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동업자 정신에 대해 한 썰 풀었지만…. 참 동업자 정신을 발휘한 의사 선생님이 계시기에 한 썰 푼다.
죽을병은 아니고…중국출장을 갔다가 너무너무 아파 업무도 보지 못하고 이틀 만에 귀국을 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구급차에 실려 S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는데 이런저런 검사(초음파. ct. mri)를 받고 병실을 2인실로 요구했다.
다행히 내 요구대로 2인실로 배정을 받고 환부를 부여잡고 환자 운반용 밀차에 실려 들어서니 오밤중이다. 거짓말 안 보태고 귀국 전 중국에서의 이틀은 밤 잠 한 숨 곡기 한 술 먹지 않고 왔으니 한마디로 심신이 파김치다. 배고픈 줄은 모르겠는데 우선 또 불면에 시달린다. 그 정도면 드러눕자마자 잠들 법도 하련만….(반전의 기적에서 일부 발췌)
2인실에서 3일을 보내며 코골이 하는 환자 동업자 3인 때문에 불면에 시달리다 마지막 코골이 환자 깍두기의 난동으로 곤욕을 치렀던 경험담을 월전에 에피소드(?)로 썰을 풀었었고, 결국 어찌할 방법이 없어 1인실 병동으로 옮겨 일주일 넘게 입원하고 퇴원할 때 치료비를 정산해 보니 치료비 보다 1인실 입원비가 더 많을 정도였다.
입원해 있으며 개복을 하고 수술을 하자는 주치의 소견에‘당장 죽을병은 아니니 현재의 체력으로는 수술을 받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나의 주장에 체력을 보완 한 후 한 달 후쯤 수술여부를 결정하자는 쌍방의 합의하에 1차 퇴원을 했다.
퇴원을 할 때 한 달 후 외래로 만나자는 주치의와의 약속. 일단 퇴원하고 보니 여러모로 괘씸하다. 나를 돌봐 준 주치의도… 그런 사달이 나도록 방치한 수간호사도…얄밉기까지 했다. 퇴원하고 얼마 뒤 국립S대 부속병원에 등록을 했다. 물론 그동안 S병원의 치료과정을 담은 영상CD와 소견서를 지참하는 조건으로…그런데 날짜가 묘하게 지난 16일(S병원), 17일(국립S대 병원)로 결정이 났다.
16일(S병원 주치의 실)
주치의: 오늘 혈액체크를 해 보니 염증수치도 정상이고 아주 깨끗합니다. 수술 받으셔야지요? 바로 옆방이 그 선생님 방인데 당장 기별할까요?(여태 나의 주치의 선생님은 소화기 내과 선생님이다. 배 째고 수술할 선생님은 외과 선생님이고…)
나: 저는 여기서 수술 받지 않겠습니다.(그리고 그간 2인 입원실에서 벌어진 일을 고주왈 메주 왈 꼬나 바침)
주치의: 그래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좀 아쉬운 표정으로…어쩔 수 없단다.)
나: 아무튼 교수님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애 많이 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깍듯이….)
17일(S대학병원)
(예정된 진료 시간보다 시간 반 가까이 지나서 내 차례가 되었다. 그만큼 환자가 미어지고 넘친다는 의미일 것이다.)
담당 교수:(S병원의 자료(영상CD)를 한참 훑어보더니…)우리 병원에서 위암수술을 받으셨군요.
나: 네.
교수: 그런데 왜 우리 병원으로 오셨어요?
나: (기세등등했는데 할 말 없음. 그렇다고 S병원에서 일어난 일을 까발릴 수도 없고, 계속 침묵)
교수: (답답했던지…) 별 이유가 없으시면 그냥 그 병원으로 가시지요. 영상기록을 보니 이 정 도는 그 병원도 훌륭히 수술할 수 있습니다. 그 병원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병원인데 일 부러 이곳까지 오실 필요가 있을 까요? 그리고 이 영상자료는 참고용일 뿐입니다. 따라서 꼭 우리 병원으로 오시겠다면 처음부터 새로 해야 합니다. 2중3중으로 경비 쓰실 필요가 있습니까?
나뒤통수 한 대 얻어맞은 기분으로 한참을 망설이다..)아~! 네~!.선생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병원을 나오며 그런 생각을 했다. 뭐지?
첫째, 대한민국 최고수준의 병원이라 환자가 넘쳐나(하긴 경험에 의하면 1년365일 전국의 모든 환자는 이곳으로 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의사 선생님들이 격무에 시달려 웬만하면 거절하는 것?
둘째, 어차피 환자가 넘치니 동업자 정신을 발휘하여 그동안 애 쓴 병원으로 돌려보내는 것. 의술은 인술이라고 하지 않던가. 틀림없이 그 선생님 동업자 정신을 발휘한 것으로 믿자. 참 동업자 정신.
덧붙임,
다시 찾은 전 S병원 두 달 약을 먹어보고 차도가 있으면 개복을 하지 않고 복강경 시술도 가능할 수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