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赤壁大戰)의 압권은 연환계(連環計)이지만, 연환계를 쓰기 이전 제갈량과 주유의 두뇌 싸움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적벽싸움이 시작되기 전이나 끝난 후에도 공명과 주유의 두뇌 싸움은 계속되며, 달리 관조하면 촉오연합군과 조조군의 싸움이 아니라 천재와 천재의 두뇌싸움이 어우러진 한 판이었다. 결국 두뇌 싸움에 진 주유가 피를 토하며 죽을 때 오죽하면 하늘을 원망하며 부르짖기를‘기생유하생량(旣生瑜何生亮)’즉, 하늘은 어찌하여 주유를 낳고 또 제갈량을 낳았는가?‘라고 했겠는가.
보름 이상을 이어온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성화가 드디어 오늘 꺼진다. 그동안 우리 선수단의 피와 땀이 얼룩진 기대 이상의 낭보가 연일 날아오며, 이전투구의 정치판에 식상해 있는 국민들의 마음에 한 가닥 청량제가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이 동계스포츠 강국들을 물리치고 종합순위5위라는 쾌거를 이룬 것은 우리 동계올림픽역사에 큰 획을 긋는 장하고도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장쾌한 영광을 선수단 모두에게 돌려야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번 동계올림픽 최대의 압권은‘김연아’의 세계제패이다.
그래서 인지 신문이고 방송이고 간에 김연아에 대한 환호와 찬사가 끊이질 않는다. 당연히 그런 대접과 국민적 관심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김연아에겐 그 어떤 수사나 미사여구(美辭麗句)를 갖다 붙인대도 사족에 불과하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여제(女帝)김연아에 치어 항상2인자에 머물러야 하는‘아사다 마오’의 눈물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아사다 마오’역시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언제나 김연아의 벽에 부딪혀 날개가 꺾이곤 했던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김연아의 적수답게 나름의 완벽한 경기를 펼치며 자신 최고 점수를 받았지만, 결국 김연아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역시 김연아의 벽은 높을 뿐 아니라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철옹성이다.
‘아사다 마오’의 속을 들어가 보지 못했으니 알 길은 없으나 지금쯤 그녀는 아마도“‘旣生마오 何生연아’하늘은 마오를 낳고 어찌하여 또 연아를 낳았는가!?“라며 절규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가운데 그녀의 각오를 들어본 즉4년 후를 다짐한다는 것이다.
그때도 우리의 김연아가 선수 생활을 이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늘에 태양이 두 개 일 수 없고 한 시대에 두 영웅이 있다면 반드시 자웅(雌雄)을 가려야 하는 게 하늘의 섭리인 것이다. 손오공이 아무리 근두운(筋斗雲)을 타고 한 번에 10만 8천리를 날았어도 남해의 관세음보살 손바닥에서 요란(擾亂) 떨었을 뿐이고, 주유가 아무리 뛰어나도 제갈량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음이라.
이상은 2010년 2월 12일부터 2010년 2월 28일까지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렸던 제21회 동계올림픽의 소회(所懷)를 끄적인 것이다. 개회식이나 폐회식 날짜가 거의 비슷한 걸 보면 모든 동계올림픽은 이즈음에 열리나 보다. 바로 오늘이 평창인지 평양 올림픽인지 폐회식 날이라니…
첫째,
이번 동계올림픽은 국내에서 열렸지만, 한 마디로 개판을 넘어 폭삭 망한 축제(?)가 된 기분이다. 먼저 가장 순수해야할 동계 스포츠 축제가 정치바람에 휘둘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했고 심지어 정숙하고 장엄하게 치루어야할 폐회식마저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의 원흉이라는 놈을 불러들이는, 마지막까지 막장 쑈통을 벌이는 이 정권의 작태가 폐회식 이후의 쓰나미처럼 밀려올 엄청난 불안을 어떻게 감당할지가 살 떨리고 무서운 것이다.
둘째,
초반부터 벌어진 자중지란(自中之亂)이다. 선수에 따라 4년 또는 8년 그 이상을 온갖 노력과 열성을 다해 나라 안에서 벌어질 축제를 준비해 왔을 텐데 느닷없이 남북 단일팀이라는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로 혼란을 부추겨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트렸고 그런 가운데 某선수는 협회의 실수로 출전이 불가능하다며 경기를 며칠 앞두고 선수촌에서 쫓겨나는 촌극을 벌였고 선수는 억울한 나머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협회를 맹비난까지 하는 망신을 자초 했다는 것.
셋째,
꼴불견인 것은 선수를 발탁하고 키워 주었다고 선생이란 자가 제자를 개 패듯 하여 학대를 못 이긴 어린 선수가 대회를 코앞에 두고 선수촌을 박차고 나가 물의를 일으켰다. 결국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선수는 그 마음의 짐을 못 벗었는지 경기마다 스스로 무너지는 안타까움을 자아냈고, 특히 쇼트트랙 남녀 단체전에서는 서로 공을 세우려 기를 쓰다가 남녀 공히 우리 선수들끼리 부딪히고 넘어지고 꼴사나운 광경을 보였으니 역시 엽전들은 개인은(예선엔 각자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고도…) 우수해도 단체경기에 들어가면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약점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넷째,
정말 꼴불견인 것은 이번 대회가 끝난 후가 될 것 같다. 여자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에서 체력이나 실력이 달려 꼬리로 들어온 某선수는 폐회식이 끝나면 북괴의 핵폭만큼이나 가공할 폭발력을 지닌 뭔가 터트리겠다고 벼르는 장면이다.‘대회 끝나고 할 말을 하겠다’고 벼르니 말이다. 솔직히 실력이 달려 후배들을 따라오지 못했으면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입장 아닌가? 그럼에도 후배가 인터뷰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왕따시키고 비웃었다며 언론 플레이를 하고 발끈하는 태도는 뭔가? 이미 밝혔지만 자신보다 실력이 월등한 후배들은 첫 올림픽이고 얼마나 가슴 벅차도록 기대가 컸겠나? 아무리 팀웍이 중요하지만 인간의 심리가 0.00001초라도 앞서 나가려는 건 당연하다. 만약 반대로 팀웍을 살린다며 선배 선수 엉덩이를 밀고 바치고 들어왔다면 영웅취급을 해 줬을까? 그런 표현을 한 본인은 얼마나 야속하고 안타까웠으면 그랬을까? 그런데 알고 봤더니 핵폭탄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가 올림픽 출전을 하네 못 하네 하며 협회를 맹비난 했던 그 선수라니… 참,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 할 말을 잊게 한다.
다섯째,
어제 지인 한 분이 전화를 주셨다. 본인은 그놈의 말썽 많은 대회장을 부인을 모시고 2박3일 여행 겸 분위기 파악을 할 겸 돌아보고 귀가하는 길이라며 지나는 길에 이 산골을 들리시겠단다. 마침 볼 일이 있어 시간이 맞지 않아 방문 거절을 했지만, 그 분의 전언에 따르면 현지 분위기는 썰렁함을 넘어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라는 것이었다. 대회가 빨리 끝나기를 某선수 보다 더 벼르고 있는 분위기라는 것이었다. 주경기장이 있는 평창 일부만 복닥거렸지 인근 도시들은 거금을 들여 손님 맞을 준비를 했지만 요식업도 숙박업도 파리만 날렸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전 외신은 이번 대회가 끝나면 주최 측의 적자가 11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방구석에 처박혀서 tv만 보는지 국정은 내몰라 하고, 금메달 선수에게 축전 보내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는 양 희희낙락하고 자빠졌으니, 축전 당연히 보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면 된 것이다. 그런데 SNS 장난질까지 해가며 국민을 행복하게 했다는 둥, 자신이 얼마나 국정을 개판으로 만들었으면 금메달로 국민이 행복 했을 거라고 실토를 하겠는가? 맞다. 정말 행복했다. 이런 대회가 문재인 임기 끝날 때까지 이어졌으면 할 정도로 행복 했었다. 그러나 문재인의 하는 꼬락서니에서 그만 그 행복감이 무너지고 만 대회였다.
그런 가운데 빛난 것은, 이상화 선수와 고 다이라 500m 경기였다. 두 선수 모두 금메달 후보였고 지나날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같은 라이벌 관계였으나 결승점을 지난 두 선수의 모습이었다. 항상 뒤처지기만 했던 고 다이라 선수는 패자 이상화를 위로하기 전부터 자신에게 열광하는 응원단 쪽에 검지를 입에 가져가 흥분을 가라앉히며 패한 라이벌을 위로하는 인간미를 보였고, 역시 이상화는 대인다움으로 패배를 인정하며 고 다이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광경에 일국 대통령이라는 자의 촐싹거림과 오두방정을 보다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기끔은 노력이나 실력이 미치지 못하면서 라이벌 구도를 스스로 만들고 날뛰지만, 거물에 걸린 고기와 새는 발버둥치고 요동칠수록 더욱 옥죄어 지는 법이다. 부처님 손바닥인들 다르지 않으리라. 지금이야 은퇴했지만 밴쿠버 당시 패자 ‘아사다 마오’처럼 조신하게 현실에 순응하며 차기를 도모함이 순리가 아니겠는가????? 이상화와 고 다이라의 관계가 좋은 선례다. 아무래도 그러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어디 스포츠 뿐 이겠나? 인간의 삶이 특히 정치가 그런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아무튼 어제 우리에게 마지막 금메달을 안겨준 이승훈 선수 수고했다. 아니 비록 메달은 못 땄지만 개망나니 같은 대통령과 그 패거리를 생각하면 우울하기만 했지만, 매일 매일 애 쓴 우리 선수단 모두가 수고했다. 만세다!!
데레사
2018년 2월 25일 at 9:47 오전
지금 컬링 보고 있어요.
영미야 가즈아! 하면서요.
이번 대회보면서 정치인 보다는 운동선수가
한수 위라는걸 느꼈습니다.
박영선 보다 마스크 쓰고 일반인석에서 응원
하는 김연아가 돋보였지요.
부디 이기기를 바랍니다.
ss8000
2018년 2월 25일 at 1:28 오후
●어제 밤(아니 정확하게는 오늘 새벽? 솔직히 시각을 잘 모르겠다.)꿈을 꾸었다. 우리의 ‘컬링 킴팀’이 어깨를 부여잡고 엉엉 우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나자마자‘금메달’이 날아갔구나를 직감했다. 하여 새벽에 썰 하나 올릴 때 엊저녁 이승훈 선수의 금메달을 우리의 마지막 금메달이라고 주저 없이 표현 했던 것이다.
●새벽 서너 시에 깨는 관계로 낮잠을 꼭 한두 시간 잔다. 우리의 컬링 킴팀이 스웨덴과 금메달을 다투는 시각이지만, 이미 내 마음에 결론을 내린 것이라 가슴 졸여가며 볼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심장이 약한데… 깨어보니 역시다.
누님! 위의 제 썰에서 따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