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사나운 날.

어제 벌어진 일이다. 56일의 중국출장을 끝내고,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묶고 있던 호텔의 프런트로 내려갔다. 이런저런 수속을 밟고 있는 가운데 투이팡(退房: 체크아웃)을 하겠다고 하면 묵었던 방 호수를 확인한 뒤 층별로 있는 복무원에게 전화를 하여 그 방의 비품 또는 미니바의 진열품 등이 없어지거나 이용 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한 다음 이상이 없으면 미리야진(押金: 디파짓)해 두었던 영수증과 새로운 영수증 교환을 끝으로 퇴방 즉 체크아웃은 끝이 난다. 평소 다른 호텔과는 달리 시간을 너무 끈다.(! 이 호텔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아직도 페인트 냄새가 날듯한 아주 싱싱한(?)호텔이라 시험 삼아 이번 출장길에 미리 예약을 해 둔 곳이다. 방도 넓었고 모든 시설이 새 것이라 깨끗해 아주 만족스러워 다음부터는 이 호텔에서 묵을 것을 다짐했는데…..)

 

퇴방을 하기 위해 프론트로 내려와 팡카(房胩(카 달월변이 없음): 방 열쇠)를 내밀고 수은대(收銀臺: 중국은 아직도 계산대‘cashier’를 수은대라고 한다. 즉 과거 銀이 金보다 더 시세가 높이 유통되었기 때문이다)앞에 서 있으면 평소 길어도10여 분 내외에서 퇴방 절차는 끝나는데, 이날은 근 20분이 지났지만 아직 확인중인지 소식이 없다. 약간 씩 짜증이 나려는 찰나에 퇴방절차를 밟던 프런트 직원이 느닷없이 컵을 깨트린 게 없냐는 거다. 당연히 없으니 없다고 했으나 컵 하나가 깨졌다는 것이다. 그럴리가????다시 한 번 절대 결단코 그런 것 없다고 강조했으나 조금 기다리란다. 그러더니 뗀디(電梯: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간다.

 

보나마나 방으로 깨진 컵을 가지러 간다는 기분이 든다. 이런! 니미럴~~!!!!20층에 묵었는데….저년! 저거! 20층까지 오르내리고…아이고! 환장하겠네!!(속으로….)과연 한 5분 있으니 하얀 컵(머그에 가까운 중국식 찻잔이다)을 내게 내 밀며 보라는 것이다. 난 그 컵을 사용한 적도 없지만 컵을 살펴보니 언저리가 소성(내가 도자기에 대해 쥐 오줌 같은 지식(?)이 있다. 도자기를 구울 때부터 이미 발생한 그을림과(전문가들은 이런 부분을 연()먹었다고 함)크랙(crack: 유약이 제대로 안 먹은…)이 간 흠결 있는 컵이다. 따라서 손톱으로 긁어 보이며(긁어지지 않음)원래가 그런 것이라고 친절히 지도해 주었지만 자꾸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참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그만 인내의 한계를 덜어내고 호텔로비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너 네 사장(중국10대 재벌이라던데…)나오라고 해! 컵 값을 받고 싶으면 진작 얘기하지 사람을 230분 세워놓고 이러는 경우가 어딨느냐? 너 네 사장 빨리 나오라고 해! 컵 값 얼마냐!? 그리고 깨진 게 아니라 하지 않았느냐!” 등등 고래고래 소리 지르니 매니저급 되는 놈이 나타난다.

 

그럴수록 소리를 벅벅지르며 이 호텔 복무원 교육이 이게 뭐냐? 는 식으로 떠들며 지난 과정을 침 튀기며 얘기하니 그놈도 따지고 보니 저희가 잘못 인줄 알고 몇 차례 뚜에부치(對不起:미안합니다)를 연발한다. 실컷 성질을 부리고 그곳을 빠져나와 못 다한 일을 보기위해 거래처로 갔더니 비즈니스를 나누어야할 대상이 소식도 없이 출근을 아직 하지 않았다. 귀국하는 날이라 늦지 말 것을 그토록 다짐했는데….생각 같아선 불을 확지르고 싶었지만…아침부터 재수가 없으려니 원!!!어쨌든 어렵사리 일을 마치고 귀국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는 다행히 정시에 출발하는 모양이다. 계류장을 빠져나와 활주로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얼마지 않아 더 이상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20분 넘게 서 있는 동안 기내는 찜통으로 변한다. 기내의 승객들은 쿵툐(空調: 에어컨)쪽으로 손을 올리고 에어컨의 유무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다.(그날 그 곳의 기후가40도를 오르내리는 찜통 더위였다)승무원이 아릿다운 목소리로 그 사이 세 번씩이나 공항사정으로 이륙을 못하고 있으니 죄송하다는 것과 협조해 달라는 멘트를 날렸지만 승객들의 불만은 쌓여간다.

 

그렇게10여 분이 지난 뒤 이번엔 기장이 몸소우리 비행기는 공항사정으로3번째 대기 중이며 이륙하기까지는 5분에서 10분이 걸릴 것이라는 방송을 한다. 순간 온 몸에서 힘이 빠지며 호흡이 가빠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죽을 것만 같다. 식은땀인지 아니면 달아 오른 기내의 찜통 탓인지 온통 젖어 버린다. 급기야 승무원에게 짜증을(그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내며 에어컨은 왜 안 터냐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런!! 제길!! 그렇게 비행기를 수없이 타고 다녀도 그런 사실을 몰랐는데, 이륙할 때 추진력을 모으기 위해 동력을 아끼는 과정(사실이 그런지는 모르겠고…)이라 에어컨을 작동 않는 것이란다.

 

호흡곤란증을 겪어가며 온 몸을 비틀고 있으니 과연10여 분 뒤 비행기는 이륙을 했고, 그리고 다시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고도에 오른 비행기는 안전벨트를 풀어도 좋다는 싸인이 나왔으나 기내는 여전히 찜통이다. 워낙 오랫동안 활주로에서 대기했던 관계로 비행기가 달아오를 대로 달아 오른 탓이다. 연이어 기내식을 서빙 하겠다고 했으나 입맛이 있을 턱이 없다. 생수 한 컵으로 대신했고 시간이 지나자 기내는 적당한 온도로 안정을 찾았으며 드디어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을 빠져나와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런! 이런! 오늘 정말 재수 옴 붙은 날이다. 출국하는 날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아(요즘의 인천공항을 보면 대한민국 경제 완전히 살아났다. 주차 공간도 없고 떠나는 사람 돌아오는 사람으로 인산인해다)차를 주차장 노변에 세워두었는데, 노랗고 큼직한 경고 딱지가 앞 유리에 붙어 있다.

 

정말 아침부터 저녁까지 왜 이런다지? 일진이 이렇게 사나울 수가? 어쨌거나 대충 경고 딱지를 떼어 내고 집으로 오는 과정에 내비게이션의 그녀가 전방700m에 단속카메라가 있으니 속도를 줄이라는 안내를 했지만 그 순간 다른 생각을 하느라 과속을 하며 무심코 그냥 지나치고 아차! 후회를 한 것이다. 이제 며칠 후면 또…벌금 딱지가 날아오겠지?

 

이게다 요즘의 날씨 탓이 아닌가싶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는데 내가 너무 오두방정을 떤 탓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지만 그래도 가끔 장맛비가 내려주니 살 것 같다. 이제 여름이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 현명하게 여름에 대처해야 겠다.

 

BY ss8000 ON 7. 9, 2010

덧붙임,

8년 전 여름이나 오늘의 여름이나 달라진 건 없다. 다만 나라가 개판인 점은 그 때와 다르다. 열불 나고 죽을 맛이지만 우예뜬동 살아남아 빨궤이에 빼앗긴 조국산하를 찾는데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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