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삼랑(極東三狼)

극동(極東), 아시아 동쪽으로 맨(최)끝의 나라들. 한반도. 일. 중국 넓게는 시베리아로 불리는 러시아의 일부지역을 이름이나, 일본은 섬나라로 떨어져 나갔으니 제외하고 시베리아는 국제정세로나 정치적으로나 크게 관계가 없으니 열외로 한다면 남은 것은 한국. 중국. 북괴 삼국(三國)이 진정한 극동(極東)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가운데 현재 삼국의 수장들의 하는 짓이 마치 시랑(豺狼: 승냥이나 이리)같은 짐승 짓을 하기로 세 마리의 시랑 즉 삼랑(三狼)이라고 이름 붙여 본 것이다.

 

허유(許攸) 자(字)는 자원(子遠)이며 남양(南陽:하남성 남양, 제갈공명의 고향)사람이다. 조조 수하의 명장 허저(許楮)가 한 솥 밥 먹으며 함께 일하던 모사 허유(許攸)의 몸통과 분리시킨 모가지를 조조에게 바치며 죄를 청한 게 서기203년(단기2536년, 중국漢헌제 건안8년, 신라 내해이사금8년, 고구려 산상왕7년, 백제 초고왕38년)이다. 조조는 물론 허저의 이런 행동에 내심 쾌재를 불렀지만 겉으로는 크게 혼을 내면서도 그의 죄 청함을 사해 주었다.

 

한 솥 밥 먹으며 그것도 일가(一家?)인 허저가 허유의 목을 친 사연은 이랬다. 원래 허유는 어릴 때 조조와 동문수학을 한 이를테면 불알친구였다. 장성하며 각기 다른 길을 걸었다. 허유는 원소 수하의 모사(謀士)로 일하고 있었는데, 원소의 참모끼리 일어난 불협화음과 세력다툼에서 밀려난 허유는 원소의 품을 도망 쳐나와 옛 친구인 조조를 찾게 되었고, 허유의 망명을 받아들인 조조는 얼마 후, 결국 당시로는 조조 자신의 가장 큰 목표였던 기주성(冀州城:원소의 본거지)을 허유의 계략으로 함락시키는 혁혁한 공을 세운다.

 

기주성을 함락시키든 그날, 신바람이 난 허유는 조조와 말머리를 나란히 하여 마상에서 성문을 가리키며 일갈하기를“아만(阿瞞)아! 내가 아니면 네 어찌 이 문으로 들어가겠는가?”라며 조조의 아명(兒名)을 부르며 야자를 텄다. 조조 수하의 참모와 장수들이 분노하였지만 감히 어떤 자가 상전의 불알친구를 건드릴 수 있으랴. 이는 철없는 허유가 자신의 조그만 공을 지나치 게 부풀려 가호위호(假虎威狐)하는 행동 이었던 것이다.

 

허유의 기세등등, 오두방정, 천방지축 하는 행동이 그쯤 했으면 좋으련만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자신의 공로를 생색내며 휘하 참모와 장수들을 제 발가락의 때만큼도 여기질 않던 어느 날, 범 같은 장수 허저와 성문 앞에서 맞닥트렸다. 뭐, 그냥 지나쳤으면 좋으련만, 허저를 보는 순간 또 그놈의 공치사가 발동을 하여 허저를 향해 주둥이 놀리기를“야~! 이놈 허저야! 네 아무리 용맹 하다하나 내가 아니었더라면 어찌 이 기주성을 네 놈 따위가 횡행할 수 있으랴!?”성질 이빠에 오른 허저는 앞뒤 생각 없이 그 자리에서 허유를 요절내어 몸과 목을 따로국밥 만든 것이니, 헛 주둥이 놀리기와 공치사 몇 차례에 불귀의 객이 된 것이다.

 

일국의 국정을 돌본다는 것은 장난이 아니다. 신중하고 무게가 있어야 한다. 새털처럼 가볍게 처신하며 오두방정을 떨고 천방지축 날뛰며 행동하면 종래엔 모든 것을 국민이 수습하고 책임지는 것이다. 무슨 일만 터지면‘국가의 책임’이라며 마치 자신이 국가가 되는 양 설레발치고 생색을 낸다. 그리고 아랫것들은 그런 행태가 최선인양 자랑과 공치사를 널어놓는 것이다. 누구라곤 말 않겠다. 굳이 허유를 비유한 것은 국정(國政)에 허언(虛言)은 없어야 한다. 책임도 못 지며 헛 주둥이 놀리고 공치사만 일삼다 어느 순간에 모가지와 육체가 분리된 허유 짝이 나지 말았으면…하는 충언이다.

 

며칠 전 어떤 기사를 읽는데‘존나’라는 상스런 단어를 인터넷상에서 제일 먼저 써 먹은 인간이 엄동설한 오갈 데 없이 화천골짜기에서 쫓겨나게 생긴‘이외수’라고 한다. 누가 써 먹었건 나도 가끔 성질 날 땐 써 먹긴 한다. 그런데 자랑할 건 아니지만 인터넷상에 가장 먼저 써 먹은 단어 두 개는 나도 있다. 첫째‘썰(시간 날 때 언제 까닭을 얘기 하겠다)’이라는 단어와 도광양회(韬光养晦)라는 성어다. 물론 도광양회는 고사에서 비롯된 성어이긴 하지만 중국의 국부나 다름없는 부도옹 등소평이 죽기 전엔 별로 쓰여 지지 않던 성어며 등소평이 죽어가며 유훈으로 남기다시피한 성어다.

 

내가 이 성어를 처음 발견한 것은 중학생 때 삼국지(월탄 박종화 선생)를 처음 접하면서였다. 십상시의 난과 홍건적의 난이 수습되고 漢나라 정국이 잠시 안정 돼 있을 때 ‘용(龍) 타령’대목이 나온다.

 

유비가 일개 현령으로 초야에 묻혀 있다가 조조의 천거로 어쩌다 황제의 아저씨뻘인 황숙(皇叔)칭호와 동시에 좌장군의성정후라는 뜻하지 않은 분에 넘치는 벼슬을 받지만, 오히려 그 길로 정적(政敵)인 조조의 감시를 받게 되는 신세가 된다. 어느 날 유비와 조조가 승상부의 후원에서 술잔을 마주하고 당대의 인물평을 주고받는 와중에 조조가 갑자기 유비의 얼굴을 뜯어 보며 천천히 말하기를“대저 영웅이란 큰 뜻을 가슴에 품고 뱃속에 무한한 좋은 꾀를 간직해서 넓고 넓은 우주의 진리를 싸서 감추고 천지의 오묘한 이치를 삼키고 뱉는 사람이라야 능히 참 영웅이라 할 것이오”라고 말하며 넌지시 유비를 가리키고 다시 자신을 가리킨 다음 빙그레 웃으며“당대의 천하의 영웅 될 사람은 당신과 이 조조가 있을 뿐이오.”그 말을 듣자 유비는 앞이 아득해 오고 손에 들었던 수저를 땅에 떨어트린다. 이때 갑자기 하늘에서 뇌성벽력이 일어나며 산천을 뒤흔들고 현덕은 조용히 땅에 떨어 진 수저를 줍다가 천둥소리가 무섭다며 기겁하는 시늉을 낸다. 그 모습을 바라본 조조는 사내대장부가 그 까짓 천둥소리에 놀란다고 유현덕을 놀리며 그 뒤로는 유현덕을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다. 그 때가 서기198년(단기2531년, 중국漢헌제 건안3년, 신라 내해이사금3년, 고구려 산상왕2년, 백제 초고왕33년)이다. 유비는 결국 도광양회(韬光养晦)하며 자신을 영웅이나 호걸의 반열에 뺌으로서 조조의 마수를 벗어나 일국을 개국하는 거사를 이루는 것이다.

 

솔직히 큰 의미도 모르고 이 단어를 써 먹었을 때 별 반응들이 없었다. 그러나 후일 부도옹(不倒翁)등소평의 유훈이라고 소개되며 인터넷상에 퍼지기 시작했던 것인데, 등소평은 개혁개방을 총설계하며 안정을 시킨 후 은퇴할 무렵 후대 지도자들에게 가장먼저 도광양회(韜光養晦)하라고 지시했고 다음으로 영불당두(永不當頭)하라는 조언을 남기고 은퇴를 했었다. 즉, 영원히 우두머리로 나서지 마라· 특히 미국과 패권 다툼을 하지 말라며 유훈으로 남겼다. 물론 등소평 후대의 장쩌민과 후진타오(胡錦濤)는 그의 유훈을 잘 지켰고 양국 사이가 원만 했기로 세계평화도 유지 돼 왔다. 그러나 오늘날 어떤가?

 

일국의 국정을 선대(선배)의 유훈에만 의지하고 기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외적으로 부합되는 유훈이라면 고려는 해야 할 것이다. 내가 남의 나라 내정간섭 씩이나 할 처지는 아니다. 그런데 시진핑의 오늘날 통치행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중국? ‘한강의 기적’을 기념하기 위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것만큼 ‘장강(아니면 황하)의 기적’을 위한 샴페인을 너무 많이 마셔버린 것이다. 샴페인을 일찍 터트리건 말건 그것은 시진핑의 문제지만 보다 큰 문제는 시진핑 개인의 야욕이 미국을 자극한데 있는 것이다. 시진핑의 천방지축 날뛰는 모습을 트럼프와 미국이 더 이상 좌시 않는 게 문제다. 며칠 전 미국이‘중국을 경쟁국’으로 선언 한 것이다. 시진핑의 오두방정을 더 이상 묵과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G이(G2의 문재인 식 발음)라고 자부하는 두 나라가 불협화음을 일으키면 그 땐 남북 핵문제 따윈 안중에도 없다. 지구가 멸망하는 단계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트럼프와 시진핑의 감정싸움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자존심 싸움이 지구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삼국지를 읽으며 가장 포악하고 의리 없는 놈을 치라면 여포가 아닐까? 여포. 자(字)는 봉선(奉先). 구원(九原;지금의 내몽고 포령 지방)사람으로 용감하고 날랬으며 성격이 사납고 포악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어떤 장수보다 무예가 출중하고 뛰어났다. 처음엔 병주자사 정원이라는 사람을 모시다가, 적토마 한 마리의 유혹에 빠져 의부(義父)인 정원을 죽이고 다시 동탁과 부자관계를 맺었고, 천하절색 초선의 유혹에 빠져 양아비 동탁을 살해하는 등, 조변석개(朝變夕改)하며 의리가 없는 자라 사람들이 미워하였다. 그 후로 유비에게 의탁 하였다가 유비의 서주성을 빼앗고, 다시 조조에게 빌붙어 좌장군에 봉해지기도 하였지만, 결국 조조와 유비에게 패하고 하비성에서 포위되었다가 부하들이 성을 조조에게 바치는 바람에 사로잡히는 신세가 되며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한다. 그 해가 서기198년(단기2531년, 중국漢헌제 건안3년, 신라 내해이사금3년, 고구려 산상왕2년, 백제 초고왕33년)이다.

 

비록 아비는 아니지만 고모부를 걸림돌 된다며 고사총으로 육니(肉泥)를 만들고 제 맘에 안 들면 아랫것들(여포가 그랬다)을 참수하고 북한인민에게 공갈협박과 공포정치 등 포악(暴惡)하기가 여포를 능가 하는 놈이다. 세계가 반대를 하지만 핵폭탄을 만들어, 제 놈의 무예(武藝)가 강호에서 가장 으뜸으로 설레발치던 여포 놈처럼 세계를 향해 큰소리친다. 여포에겐 여러 명의 호위무사가 있었다. 특히 후성, 송헌, 위속 세 사람은 충성을 다 했지만, 술만 처먹으면 주사를 부리며 매질을 하는 통에 결국 여포를 배신하고 술 취한 여포를 묶어 조조의 계하에 바친다. 북쪽 똥 돼지 놈의 결말이 언젠가는 기필코 아랫것들의 반정(反正)으로 여포의 신세가 될 것이라는 예감과 별도로 염원(念願)해 보는 의미에서 여포를 비유해 본 것이다.

 

이 새벽 썰이 너무 장황했다. 썰 제목‘극동삼랑(極東三狼)’의 결론을 내리자. 세 인간의 공통점이 많지만 그 중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은 지독한 에고이스트(egoist)에 과대망상(誇大妄想)증 환자라는 점이다. 극동(極東) 세 마리 시랑(豺狼)의 에고이즘(egoism)과 과대망상(誇大妄想)이 세계평화를 막거나 깨트리거나…. 그래서 해 보는 소리다.

2 Comments

  1. 백발의천사

    2018년 1월 5일 at 9:37 오전

    오선생님 새해 복 많이 찾으십시오.- 새로운 인사말인데 주위에 복이 많이 있는데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니 잘 찾아서 챙기라는 인사말이라고 합니다.
    극동삼랑이라 해서 저는 중국, 일본, 러시아를 일컬음인가 했더니 그게 아닌 것 같네요. ㅎㅎ

    • ss8000

      2018년 1월 5일 at 7:55 오후

      아이고! 천사님 오랜만입니다.
      기간 별고 없으셨죠?
      한 동안 아니 뵈이시기에 궁금했습니다.
      복을 받아라, 찾아라, 주워라….

      저는 자제 하렵니다.
      받는 거나 찾는거나 줍는 거나 저까지 그기 낑기들면
      다른 분들 몫이 적어 지거나 없어지는 거 아닙니까?
      어디선간 수천 만원을 아니면 수억을 남기는 얼굴없는 천사도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합니다마는… 그 분들에 비해 티끌 같지만
      저 아닌 다른 분을 위해 복 찾지 않으렵니다.

      뭐… 큰 거는 없어도 그냥그냥 하고 싶은 거 원하는 거
      정도는 할 수 있는 복은 이미 챙겨 두었습니다. ㅎㅎㅎ…

      광역의 의미로 따지면 천사님께서 말씀 하신
      나라들은 중국을 빼고는 호랑이 입니다.

      중국의 시진핑이나 뭉가나 붇쪽 똥돼지 보다는 훨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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