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단상(참 이상한 대한민국)

구로다상의 충고

구로다 가쓰히로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일본 산께이 신문의 서울지국장입니다. 좀 독특한 인물이죠. 한국에 수십 년 간 상주하며 가끔씩 한국에 대해 입방아를 찧거나 아니면 한국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인물이지요. 어떤 경우는 우리네를 아주 폄하하는 고약한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비근한 예를 들자면, 일본인과 일본정부가 독도를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여 우리의 공분을 일으킬 때 슬쩍 한마디 거들기를“50년 이상 당신들(한국)이 지배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흥분하는가?”하는 식입니다. 그때도 이 사람 욕 죽도록 먹었지요. 아주 최근엔 우리의 비빔밥을양두구육이라고 폄하 했다가 또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중국 출장을 다녀오자마자 어제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이 또 홍콩으로 달려와야 했습니다. 솔직히 얘기하면 향후 아들놈의 세상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다시 홍콩을 왔습니다. 오늘부터 홍콩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보석 및 패션 쥬얼리 쑈가 열립니다. 비록 보따리장사에 불과하지만 저희 제품도 당당하게 진열해놨습니다.

 

제가 아들놈과 쑈에 나왔다는 걸 강조하는 게 아닙니다. 중국에 올 때마다(홍콩은 예외 이긴 합니다마는…)느끼는 것은 정말 지저분한 나라라는 것입니다. 정말 무질서한 나라라는 것입니다. 중국에 의해 보따리장사도 하고 목구멍에 풀칠을 하면서 중국을 무시하고 중국을 비하하는 썰을 정말 많이 풀었습니다. 아무리 제가 중국에서 밥벌이를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이는 것을 진실을 외면하고 미화(美化)시키거나 미사여구(美辭句)를 섞어서 표현할 수는 없는 겁니다. 저의 이런 표현은 당장 듣기는 이들을 폄하(貶下)하는 것 같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깊은 애정을 가지고 하는 조언이자 충고인 것입니다. 아니한 말로 돈벌이 잘되고 먹고살만한 이웃이 청결하고 질서도 잘 지키며 품위 있는 행동을 한다면 이웃으로서 반갑고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십 수 년을 지켜봐도 그런 것들이 조금도 개선이 안 되니 비하(卑下)하고 폄훼(貶毁)하는 썰을 자꾸 풀게 되더군요. 저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입니다.

 

구로다 가쓰히로의 이율배반(二背反)

저는 어제 홍콩행 비행기를 타기위해 우리 축구16강전을 전반전만 보고 인천으로 왔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여 우리가16강에 진출한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홍콩의 정해진 호텔에 여장을 풀고TV를 잠시 켜니한국: 나이지리아축구중계를 ESPN(스포츠전문방송)CCTV(중국 중앙방송국)에서도 녹화중계를 해 주더군요. 이들도 우리를 한껏 추겨주는 중계를 해 주더군요. 이런 게 객관적 시각이자 바른 표현입니다. 고맙지요 뭐.

 

지금 이 시각 홍콩의 아침은 잔뜩 흐려있습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말썽(?)많은 구로다상의 발언을 보았습니다. 이번엔 우리 축구에 대해 한마디 했더군요. 한국TV가 절규했다, 한국 뉴스가 월드컵 일색이다, 철야 방송도 모자라 아침뉴스도 월드컵 뉴스로 채워져 다른 뉴스를 볼 수가 없다라는 식입니다. 더 재미난 것은 대한민국의3대 메이저 신문에 대한 촌평입니다.“아침 까지 대한민국!(중앙일보)”,“철야를 우리 전사들과 하나가됐다(조선일보)”,“꿈은 하나 잠들지 못하는 밤(동아일보)”등입니다.

 

그런데 이런 발언에 대해 일부 네티즌이 또 방방 뜨고 난리입니다. 우리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봅시다. 이거 모두 사실 아닙니까? 구로다상 있는 그대로를 가감 없이 객관적으로 표현한 게 아닙니까? 이 양반 직업이 신문기자입니다. 뉴스社 특파원이고요. 특히 나 자신의 직업에 충실한 기자다운 글이 아닙니까? 저는 이 대목에서 솔직히 얘기하면 정말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는 정말 의식 있는 우리 기자가 한 사람 쯤 있다면 구로다상이 이런 표현하기 전 우리사람이 먼저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중국에서 중국에 의해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지만, 중국인들에게 쓴 소리를 합니다. ‘야 너희들 정말 더럽다. 정말 무질서하다.’라고 말입니다. 깬 중국인들은 저의 이런 충고와 애정 어린 조언에 감사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맞아! 그렇긴 해!’라며 인정을 해줍니다. 이런 중국인이 자꾸 널어나면 언젠가는 이들도 자성하고 자신들의 결점을 고쳐 나가지 않겠습니까? 저의 이율배반적 행동을 이해하고 있는 겁니다.(솔직히 중국인의 민도가 아직 낮은 걸 우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들이 만약 선진국 아니 우리 수준의 민도만 된다면 그날이 미국을 재치고 세계를 지배하는 패권국이 될 것이라고 나는 예견한다.)

 

구로다상이 가끔씩 저지르는 우리 비하나 폄하 발언을 발끈하기만 하고 감정적으로 대하기만 하면 되겠습니까? 그 사람 얄밉기는 해도 냉정한 판단으로 우리에게 조언해 주는 겁니다. 자국 국민으로서 과학적 근거로 세계가 인정하는 사실을 믿지 않고 왜곡하는 놈들도 있고, 제 나라 대통령을 저희 집 똥개 취급도 않는 놈들이 있는데 남의 나라 신문기자가 냉철한 판단으로 한마디 한 것에 너무 과민반응 일으킬 필요가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의 이율배반적 행동이 친한적(親韓的)이고 우호적(友好的)이기에 그런 표현도 하는 겁니다.

 

한 외국인 기자가 널어놓은 푸념에 발끈하는 네티즌도 그렇고….나 자신 국가에 대한 반역적 언사는 괜찮고 남의 충고나 조언은 길길이 날뛰는 밴댕이 소갈딱지 국민은 되지 맙시다. 그래서 이 아침에 썰 제목을참 이상한 대한민국이라고 붙여 보았습니다.

BY ss8000 ON 6. 23, 2010

 

 

덧붙임,

사실 며칠 전 월드컵 對스웨덴 전이 있던 날, 서울 집에 볼일이 좀 있었다. 나는 이곳 제천과 서울을 오갈 때 새벽 서너 시 아니면 밤 열두 시 전후해서 다닌다. 많은 차량을 피해 보자는 심산이다. 대충 시간 반이면 오간다. 그날은 일부러 다른 때와 달리 저녁 여덟시 반에 출발을 했다. 일단 출발을 하며 내 예상이 빗나가기를 속으로 빌었다. 그러나 내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평소 보다 약30 분 빨리 집에 도착한 것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나라는 백척간두 임에도 여전히 축구에 미쳐 날뛰는 젊은 아이들. 그날 뉴스에는 청년백수의 숫자가 근년들어 가장 많이 널어 났다는 보도다. 저 천둥벌거숭이들이 선동 질에 당한 대통령이라는 자가 나라를 망쳐도 축구에 미쳐 세월 가는 줄 모른다.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 스럽다. 나 같은 늙은이야 70을 넘게 살았으니 무슨 영광을 더 바랄까? 저 죽는 줄 모르고 천방지축 날뛰며 불속으로 뛰어드는 부나비 같은 족속들이 안타까워 옛 썰을 끄집어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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