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모 부부의 교훈.

집 뒤가 북한산 자락이니 따로 정원을 만들 필요도 없고, 창문만 열면 바로 숲이 손에 잡힐 듯하고 사계가 창밖으로 뚜렷하다. 이제 얼마 후면 온갖 이름 모를 잡새부터 뻐꾸기 소쩍새, 장끼 나르는 소리에서 야생화가 만발하는 계절, 신록을 지나 산밤이 무르익는 가을이면 지척인 나는 못 따먹어도 어떻게 그곳을 들어갔는지 산밤 따는 모습도, 처음 겪어본 겨울은 겨울대로 그 정취가 있고, 낮이나 밤이나 이웃집 개만 짖지 않는다면 어쩌면 오랜 옛날엔 심산유곡이나 진배없을 법한 그런 동네다.(하긴 이곳이 경기도 고양군(高陽郡) 은평면(恩平面) 구기리었다가 서대문구 구기동으로 변경되었으며, 70년도에 구기터널이 생기며 종로구 구기동이 된 것으로 기억 된다.)

 

도심 속의 산중(?)이라 그런지 야생 대추나무며 고염보다는 좀 큰 감나무도, 무슨 회사 회장님 댁이라는데 그 집 담 밖으론 큰 살구나무까지 있으니 좀 부지런 하면 주전부리 할 만 한 과수(果樹)가 꽤있다. 이곳엔 유실수도 유실수이지만 상수리나무가 무척 많다. 작년 이맘때 이든가보다.

 

비쩍 마른 청설모 두 마리가 먹이를 찾아 상수리나무 이 가지 저 나무로 옮겨 다니며 분주히 오가기에 마침 조부님 기제사를 지내고 남은 행친 밤 몇 톨과 깐 호두를 담 넘어 평지로 던져두었고, 다음 날 무심코 보니 녀석들이 맛나게 먹기에 그 모양이 재미있어 아예 슈퍼에서 밤과 땅콩을 사다가 가끔씩 던져주고는 했다.

 

그렇게 얼마간을 지나고 어느 날인가 도둑고양인지 집고양인지는 모르되 청설모가 노닐든 장소에서 킁킁거리며 냄새도 맡고 뭔가를 찾는 듯하여, 자칫 내가 던진 먹이에 눈이 어두워 제 목숨 귀한 줄 모르고 왔다가 고양이의 먹이가 될 것을 염려하여 중단을 했었다. 그리곤 가끔씩 녀석들이 밤이 익은 계절엔 그 많은 상수리는 뒤로하고 밤나무에서만 노니는 것을 목격했었고, 그 후로는 까맣게 잊었었는데…..

 

두어 달 전이던가? 창밖으로 거센 바람은 윙윙대고 백설 또한 분분한, 그날따라 동장군이 엄습하여 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때, 환기도 하고 청소나 할까 하고 커텐을 젖히니 창밖으로 예의(사실 그 녀석들인지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청설모 두 마리가 앙상한 상수리나무로 밤나무로 오르내리며 먹을 것을 찾는다. 그 순간 청설모는 다람쥐와 같은 종류일 텐데 동면을 않나 하는 의구심과 겨우내 저장한 먹이가 벌써 떨어진 것인가 생각하니 가엽다.

 

밤나무와 상수리나무 사이로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나 열매를 맺는 나무가 한 그루 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라면 눈여겨 두었을 텐데..(아마도 벽오동나무 같기도 하고…???)어째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 같지 않는 그런 고목이다. 아직도 밤나무엔 열매 맺다만 밤송이가 너댓 개 매달려 하늘거리지만 녀석들이 오르기엔 잔가지라 그대로 이다.(하기는 밤송이 모양만 갖추었지 속은 비었을 짝퉁 밤송이를 녀석들이 모를 라고…???)밤이 영글던 계절엔 지천으로 열려있는 상수리는 본 척도 않던 녀석들이 그곳까지 오르락내리락하지만, 헛걸음친 녀석들은 이름도 알 수 없는 열매가 맺는 나무에 올라 다정히 겸상으로 식탁을 차리기도 한다.

 

재미난 것은 녀석들이 꽤 많은 열매가 달려 있음에도 함부로 따가지 않고 그날그날 적당량을 먹고 사라지는 것이다. 생각 같아선 잔뜩 따다가 저장도 하여 제 집에서 뜨끈뜨끈한 군불 때고 가족들과 도란도란 식사를 했으면 좋으련만, 저런 엄동지절에사서 고생을 하는 구나라고 생각도 들지만, 녀석들이 그렇게 욕심을 부리거나 무리를 하지 않는 것은 공유(共有)를 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고 보면 그 이름 모를 열매를 몇몇 새들도 함께 쪼아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공유란 결국 더불어 사는 공존(共存)이 아닐까? 말 못하는 미물이지만 난 청설모 부부(?)에게 공유와 공존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청설모 부부에게 많은 것을 배운 아침이다.

 

BY ss8000 ON 3. 31, 2010

 

 

 

덧붙임,

동물의 왕국프로를 보고 있으면, 약육강식의 동물들도 어떤 먹이들을 취할 때 먹을 양 만큼만 사냥을 한다. 배가 부르면 비록 면전에 먹을거리가 널려 있어도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다만 배가 불러 죽겠다 면서도 꾸역꾸역 처넣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라는 점이다. 이 모든 게 인간의 탐욕이고 과욕이 아닐까?

 

오늘날 정치권 특히 문재인 정권이 저지르는 작태를 보면 마녀사냥도 모자라 아주 씨를 말리고 있다. 정적을 죽일 만큼 죽였으면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아직도 걸신(乞神)들린 것처럼 처먹고 처먹어도 배가 고픈 모양이다. 백수의 제왕 사자라는 놈이 지나치게 자만하고 오만스럽게 까불다가 결국 성난 버팔로에게 사지가 찢기는 장면이 가끔 목격된다. 그리 되지 말라는 법은 헌법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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