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집이 좀 넓은 관계로 작은 딸 내외와 슬하의 쌍둥이 외손녀가 아래층에 산다. 원래는 독립된 출입구가 없었으나, 큰 딸과 아들을 결혼과 동시 살림을 내주고 나니 집안이 횅하고 늘그막 외로움이 더하여 맨 나중에 결혼하는 작은 딸은 혼인하기 전 사위 될 놈과 약속을 했다. 독립 공간을 만들어 줄 테니 내 집에 들어와 살기로 하고 거의 새 집을 짓다시피 진짜 거금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여 딸 내외를 들인 것이다.
웬만하면 나이 들어가며 거동이 불편해 질 우리 부부가 아래층을 써야 하지만, 당연히 생길 외손들을 생각해서 혹시라도 층간 소음이라도 발생하면 좀은 예민한 내가 곤란해 질 것과 늙어 갈수록 많이 움직이고 동선(動線)이 길어지는 게 더 좋을 듯한….그래서 멀리 내다보고 딸 내외를 아래층에 살게 했는데 과연 결혼 1년 여 만에 쌍둥이 외손녀를 본 것이다.
(이 썰을 큰 딸이나 아들 며느리가 안 보기를 바라면서…) 떨어져 사는 또 다른 외손녀와 친손녀가 있지만, 가끔 가 보면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쌍둥이 손녀가 그리 귀여울 수가 없다. 편애라는 게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당장 지근거리에서 애교를 떨고 살갑게 구는 피붙이가 그래도 마음이 더 쓰이는 것은 인지상정 아닐까? 그게 편애를 해서가 아니라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과정이 그렇다는 것이다. 세월이 유수 같다더니…그랬던 쌍둥이가 벌써 3월이면 초등학교 입학을 한다.
서울 집은 든든한 딸 내외와 쌍둥이가 잘 지켜 주고, 충청도 골짜기 한가한 곳에 집 간을 짓고 유유자적(悠悠自適)하다가 열흘이나 보름에 한 번씩 서울 나들이를 가면 유치원이나 학원을 다녀오다가 할애비가 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서로 뒤질 새라 우당탕거리며 뛰어 올라와 껴안고 뽀뽀를 해주는 쌍둥이 덕분에(나라는 개판이고 더럽지만, 그래서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국에 불만이 가득한 썰을 풀지만…) 그나마 행복을 누리며 위안을 삼고 있다.
4~5일 전이던가? 1년 전 대장내시경 결과가 그리 탐탁하지 못하다며 꼭 1년 후인 그 날에 다시 검진을 해 보자던 의사선생님의 소견에 따라 재검을 받기 위해 서울 나들이를 갔었다. 역시 쌍둥이의 환대 속에 마침 tv속의 평양동계올림픽을 잠시 지켜보는데 갑자기 쌍둥이 언니가“일본은 나빠(일본 선수가 나오는 장면이었음)!”라며 단호하게 밑도 끝도 없는 불평을 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갑자기 머리카락이 쭈뼛 일어서고 서늘한 한기를 느끼며“왜에~!? 일본이 나빠?”라고 했더니“유치원 선생님이 그러셨어! 일본이 우리를 침략 했데..” 그래서 다시“침략이 뭔데?”라고 했더니“……몰라!”란다.
아~! 이 노릇을 어쩌란 말인가? 이제 막 좌우의 뇌가 익어가는 시점에, 아직 설익은 뇌 속으로‘침략’이 뭔지도 모르는 어린 것들에게‘일본은 나쁘다’를 무조건 각인(刻印) 시켜주는 교육 아닌 솔직한 얘기로 세뇌(洗腦)를 시키고 있으니 한. 일 관계는 요원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물론 나는 그 자리에서 쌍둥이가 이해를 하든 못하든 세뇌되고 오염된 부분을 세척(洗滌)해 주려고 노력했고 향후에라도 노력할 것이다)
1:4,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1승 사냥에 실패했지만 역사적인 단일팀 첫 골을 수확했다. 단일팀은 14일 오후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년 평양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3차전(최종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14로 패배했다.>>>
지금 막 조선일보에 난 기사를 따옴표 해 온 것이다. 나는 이 경기 자체를 볼 생각도 없었고 보지도 않았다.
간밤 초저녁 와인이 좀 과했는지 일찍 취침을 했는데 조갈(燥渴)이 심해 잠이 깨었다 물 한 잔 마시러 주방에 나왔다 그만 잠이 깨어 컴 앞에 앉았다가 이 기사를 보고 지금 끄적이는 것이다.
1:4, 좀 더 깨졌어야 했다. 며칠 전부터 이 경기를 예고한 공영tv들의 광고 멘트가 그랬다. 아나운서인지 앵무새인지 하는 자들의 기고만장한 표현이 말끝마다‘숙적(宿敵) 일본’과의 경기라고 주둥아리를 놀려 댔었다. 듣는 나는 놈들의 그런 형편무인지경의 광고(?)멘트에서 결코 일본을 극복 못할 것을 예감 했다.
숙적(宿敵)의 의미는 오래 전부터의 원수를 두고 하는 얘기다. 다른 것도 아닌 순수하게 치루어야 할 스포츠 경기마저도 한. 일 간의 경기는 숙적(宿敵)이라며 원수를 삼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막 초등학교 입학하는 손녀 입에서‘일본은 무조건 나쁜 대상’으로 세뇌를 시키고 있는 것처럼.
세상을 그런 식으로 근시안 적으로 보지 마라! 좀 멀리 내다 볼 수 없을까? 비록 내 집안의 일이지만. 아무리 내 피붙이라도 층간 소음이 생긴다면 어찌 귀엽기만 하겠는가? 힘들지만 동선을 길게 함으로 건강에 보탬이 되도록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다. 정말 일본을 이기려면 순수한 마음으로 실력을 쌓고 다 잡아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분노조절 장애아들처럼 광분(狂奔)하면 스포츠 아니라 그 어떤 것도 극일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은 배척(排斥)의 대상이 아니라 선린(善隣)을 도모해야 할 대상이다. 일본이 총부리를 우리에게 겨누고 있는가? 과거사를 더 이상 우려먹지 말자. 우리 조상이 어리석었던 것을 우리 보다 현명했던 조상을 둔 일본을 숙적이라며 미워해야 하나? 진정한 숙적(宿敵)은 동포. 동족이라면서도 개망나니 짓을 하는 북꾀야 말로 숙적이다. 숙적의 의미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Ryan Chun
2018년 2월 15일 at 5:18 오전
백번 지당하신 말씀에 절대 공감입니다.
맹목적인 민족지상주의는 자멸을 자초하는 ,그야말로 중우로 내모는 단초일것입니다.
ss8000
2018년 2월 15일 at 9:58 오전
한 동안 아니 뵈이시기에 해외 출장을(베트남 공장) 가신 줄 알았습니다.
별고 없으시리라 믿습니다.
요즘 정말 밥 맛도 입 맛도 없는 세월입니다.
이 나라가 어찌 되려는지….
하나, 둘, 셋…일본을 진정한 선린 국가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 겨우 일곱살 짜리에게 반일 정서를 키워주는
이 나라의 기초 교육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할 말을 잊고 있습니다.
아무리 분노스러워도 이국의 하늘 아래서
조국을 그리시며 떡국은 맛나게 잡수시기 바랍니다.
이역에서 그런 기분이 날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즐겁고 행복한 설 맞으시기 바랍니다.
또한 하시는 사업 번창하시고 만사여의 하십시오.
Ryan Chun
2018년 2월 17일 at 8:46 오전
덕분에 감사합니다!
오선생님께서도 온 가족이 건강하시고 다복한 무술년 한해가 되기를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