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 이야기.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가 있습니다. 어제로 만 다섯 살이 된 손녀(정확하게 외손녀이지만, 저는 친가 외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제 페이스북 대표 사진의 아이가 은비입니다)는 은비라고 합니다. 그 이름도 제가 지었지요. 정말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은비는 태어나자마자 저와 한집에 살았고, 이제 온갖 정이 듬뿍 든 아이가 제 엄마 아빠를 따라 제 곁을 떠난 것은1년여가 됩니다.
즉 딸 내외가 아파트를 사서 살림을 났다는 얘깁니다. 다행히 살림 난 곳이 차량으로10분 안팎의 거리라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할미와 할아비를 찾아와 재롱을 떨다 간답니다. 그도 모자라면 저와 할미가 과일 한 바구니 또는 주전부리를 사가지고 찾기도 합니다.
며칠 전 이었습니다. 역시 그날도 은비가 보고 싶어 저녁식사를 마친 후 미리 전화를 하고 할미와 함께 은비에게로 갔습니다. 은비는 할아버지가 왔다고 이것저것 유치원에서 그날 배운 것들 그리고 이런저런 자랑거리를 제 앞에 마구 쏟아냅니다. 그런 재롱에 저와 할미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한참 신명이 난 은비가 제 흥에 겨워 그만 제 아비의 눈에 거슬리는 짓을 하고 말았습니다. 아비는 몇 번인가 은비에게 주의를 주었고, 은비는 그래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자 드디어 아비는 은비의 엉덩이를 한 대 때리자 이내 울음보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당시 저의 객관적 판단으로 은비의 울음보는 아프기보다 할아비와 할미 앞에서 징계 당한 것이 억울하고 분했을 것입니다. 즉 노여웠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순식간 집안 분위기가 썰렁해 질쯤 울고 있던 은비가 갑자기 무심히 앉아 있는 제 아비의 뺨을‘짜~악’소리가 나도록 후려갈기는 것 이었습니다. 넋을 놓고 있었고 다른 얘기를 나누고 있었기에 맞은 아비는 물론 제 어미도 저도 할미도 너무 당혹스럽고 놀라웠습니다.
한쪽 얼굴이 빨개지도록 얻어맞은 아비의 응징이 시작 되었습니다. 솥뚜껑만한 아비의 손바닥이 여린 은비의 엉덩이 위에서 춤을 몇 차례 추었습니다. 할아비가 할미가 말리고 말고 할 시간도 없이 그렇게 응징이 가해지며 아비의 입에서“누가 아빠를 그렇게 때려~!?”라고 고함까지 질러대자 얻어맞기만 하던 은비의 입에서 갑자기“아빠 니가 먼저 때렸잖아~!”라는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순간 아비도 어미도 저도 할미도 그만 교육적 차원으로 때려지던 사랑의 매는 차치하고 자지러지고 말았습니다. 은비의 그 한마디에 교육이고 응징이고 웃음바다를 이루며 끝이 났습니다마는…….웃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웃을 수밖에 없는 얘기 끝.
박근혜 이야기.
그날 우리 은비의 반항적 모습을 보고 불현 듯 박근혜 생각이 났습니다. 썰의 앞대가리는 비슷합니다. 사람들은 박근혜를 보고 한나라당을 구했다고‘박 다르크’라고들 합니다. 안 믿어지겠지만, 박근혜에게 이런 호칭을 붙인 것은 인터넷상에 제가 제일 먼저 부른 것 같은 기억입니다. 뭐 아니더라도 할 수 없고요. 허지만 누가 먼저 박근혜에게‘박다르크’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한 것보다 저는 박근혜를 우리 은비만큼이나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 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곳에 죽치고 있는 세월만큼 아시는 분은 아십니다. 박근혜를 향한 연정(情: 오해하지 마시압. 남 녀 간의 그런 게 아니고…)의 썰을 무지무지 많이 남겨 두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오냐 오냐 한 탓인지 어느 날 부터인가 우리 은비처럼 버르장머리가 없음을 알 게 되었습니다. 모든 게 제 멋대로 인 것입니다. 저는 박근혜의 버르장머리 나쁨을 지난 대통령 경선 때 처음보고 느꼈습니다. 그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고자함이 아니고 오로지 개인과 가문의 영달을 위해 정치판에 뛰어든 느낌을 처음 받았습니다.
결국 경선에서 떨어졌고, 그나마 조신하게 차기를 노렸으면 또 새롭게 각광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조신은커녕 대통령에게 또 한나라당이라는 정치적 동지들에게 몽니를 부리는 것도 모자라 악다구니를 널어놓기까지 합니다. 뭐 본인은 무조건 속았다나요 뭐라나요.
결국 뭐겠습니까. 요즘의 박근혜가 취하는 행태는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에게 마치 우리 은비처럼“니가 먼저 때렸잖아!?”하는 식의 항변을 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왜 맞았는지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냥 맞은 것만 억울해 합니다. 이럴 땐 자꾸 실소만 터져 나옵니다.
뭐 솔직히 박근혜가 다섯 살 어린애처럼 국민 앞에서 재롱을 부릴 나이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투정 부릴 나이도 아니잖아요? 그동안 피치 못하게 정치적으로 몇 차례 얻어 터졌어도“니가 먼저 때렸잖아!?”하는 식으로 히스테릭한 시집 못간 노처녀의 강짜를 부릴 때는 더욱 아니라는 거죠.
요즘 보십시오. 6.2지자제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에서는‘선거의 여왕(?)’박근혜라고 부추기며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박근혜의 지난 공로를 결코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녀가 있는 곳은 오직 승리 뿐 이었잖아요. 박근혜가 있는 한 어떤 전투에서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오죽했으면 그런 박근혜를 보고 오를레앙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잔 다르크를 연상하고 ‘박 다르크’라는 훈장 같은 수식어를 붙였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모두가 간과한 게 있습니다. 당시1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좌빨 정권아래서 국민 모두는 좌빨 정권의 실정(失政)에 피로함과 염증을 느끼고 있을 즈음의 모든 선거에는‘한나라당’이라는 팻말 아니 하다못해 썩어가는 한나라당원의 짚고 다니던 지팡이만 꽂을 공간이 있다면 누구나 승리를 할 수 있는 국민적 정서와 사회적 배경이 있었던 것이지 모든 게 박근혜의 공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박근혜가 선대위원장이었고 그녀가 눈길 한 번 언질 한 번 던진 곳은 승리를 했으니 우리 모두 박근혜의 능력인양 착시 현상을 일으켰던 것입니다.
그리고 냉철하게 생각을 한 번 해봅시다. 과연 박근혜가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정치적 능력을 발휘한 게 있었습니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고 아무리 생각을 짜내도 그런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녀는 오로지 아버지의 후광으로 정치입문 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입니다.
요즘 이런저런 통계 가운데 눈여겨 볼 대목은 지자체선거를 좌우 할 시 또는 광역 그리고 도지사 선거에 호남을 뺀 모든 지역이 그렇게도 박근혜의 지지를 필요로 했고, 심지어 어떤 곳은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박근혜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박근혜는 미동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박근혜가 없음에도 호남을 빼고는 너무도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없이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바로 서 가고 있는 정황입니다. 한나라당의 홀로 서기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겁니다. 솔직하게 말이나 될 법한 소립니까? 한 여인의 지원으로 일국의 집권 여당 선거 전략이 좌우 된다는 게. 물론 이런 결론은 비단 한나라당 뿐 이겠습니까. 진작 이랬어야 했던 겁니다. 대한민국의 유권자가 그리고 한나라당이 그동안 지독한 착시현상에 빠져 있었던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입니다.
박근혜가 없으면 처참히 깨질 것 같았던 선거가 아주 거뜬히 바람직한 모양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어이없게도 박근혜는 속으로 자신이 없으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진작 이러해야 했습니다. 제대로 되어가는 겁니다.
또 달리 표현하면 한나라당은 박근혜를 너무 혹사시켰습니다. 박근혜는 한나라당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바쳤습니다. 그런 광고 카피가 있었지요.“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열심히 일한 박근혜를 편히 쉬게 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오만한 박근혜의 자충수 일지라도 한나라당은 이번 계기를 통하여 홀로 서기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입니다.
BY ss8000 ON 5. 21, 2010
덧붙임,
위의 얘기가 못한 보수의 낙(落)이다. 당시나 지금이나 박근혜의 공을 폄하 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당시의 정서(좌빨10년 정권의 실정에 대한 피로와 염증(厭症))가 그랬던 것이다. 더 하여 모든 선거는 선거의 여왕(능력이 출중해서가 아닌…)에게만 기대고 판판이 승리를 거두며 안주했던 것이다. 그 점이 오히려 동지라기보다 정적이나 다름없는 이명박 정권에 몽니를 부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동지적 입장에서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함에도 이명박 집권 내내 생채기를 안겨 주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대선에서 승리를 하고 권력을 손에 쥐자 이번엔 광박(狂朴)이라는 세력이 전면에 나서서 친박. 반박으로 갈라 세우는 어리석은 작태를 벌리며 오만(傲慢)함의 극치를 보였던 결과가 국민들의 눈을 피로하게 하거나 식상하게 만든 것이다.
광란의 촛불사태는 결국 문재인의 등장을 요구한 게 아니라 그 시점(시대적 배경)에 문재인이 그냥 서 있었을 뿐이다. 요즘 문재인의 지지도가 당선 초기에 가까이 하늘 높은 줄 모른단다. 혹자는 이런 현상을 남북평화회담의 결과로 보겠지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 된 후 1년을 상기해 보라.
그녀의 1년 집권 때는 이미 친박. 비박으로 줄을 세우고 삐걱거리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문재인과 그 패거리들은 어떤가? 오로지 문재인 그 한 사람을 중심으로 굳게 똘똘 뭉쳐 있는 게 안 보이는가? 문재인의 한마디면 옥황상제가 내리는 옥음(玉音)이고 법이다. 어떤 놈도 반대하거나 염두에 두지 않는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다툼을 지켜 본 학습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10년 주기설이 있다. 이거 불변의 진리로 고착화 되 가고 있다. 아무리 애 쓰고 몸부림 쳐도 방법이 없다. 문재인과 그 패당의 실수(실정)를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어쩌면 오늘날 자유한국당 하는 꼬라지로는 10년 주기설이 깨지고 15년 20년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실망만 하지 말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바로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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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우습게보고 오만의 극치를 보였던 이. 박 정권에서 학습효과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문재인과 그 패당이 정권 1년 만에 학습이 아닌 답습(踏襲)을 하고 있다. 원래 정치. 권력이라는 게 그런 것인가 보다. 놈들이 철저히 망가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결론,
싸우지 마라! 이명박. 박근혜 패거리로 나뉘어 싸우지 마라! 진부한 얘기지만, 싫어도 한데 뭉쳐야 한다. 그래야만 그나마 10년 주기설을 뒤 바침 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