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과부가 있었다. 남의 집으로 다니며 길쌈을 하거나 허드렛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어렵게 두 아들을 교육시켰다. 하루는 마당에 작은 텃밭을 일구다가 호미 끝에 딱딱한 물건이 부딪히는 것이었다. 파 보았더니 큰 항아리가 있고 그 속에 금은보화가 잔뜩 담겨 있는 것이었다. 아마 아주 옛날 어떤 이가 난리를 피하기 위해 전 재산을 묻고 갔지만 화를 당하고 주인을 잃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과부는 얼른 항아리를 덮고 흔적도 없이 한 후 이사를 해버렸다. 그리고 역시 근근이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두 아들을 교육시켰으며 후일 두 아들은 주경야독으로 아주 높은 관직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 과부가 늙고 병들어 임종을 앞에 두고 두 아들에게 비로소 옛날의 항아리 얘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아들들이 말하기를“어머니께서는 어찌 그렇게 어리석을 수 있습니까? 그 금은보화를 꺼내어 생활 했다면 가족이 그토록 고생하지 않고 부유하게 잘 살 수 있었을 텐데요”죽어가던 과부가 말하기를“財는 災와 같은 것이다. 재물이 넉넉하면 인성이 흐트러지고 풍족한 생활을 했다면 과연 너희들이 오늘날처럼 현달하여 지금의 자리에 있었겠느냐?”그리고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두 아들은 진한 아쉬움을 느꼈지만 어머님의 현명함에 고개를 꺾고 대성통곡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 과부가 누구이며 두 아들이 누구인지 기록에 나와 있지 않은 점은 아쉽다.
불멸의 가요‘홍콩아가씨’는“별들이~소근 대는~홍콩에 밤거리….”로 시작된다. 홍콩에 온지 닷새째인데 장마철이라 그런지 오던 날부터 계속 비만 내렸지 소곤거리는 별은커녕 칠흑 같은 하늘뿐이다. 그래도 다행히 홍콩의 야경은 불야성이다. 더구나 어제 밤은 남아공월드컵16강 첫 경기가 열리는 만큼 이들의 관심도 대단하다. 묶고 있는 호텔 맞은편 고층아파트에 불빛이 장마철 늦은 야밤답지 않게 가가호호 불빛이 휘황찬란하다. 아마 저들도 우리의 승리를 기원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 역시 호텔 미니바 냉장고 속의 맥주를 마셔가며TV속으로 몰입했다. 홍콩 방송국의 캐스터와 해설자들이 간간이 우리 선수의 실축에 또는 아쉬운 장면에 자국선수의 그것처럼 아쉬워 하고 외마디를 지른다. 타국인이 이러는데 내 심정인들 오죽했겠는가. 경기는 끝났고 우리의 패배가 확정지어졌을 때 침대 곁에는 미니추어 양주3병, 이름도 생소한 이국의 맥주4캔이나 뒹굴었다. 솔직히 자판을 두드리는 이 순간 속이 많이 아리고 쓰리다. 과음도 했지만 우리의 패배 탓이리라.
시나브로 취한 가운데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해 보았지만 진한 아쉬움 때문에 잠이 오질 않는다. 문외한의 입장에서 경기를 복기해 보니 어떤 대목은 정말 표현 할 수 없을 만큼의 아쉬운 장면이 묻어 나온다. 그러나 어찌하랴 경기는 이미 패배로 끝났고……이리저리 생각이 많은 가운데 문득 어쩌면‘우리의 패배가 잘 된 것이다’로 귀결 지어진다. 정말 욕먹을 소린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패배가 오히려 썩 잘 된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만약 어제 야밤의 혈전에서 우리가 승리했다면 어땠을까? 당장 난리가 났을 것 같다. 승리에 도취한 붉은 악마의 무리들이 몇몇 불순세력의 선동 질에 청와대로 몰려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미순이 효순이 때나 광우병 때나 일부 부화뇌동하는 무뇌아들의 양상이 그러했던 것처럼 충분히 그럴 개연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먼저 이명박의 국정이 마비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명박과 이하 수뇌들이 승리에 도취하여 철없는‘붉은악마’무리들 이상으로 덜뜬 나머지 그 기분을 국정에 이용하려 들 것이다. 우매한 국민들은 그런 愚民정책 수단에 넘어가고 분위기에 휩싸였을 것이다.
아니 이미 그리됐다. 월드컵이 개막 되고 난 뒤 국정이 실종된 장면이 여러 곳에 나타나고 있다. 정책의 누수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월드컵 분위기가 고조 될수록 비례하여 나라의 정치가 보이질 않는다. 북괴의 침탈로46명의 우리 장병이 무참히 살해당했을 때, 금방이라도 선전포고를 할 듯 했다. 그런데 그 다부진 복수(?)의 각오는 어디로 갔는가? 하다못해 심리전의 일환으로 보내겠다는 전단(삐라)작전은? 또 GP의 대북방송은 어디로 숨었는가? 그놈의‘월드컵’ 때문에 어물쩍 숨기고 감춘 것은 아닌지? 도대체 이적단체들에 대한 처방은 전혀 않는 것인지? 이게 다 월드컵과 맞물려 국민을 기망하고 우민화 시키는 게 아니던가? 세종시 문제며4대강 문제가 다부졌던 각오와는 달리 지리멸렬하고 있다.
서두에 꺼집어 냈던‘과부와 아들’이야기가 어쩌면 견강부회한 이야기 일 수 있다. 그러나 차라리 월드컵과 우리의 산재한 국정이 타이밍 상 맞물리지 않았다면 46명의 우리 장병의 원한 갚기가, 세종시 문제가, 4대강 문제가 찬물에 거시기 쫄아 들고 삼베잠방이 방귀 빠져 나가 듯 유야무야 될 수가 있었을까?
지금 이 순간 냉철하게 생각하면 어제의 패배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우리 대통령의 국정을 위해서 하늘이 내린 패배가 틀림없다. 거듭 얘기하지만, 진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지만 하늘이 내린 패배에 순응하고 우리 모두 다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자! 그리하여 천암함 문제도, 세종시 문제도, 4대강 문제도, 반역도를 척결하는 문제도 차분히 해결 하도록 하자! 우리 선수들 너무도 잘 싸우고 잘 했지만, 너무도 잘 져주었다. 잘 져준 그대들이 영웅이고 애국자다. 비록 졌지만 잘 져준 우리 선수들 만세다!!!!!만세!!!
BY ss8000 ON 6. 26, 2010
덧붙임,
1)아무리 미워도 내 나라 대표 선수들의 경기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관전했다. 위의 썰처럼 8년 전 그날이나 오늘이나 상황이 조금도 달라진 건 없다. 딱히 다른 게 있다면 오늘은 맥주 두 캔으로 버티며 관전 했다는 것. 그리고 절대 이길 수 없는 경기, 특히 이겨서도 안 되는 경기를 관전했다는 것. 오늘 만약 경기를 이겼다면 문씨가 응원했다며 기고만장 했을 것이고 그의 지지도는 99%(북쪽의 지지도와 동일한 수준)까지 폭등하고 나라는 완전히 붉은악마가 지배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2)내가 더욱 염려스러웠던 것은 경기에 짐으로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살린 것에 만족한다. 어제 나는 우리 팀이 이길 경우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얼싸안고 방방 떠다가 너무 좋아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 죽을 것이기에 대통령부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져야 한다고 기원했었다. 정말 다행이다. 내 기도를 하느님께서 들어 주셨다.
3)어제 SNS에서 어떤 분이 오늘의 경기 즉, 한국 vs 멕시코 경기 스코어 예상을 해 달라고 부탁(?)을 하신다. 그래서 딱, 한국1 : 2 멕시코 그랬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내 예상이 빗나가기를 하느님께 빌고 또 빌었었다. 하느님께선 똑 같은 소원을 두 번은 안 들어 주신다.
비사벌
2018년 6월 25일 at 10:22 오전
아침조선일보에 문씨부부 희희덕거리는 사진보니 기분더러운 한주가 시작
됩니다. 멀쩡한 정권을 강탈해놓고 저러는 꼴 보니 정상은 아닌것 같아요.
ss8000
2018년 6월 25일 at 11:10 오전
안타깝지만 나라가 더 망가져야 합니다.
그 증좌가 하나 둘 널어나고 있습니다.
망가잔 나라는 망가트린 놈들이 재건 시켜야 합니다.
혹독한 댓가를 지불해 가며….
원장 선생님이나 저나 속이 아파 그렇지
그래도 참고 견뎌야 합니다.
두 년늠이 저렇게 철딱서니가 없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