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허허실실(虛虛實實)과 허장성세(虛張聲勢)
춘추시대 초(楚)나라와 정(鄭)나라가 한판 싸움을 할 때가 있었다. 당시 초나라는 무적의 군대를 가지고 주위의 대소 나라들을 괴롭히며 조공을 받아왔고, 초나라에 인접한 정나라는 여느 군소국가와는 달리 초나라에 항거하며 중원지방의 주(周)임금을 섬길 때다.
이래저래 삐딱하기만 한 정나라를 응징하기 위해 군대를 소집한 뒤 초나라 대군은 호호탕탕 정나라로 쳐들어갔다. 초나라의 대군이 밀려온다는 소식에 정나라는 발칵 뒤집혀 백성들이 우왕좌왕 할 때, 중신들이 모였다. 초군의 형세가 너무도 강성하니 화평을 하자는 자, 동맹한 이웃 나라에 도움을 청하자는 자, 혈기왕성한 이는 성을 등지고라도 싸우자는 사람 등, 의견이 분분했다.
그렇게 중구난방 떠들고 있는데, 전방의 첩자가 와서 고하기를, 조만간 초군이 성안으로 들어 설 것 같다는 청천벽력 같은 보고를 드린다. 화평을 주장했든 신하가 정나라 임금에게 피신하기를 종용한다.
이 때 숙첨 이라는 인물이 반열(班列)에 나와 그 신하를 대갈일성 꾸짖으며“모두들 두려워 마시오.”라고 외치고, 일부 군사를 성내에 매복시킨 후 대담무쌍하게 성문을 활짝 열어 놓고, 백성들에게 두려움을 갖지 말고 전과 다름없이 거리를 내왕하고 생업에 종사하라 명하니, 과연 성문 앞까지 몰려왔던 초나라 군사들이 의심스러워 감히 성안으로 진입 하지를 못하고 물러갔다더라.
그러구러 세월이 흘러 후대에 이르러 삼국시대 때의 얘기다. 때는 서기228년(단기2561년, 중국 魏명제(조예) 태화원년, 신라 내해이사금33년, 고구려 동천왕2년, 백제 구수왕15년)이니, 공명이 출사표를 후주 유선에게 올리고 기산으로 나아가 진을 치고 있을 때다.(참고로 그해에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고사성어가 만들어진 해다.) 공명은 기산에 본진을 치고 마속에게 모든 장수와 군사를 주어 가정(街亭)이라는 곳으로 나아가게 했으니 제갈량의 주변에는 장수다운 장수는 한사람도 없었고, 일반 여단장급 무관이 오천 정도의 군사를 통솔하고 있었지만 그나마 반수는 군량을 운반하러 파견한 상태라 성안에는 기껏 2천오백의 군사뿐이었다.
그런 차에 위나라의 사마중달이 15만의 군사를 몰고 공명이 주둔하고 있는 기산으로 호호탕탕 사방으로 밀려온다는 척후병의 보고에 모두들 사색이 되어 대경실색 하는데, 공명이 침착하게 영을 내리기를 “성에 꽂혀있는 모든 기는 감추고, 사대문을 활짝 열고 백성들과 남은 군사들은 태연히 길만 쓸고 청소를 하라. 내 별도의 계책을 마련하리라.”영을 내린 공명은 서둘러 학창의에 윤건을 쓰고 어린동자 둘에게 거문고를 들려서 성루에 오른 다음 향을 사르고 거문고를 신나게 퉁기고 있었다.
뒤이어 구름떼 같은 위나라 군사들이 사마중달을 호위하며 성 앞에 당도했다. 사마중달은 제갈량의 적수가 아니었다.(문재인이 김정은의 적수가 못되는 것처럼…) 제갈량의 계략에 빠져 간신히 목숨만 지탱하기를 이미 여러 차례 아니었든가. 그 광경을 바라본 사마중달과 위병은 자신들을 유인하기 위한 계교라 믿고 사타구니에 요령 소리가 나고, 똥줄이 빠져라 줄행랑을 쳤다는 얘기다.
지난 일요일이다. 마을의 이웃 몇 분과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제천 시내 某단골 맛 집으로 향했다. 마을과 제천 시내는 20여km가 넘지만 맛난 것을 먹기 위해 가끔 가는 단골집이다. 예약을 하지 않고 언제나 가고 싶을 때 가는 곳이기에 전화로 확인도 않고 출발을 했었다. 시내에 진입하고 맛 집이 가까워오며 의견이 분분해 지기 시작했다.(요즘은 산골도 웬만한 가게‘식당. 잡화. 기타’도 일요일은 영업을 않는다.)‘일요일인데 영업을 할까?’로….
그런데 저만큼 그 맛 집 상호의 네온사인이 번쩍번쩍 명멸했다가 활기차게 빙빙 돌기도하며 그 아래 다시 빨갛게 장식한“OPEN”이라는 글자도 선명한 별도의 네온사인이 반짝반짝 명멸한다. 그 모습을 본 우리 일행은 괜한 것으로 의견이 분분했다며‘그 봐! 영업하네.’라며 안도하고 맛 집의 너른 주차장에 진입을 하는데 이상하게 우리밖엔 차량이 한 대도 없다. 영업은 한다며 네온사인은 휘황찬란하게 명멸하는데 차가 없다니…결국 일행 모두 영업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맛 집의 출입구까지 다가가 굳게 닫힌 문을 흔들어 보고야 실망을 한 것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속된 표현으로 X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봐야 아는 어리석은 우중(愚衆)이 되는 것이다.
위의 두 고사(古事)는 단순히 속이고 속는 차원이 아니다. 허(虛)한 가운데 실(實)함이 있고, 죽느냐 사느냐 절박한 가운데 비장함이 스며 있는 것이다. 만약 적들이 허와 실을 알고 물밀 듯 밀려오면 끝장인 것이다. 원래 허허실실(虛虛實實)은 적의 빈곳을 찌르고 때로는 실도 피해가며 그때그때 상황에 알맞게 임기응변으로 변통해 가며 있는 듯이 없는 듯 구사하는 계략이다. 반면 허장성세(虛張聲勢)라는 게 있다. 허허실실과는 달리, 한마디로 쥐뿔도 가진 것이나 실력도 없이 허세를 부리며 떠벌이는 것을 두고 하는 얘기일 것이다. 이 경우는 백전백패인 것이다. 아무리 허세를 부려본들 적이 모를 리가 없다.
미친X들!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X들이 틀림없다. 뭐? 김정은이 제 할아비나 아비도‘open’하지 않았던 장소를 특사단에게 북괴 개국 이래 처음 열었다고? 놈들이 가장 비밀스런 장소를 열었으니 대대적인 환영이라고? 그 장소에서 회담(?)을 했으니 성공적인 회담이라고?
숙첨이나 제갈량이 얼마나 똥줄이 탔으면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에서 성(城)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공성계(空城計)를 썼을까? 반면 楚나라의 군사나 사마중달이 얼마나 의심이 많고 겁(怯)이 많으면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두고 도망을 쳤을까?
긴 얘기하면 조디만 아프다. 이번에 문재인은 김정은의 허장성세에 놀아난 것이다. 김정은이 얼마나 똥줄이 탔으면 저희 선대 놈들이 생전‘open’하지 않은 성문(城門)을 다 열었을까? 그것도 모르고 잠시 허허실실을 노린 적의 성안에 들어섰다고 환호작약을 하는 병신(病身)들. ‘open’이라는 글자가 명멸한다고 가까이 다가가 문을 흔들어 보는 어리석은 우중(愚衆)들.
오늘의 문재인은 김정은의 공성지계(空城之計)에 걸려들고도 아직 눈치 채지 못하는, 마치 똥인지 된장인 찍어서 제 목구멍으로 넘겨봐야 하는, 아니 그 맛을 보고도 모르는 무뇌아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