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수상님!
외람된 말씀이나, 단도직입적으로 범주지역(泛舟之役)이란 성어를 아십니까? 춘추오패(五覇)중 한 사람인 진문공(晋文公:중이)이 등극하기 전의 얘깁니다. 晋나라의 진헌공(晋獻公)에게는 배 다른 형제가 여럿 있었으나 애당초 태자는 신생(申生)으로 봉해져 있었습니다. 진헌공에게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여희라는 총애하는 애첩이 있었답니다. 그러나 근본이 간악한 여희는 자신의 소생인 해제를 왕위에 올리고자 태자 신생을 무고하였습니다. 신생은 도망칠 수 있음에도 아비의 명을 거역 않겠노라며 자결을 합니다. 중이(重耳)와 이오(夷吾)는 같은 어미의 소생입니다. 그러나 이들도 여희의 계략으로 변방으로 쫓겨났었고 신생의 자결소식에 자신들에게도 화가 미칠 것을 염려하여 국외로 탈출한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어느 날 진헌공이 수명을 다하고 죽자 국상 일을 기하여 해제가 왕위에 오르나 반대파에 의해 왕위에 오른 다음 날로 어린 해제는 살해되고 맙니다.
한편 해외로 망명한 중이와 이오는 해제가 죽임을 당하자 중이(重耳)파와 이오(夷吾)파가 양립 되어 서로 간 자신들이 지지하는 두 공자를 옹립하려 들지만, 중이는 천시(天時)를 기다리자며 망명을 계속합니다. 그러나 秦나라로 도피한 이오는 왕이 되지 못 할까 안달한 나머지秦나라의 진목공(秦穆公)에게 자신이 왕이 되면 晋나라의 요처인 城5개소를 바친다는 약속을 하고 진목공의 도움으로 귀국하여 왕위에 오르니 그가 곧 진혜공(晋惠公)입니다. 그러나 이오는 왕위에 오르자 진목공(秦穆公)에게 약속한 城5개소를 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표리부동한 진혜공은 왕이 된 후 친형인 중이를 의식하고, 불안한 나머지 친형 중이를 죽이려고 자객을 끊임없이 보내지만 중이는 하늘의 도움으로 그때 마다 위기에서 탈출을 합니다. 이러한 이오(진혜공)의 악행에 하늘도 노했는지 晋나라엔5년을 연이어 흉년이 듭니다. 진혜공(晋惠公)은 생각다 못해 秦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곡식을 좀 꾸어 주십사 부탁을 합니다.
더하여 지난번 지키지 못했던 5개성을 이번엔 꼭 주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오죽 다급했으면 그런 약속을 했겠습니까. 秦나라의 진목공은 처음엔 너무 괘씸하여 곡식을 주지 않으려 했으나 중신들과 부인의(사실 진목공의 부인은 晋나라 태자였던 신생의 여동생으로 진혜공 입장에서 배 다른 누님이요 매형사이였음)간청으로 양식 수만 석을 晋나라에 보내줍니다. 그때 양식을 운반하는 뱃머리와 배 끝이 서로 잇닿아 열을 지어 떠나는 것을 두고 범주지역(泛舟之役)이라고 했습니다.
다음 해에 어찌된 일인지 秦나라에 흉년과 기근이 들어 많은 백성 중에 아사자가 속출했습니다. 이번엔 秦목공이 晋혜공에게 양식부탁을 하자, 이 신의 없는 놈이 5개성은 고사하고 양식조차 한 톨도 원조하지 않습니다. 드디어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진목공이 晋나라 정벌에 나서 한원(韓原)에서 전투를 벌였고 드디어 진혜공을 포로로 잡습니다. 그러나 진목공은 진혜공을 석방하여 晋나라로 송환해 줍니다. 이런 류의 얘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 뒷얘기가 많으나 그런 얘기를 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오늘 얘기의 핵심은 국가 간에 맺은 협정이나 협의 또는 동맹은 끝까지 지켜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하물며 미개하고 원시적인 고대국가들도 국가 간에 신의를 지켜왔습니다. 범주지역(泛舟之役)이란 성어가 만들어 진 까닭은 특이 하게도 그 신의를 깨트린 晋혜공의 망발에 교훈을 주기 위함입니다.
국가 간의 협정이나 협의는 최고지도자들 기분이나 정서에 좌우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사자 국내의 정치 분위기에 따라 좌지우지 되어선 더욱 아니 될 것입니다. 양국 간의 협정이나 협의는 두 나라 간의 지도가 최종 날인을 하겠지만 결국 양국 국민의 뜻을 정하는 요식행위 일 뿐입니다. 즉, 국민들의 의사결정인 것입니다. 그런 의사 결정을 최고지도자가 되었다고 파기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계산과 입맛에 맞도록 재협상(협의)하자는 것은 晋혜공 보다 더 망발(妄發)된 행태인 것입니다. 이번 ‘위안부 합의 파기’문제로 한. 일 관계가 더욱 냉각하게 된 원인은 전적으로 우리 대한민국과 최고지도자의 탈을 쓴 문재인씨에 있음을 만방에 고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를 드립니다.
하오니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문재인과 문재인만의 정부가 질 것인 즉 부디 하해와 같이 넓고 깊은 해량(海諒)으로 대한미국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정서와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덧붙임,
일본 국민의 83%가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한 한국의 추가 조치 요구를 거부한 일본 정부의 결정을 지지하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지난 12~14일 이틀간 18세 이상 유권자 107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추가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한 것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83%가 “지지한다”고 답했다.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11%였다.
타국의 조사결과이라 잘했다 못했다 논하고 싶진 않다. 다만 일본과 일본국민 입장에서는 당연한 귀결(歸結)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 국민에게 똑 같은 질문을 하고 여론조사를 했다고 해도 저 정도의 지지는 나왔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정의롭고 양심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