런데 가기 전 이틀 사흘이 지나도 전화 한 통 없다. 생색을 내자는 게 아니지만, 피 한 방울 안 섞인 놈에게 어쩌다 눈에 뜨이면 목례나 주고받는 놈에게 3만 원도 아닌 30만 원을 받았으면 보통의 사람이라면‘아니!? 무슨 부조를…’하고 전화 한 통화라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대동 곗날, 노인회 곗날 내 눈과 수차례 마주치고도 일언반구도 없다. 저 놈이 저렇게 후안무치한 놈인가? 의아심이 든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나나 마누라가 모르는 그 집의 속사정(모친의 건망증이나 치매… 그러나 평소 지나다닐 때 마주치면 아주 정상이다) 때문에 생긴 배달사고?

 

이장! 나 봉투 30만 원 넣었는데 ….라고 말 할 수도 없고…. 그러고 보니 어떤 정당한 모금이나 부조가 더욱 선명하려면 명단이 있어야겠다. 배달 사고도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쨌든 금년부턴 땡전 한 닢도…. 맹세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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