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대전회통(大典會通)에 보면 모든 관원은 친척이나 인척 관계에 있는 자가 더불어 벼슬을 하게 되었을 때는 어느 한 쪽이 이를 기피하여 벼슬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것을“상피(相避)제도 또는 상피정신”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임금의 친계나 모계(母系) 또는 처가 쪽은 물론이요 아들딸들 지친과 외척들에게는 실제의 직책인 어떤 벼슬을 주지 않았다. 다시 말해, 왕과 혈연관계에 있는 모든 주위 사람에게 이“상피제도”가 적용된 것이다. 심지어 세자를 가르치는 세자의 스승까지도 세자가 등극하면 벼슬길에 나갈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법으로 만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피정신을 더욱 확대해석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유명관(愈命觀)이라는 사람의 아들 유계문(愈季聞)이 경기관찰사로 임명이 되었는데 한사코 부임을 하지 못하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사직 이유는 상피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즉, 자기 부친의 함자(銜字)의 끝자리인 관(觀)자와 관찰사(觀察使)라는 벼슬의 관(觀)자가 같기 때문이라는 논리였든 것이다. 이 소문을 듣고 아버지 유명관이 볼 관(觀)자를 너그러울 관(寬)자로 개명해 버리니 그때서야 임지에 부임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법의 확대해석과 사양지심의 극치라 입 밖으로 실소가 터 질만 하지만 옛 선인들의 준법정신(?)이 대단하다할 것이다.
뭐, 이정도 까지 바라지도 해서도 안 되겠지만,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4.9총선 예비후보자들에 대한 공천 내정심사를 진행하던 중 대통령의 백씨(伯氏)되는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공천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면서 심사가 중단되는 파행을 겪었다는 것이다. 원래 이 양반5선 의원에 73세의 고령이라 당내에서 용퇴의 목소리가 높았다는데, 그런 점을 떠나 실제(實弟)가 이 나라의 최고통치권자가 되었으면 지난 날“상피정신(相避精神)”을 이어 받아 스스로 용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대저 정치라는 것이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다스린다고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그것도 직업이라 5선씩이나 했으면 많이 한 것이고 73세의 고령이라면 건강도 염두에 두어 봄직할 것이다. 더구나 지난 날 왕이랄 수 있는 대통령이 친동생이면 대군(大君)마마이신데 종친으로서 국가의 원로로 뒷전에서 국정을 다스리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는 것도 도리일듯하다.
이 나라 정치사가 불운한 것은 그 놈의 가신정치 또는 패거리 정치라 하여“상도동계, 동교동계, 노사모 및3 86계”와 같이 뿌리 깊은 끼리끼리의 정치작태와 어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각료나 고위층 인사발표를 보면 출신지역, 출신학교 등의 지역 차별과 편파 인사가 자행되고 심하면 시골 면장까지 대통령출신의 고장사람으로 채운다는 우스개가 있고, 이번엔 그런 구태에서 벗어날까 했지만 5대 사정기관장이 모조리 영남인사로 채워졌다고 말들이 많은 판에 하물며 대통령의 친형씩이나 현실 정치판에서 머뭇거리면“이 놈의 나라는 가족끼리 다 해먹냐?”라는 비아냥 터질까 두렵다. 거듭하는 얘기지만 지난 날 옛 선인들의 준법정신에 의거한 상피(相避)정신을 돌이켜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서 해 보는 썰이다.
BY ss8000 ON 9. 3, 2010
덧붙임,
이 새벽 기사를 검색하는 가운데 재미(?)난 기사가 있어 기사 일부를 전재한다.
앞으로 고등학교 교사들은 자녀와 같은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된다. 17일 교육부는 “고등학교 교사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배치되지 않도록 하는 ‘상피제’(相避制)’를 도입 하겠다”고 밝혔다. 부모 교사가 직·간접적으로 자녀 입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17/2018081702464.html
이번 상피제 도입은 최근 서울 강남구 S여고에서 쌍둥이 자매가 동시에 전교 1등을 차지한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는 S여고 교무부장이다. 이에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첫 성적이 전교 59등·전교 121등인 자매가 갑자기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6일 특별 감사에 착수했다. 상피제 도입에 따른 논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사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학생의 학교선택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위의 기사를 보고 퍼뜩 생각나는 게….
첫째, 상피제’(相避制)’라는 단어를 설명도 없이 불쑥 내밀면 정말 어쩌다 그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는 나 같은 놈 빼고는 국어사전을 뒤져가며 기사를 읽을 수도 없고…약간의 부연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둘째, 사실유무야 향후 교육청에서 조사해 보면 나오겠지만, 이런 지협적인 문제까지 국가에서 간섭하나? 저들은 온통 빨.갱.이들만 모여서 나라살림을 주물럭거리고 머잖아 주적의 존엄 놈 앞에 무릎을 꺾을 기세이며…참, 정말로 전 국민과 전국토의 빨.갱.이化 외엔 할 일 더럽게 없는 정권이다.
셋째, 어쨌든 이번 문제 발단의 원인은, 아직 사실유무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쌍둥이와 아버지 되는 교사 부녀들 간의 합작‘컨닝’에 있는 것이다. 설령 컨닝을 했다 손 치더라도 어떤 법 또는 무슨 명목으로 처리할 것인가? 대통령이라는 자가 A4용지로 컨닝을 해가며 국정을 다스리는데 쌍둥이 부녀들이라고 못 할 이유라도 있나? 기왕 이렇게 된 거 차제에 컨닝의 전 국민化를 해야 한다. 경험칙에 의하면‘컨닝’ 그 거 아무나 쉽게 하는 게 아니더라.
참고: 상피(相避)의 또 다른 사전적 의미는 가까운 친척의 남녀가 거시기 하는 거 즉, 근친상간(近親相姦)을 두고 이름이다. 이럴 땐 좀 된 발음으로“‘쌍피’ 붙어 처먹었다”라고 발음한다.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가 근친상간 쌍피 붙어 처먹듯 하다 쌍코피 터질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