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읽다보면“허유문량(許攸問糧)”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원래 허유는 조조와는 동문수학한 친구 사이였다. 그런 허유가 어찌된 일인지 원소 수하에서 모사 노릇을 하고 있었다. 조조와 원소가 모든 것을 걸고 한 판 싸움을 벌인 전쟁이 관도대전(官渡大戰)이다. 전쟁의 공방이 심해질수록 생각과 달리 조조는 점점 밀리고 있었다. 다름 아닌 군량미가 고갈이 된 것이다.
조조는 다급함을 자신의 모사인 순욱(荀彧)에게 알리기 위해 편지와 함께 파발마를 띄웠으나 재수 없게 그만, 편지를 가진 통신병이 허유에게 잡히고 만다. 편지를 읽어본 허유는 조조군이 군량이 떨어진 것을 알고 원소에게 군사를 나누어 오히려 조조의 본거지인 허창(許昌)을 공격할 것을 건의 하였으나 원소는 콧방귀를 뀌며 모종의 사건과 연루된 허유를 꾸짖는다. 이에 허유는 뿔따구를 내며 원소를 버리고 조조에게 투항하였다.
허유를 얻은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친히 그를 맞이하여 장막 안으로 들게 하였다. 허유는 일부러“공은 지금 군량이 얼마나 있으시오?”라고 물으니, 조조는 대답하기를“일 년은 버틸 수 있소”라고 하였다. 허유가 웃으며“아마 그렇게 까지는 없겠지요?”라고 하자, 조조는 다시“실은 반 년 먹을 것밖에 없소”라고 하였다. 이에 허유는 소매를 뿌리치며 일어서며 조조가 거짓말 하는 것을 질책하였으나, 조조는 여전히 사실을 말 할 수 없어서“군중의 양식은 사실 석 달 먹을 것밖에 없소”라고 하였다. 허유는 조조가 역시 간웅이라고 비웃자, 조조는 고의로 허유의 말이 신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낮은 소리로 귀에 대고“군중에는 단지 이달 먹을 것밖에 없소”라고 하였다. 허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를 버럭 지르며“나를 속이지 마시오! 군량이 이미 다 떨어 졌지 않았소”하며 조조가 순욱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을 그 증거로 말하자, 조조는 그제야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 사실을 인정한 후에야 허유는 자신의 기지와 책략으로 원소의 본거지인 기주성을 함락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조조가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 반석 같이 튼튼해 진 것이다. 그해가 서기200년 단기2533년(漢헌제 건안5년, 고구려 산상왕4년, 신라 내해왕5년, 백제 초고왕35년)이다.
기왕 비슷한 얘기를 보너스로 첨언한다면, 1598년 노량 앞바다에서 왜군과 전투를 벌이다 왜군이 쏜 총탄에 맞아 전사했다. 전사하기 전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라는 마지막 유언으로 남긴 분이 바로 성웅 이순신 장군이다.
두 고사를 한마디로 농축하면 병불염사(兵厭詐)라고 하는 것이다. 즉 전쟁(모든 군사행동)은 승리가 목적이므로 어떤 속임수도 꺼리거나 마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기죄가 나쁘긴 하지만 적과의 전쟁에선 죄가 되지 않는 다는 의미다.
불가역적(可逆的)?, 과문하긴 해도 고사나 사자성어에 대해선 미흡하지만 그래도 좀 안다고 자부해 오던 터다. 그러나 머리털 나고‘불가역적’이라는 사자성어는 근간에나 들어 본 것 같다. 이게 아마도 일본 위안부 문제를 한. 일간 담판지은 뒤 나온 성어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현금에 이르러 문재인이 자주 써 먹는 단어가 되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불가역적인 ‘한반도평화’의 중대 전환점”
“文 ‘北 비핵화 불가역적’…트럼프 앞에서”
대충 의미는 알지만 생소한 단어이라 실수 않기 위해 또 사전을 뒤져 본 즉, 변화를 일으킨 물질이 본디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일이라는 의미란다. 내가 알고 있었던 ‘절대불변의 법칙’뭐…. 그것과 유사한 의미인가 보다.
그러나 절대불변의 법칙은 없다. 더구나 국제정치 문제하고도 남북관계는… 70여 성상을 속아 왔다. 우리가 단 한 번이라도 속인 적이 있었던가? 70여 년 전엔 피차 미개하고 미숙했다고 치자, 북핵이 문제화 되고 난 이후부터 계산을 해도 놈들은 수 없이 우리를 속여 왔었다. 김대중이 노무현 또한 놈들과의 어떤 약속을 또는 협약을 문자화 하며 주장을 했다. 불가역적이라고…. 그러나 돌아서면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받아먹을 것 다 받아 처먹고 우려 낼 것 다 우려낸 다음 모든 약속은 찢어진 고무신짝 취급을 받고 버림을 받았다. 그게 남북 간에 이루어진 불가역적의 회담이 아니라 게임(전쟁)인 것이다. 전쟁의 궁극적 목적은 참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승리에 있는 것이다. 놈들은 오늘도 병불염사(兵厭詐)라는 작전을 전개하지만 문재인과 그 패거리만 그 사실을 오도(誤導)내지 호도(糊塗)하며 불가역적이라는 궤변(詭辯)을 널어놓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권좌를 지키기 위해 북괴의 병불염사에 사기를 당하고 있는 문재인을 보면 불가역적이 아니라 문가(文哥) 니가역적(你哥逆賊)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