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들에서 얻는 교훈.

양수(楊修). 조조의 모사 중 한 사람. 자는 덕조(德祖)이며 화음(지금의 산서성 화음)사람으로 양표(楊彪:동탁이 처형되고 그의 졸개인 이각. 곽사 등이 황제를 겁박할 때 그는 황제를 보호하며 여러 차례 위급함을 넘긴 충신이다. 훗날 조조가 시기하여 원술과 혼인한 것을 핑계로 하옥 시켰으나 중신들의 탄원으로 풀려 나기도함.)의 아들이다. 일찍이 조조에게 발탁되어 조조를 지근(至近)에 모셨다. 머리가 뛰어나 박학다식하고 특히 언변에 능했으며 재주가 있고 생각이 민첩한 천재 형 이었다. 그런데 너무 자신만 믿고 멋대로 행동하여 여러 차례 조조의 비위를 건드렸다. 또 조조의 넷째 아들 조식(曺植)과 친하게 지냈는데, 둘째 조비(曺丕)와 세자 자리를 놓고 다투는 조식을 도와 더욱 더 조조의 미움을 받았다. 서기219년(단기2552년, 중국 漢헌제 건안 23년, 신라내해왕 23년, 고구려 산상왕 22년, 백제 구수왕5년)조조가 한중(漢中) 땅을 두고 유비와 쟁탈전을 벌일 때 여러 차례 패하여 군사를 물리고 싶었으나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계륵(鷄肋)’을 중얼 거리다가 이것이 야간 암구호가 되고 결국 양수가 군심을 어지럽힌 죄로 모가지가 달아난 얘기는 독자 분들이 더 잘 아시기로 이쯤 생략하기로….

 

신문을 보는데 정말 섬뜩한 기사가 있어 일부 전재한다.“김 위원장 신임 한 몸에…북’최고 경제통’이었던 박남기,’형장 이슬’로….”북한이 화폐개혁 이후 두 달도 안 된1월 중순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을 총살형에 처했다. 박 전 부장을 전격해임, 구속한데 이어 다시 두 달만에 총살이라는‘극약처방’을 내린 것을 보면, 현재 북한의 민심이 얼마나 흉흉하고 북한 당국이 이를 어느 정도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극명히 드러난다. 전격적인 총살형에 처한 것은 그를‘희생양’으로 삼아 화폐개혁 실패로 악화된 민심을 되돌리겠다는 의도로 풀이 된다. 박남기의 이력을 살펴보면, 2005년 당 계획 재정부장에 기용되면서 박봉주 당시 총리와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양대 경제 브레인’으로 활약 했고, 2007년 박봉주가 순천 비날론 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된 이후로는 홀로 김 위원장의 경제정책을 보좌했다. 그는 2007∼2009년 3년 간 경제관료 중에는 유일하게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수행‘톱10’에 들 정도로 김 위원장의 신임이 두터웠다.

 

잘 살펴보면 두 죽음이 유사하지 않은가? 실력들이 뛰어나 승승장구한다. 무엇보다 조조와 김정일의 신임이 두터웠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아침에 불귀의 객이 되고 마는 신세다. 하기야 이런 사례를 찾아보면 비일비재하겠지만, 필자는 약간 다르게 해석하고 싶다.

 

우선 양수의 죽음은 조조보다 월등한 인문학적 실력 때문에 시기를 많이 받는 장면이 있다. 이런 게 누적되어 구실을 찾든 중 조비(曺丕)와 조식(曺植:후일 칠보詩로 더 유명해짐)의 후계자 다툼에서 조조가 밀어주던 조비를 배제하고 조식의 편을 든 것이 결정적 이유라고 생각이 든다.

 

현재 북한은 경제실패도 문제이지만 골골거리는 김정일 사후의 후계자 구도가 아직 확정(일각에선 김정은(20)으로 굳혔다는 설도 있음)되지 않은 상태의, 겉으로 들어나지 않은 권력 다툼이 자심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아무리 김정일이 막내 김정은을 내 새우려 하지만, 그에겐 김정남(32세)과 김정철(22세)등 나이 많은 형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 또한 있을 것이다. 비록 김정은의 형들이 제 아비의 보살핌이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이 훗날 최고 권력자가 되기를 바라는 ‘빠’는 존재할 것이다. 박남기의 죽음 역시 명목상으로는 화폐개혁에 의한 총체적 경제 실패를 들어 그를 제거하며 악화된 민심을 추슬러 보자는 속셈이겠지만, 김정일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죄과가 더 큰 것 아니었겠나?하는 의심이 든다.

 

권력은 불(火)같은 것이다. 불이란 게 타오를 땐 기세가 등등하지만 한 번 꺼지기 시작하면 한 줌 재만 남기고 사그라진다. 위의 예(양수나 박남기의 죽음)에서 보다시피 권력에 빌붙어 먹고사는 인생들은 부나비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 인간들은 나중에 어떻게 될 값이라도 저희가 밀고 지지하는 놈이 권력을 잡을 것이라는 맹신 또는 자기 최면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 화려한 불빛만 좇고 지향하다 순식간에 불타 죽는 부나비라고 하는 것이다.

 

양금택목(良禽擇木)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서 둥지를 튼다는 말로, 현명한 사람은 자기 재능을 키워 줄 훌륭한 사람을 잘 택하여 섬긴다는 의미다. 이 뜻을 뒤집어 말하면 주인을 섬기려면 선택적으로 잘 가려서 섬기라는 것이겠다.

 

인간들이 눈만 뜨면 대그빡 터지게 싸우지만 과연 어떤 나무가 좋은 나무인지 가려서 잘 선택해야 할 것이다. 양수나 박남기나 나무선택을 잘못한 죄로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된 것이다. 두 사람의 죽음이 많은 것을 시사(示唆)하는 새벽이다.

 

BY ss8000 ON 3. 18, 2010

 

 

덧붙임,

위의 썰이 왜 이 아침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진부한 얘기로 권불10년이라고 한다.

인생 10년만 살다가 가는 게 아니라면

보다 진지하게 뭔가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꼭 정치적인 얘기만은 아니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8년 4월 22일 at 12:56 오후

    요즘은 권불십년도 못되는것 같아요.
    권불오년?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너무 많은걸 보고 느끼지만 권력주변의
    사람들은 그걸 모르는지 아는지 영원할것처럼
    날뛰지요.
    지금 제천 내려갔어요?

    • ss8000

      2018년 4월 22일 at 8:44 오후

      요즘은 제천과 서울 집 반반입니다.
      산골생활 할만큼 하니 다시 도시가 그립습니다.ㅎ.

      어쩌면 둘째 딸 따라 캐나다에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곳에서 반 년 또 이곳에서 반 년.

      아들 며느리가 호주로 또 가게 됐습니다.
      헬조선 하라고 종용 했습니다.

      죽을 때 까지 체력이 닿는 다면 호주에서도
      몇 개 월. ㅎㅎㅎ…

      늙으면 비행기 타는거 힘들거라고 하기에
      1등석 태워 주면 된다고 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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