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유방(邦)은 항우(項羽)를 치러 갔다가 대패하여 정신없이 도주하던 중 흩어진 군사를 간신히 수습해 형양(滎陽) 땅에서 진평(陳平)을 아장(亞將)으로 삼아 한왕(韓王) 한신(韓信) 밑에 예속시킨 바 있다. 이때 휘하 장수인 주발(周勃)과 관영이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진평을 이같이 헐뜯고 나섰다.
“진평은 집에 있을 때는 형수와 사통했고, 위(魏)나라를 섬겼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도망하여 초나라에 귀순했고, 초나라에 귀순하여 뜻대로 되지 않자 다시 도망하여 우리 한나라에 귀순한 자입니다. 그는 여러 장수들로부터 금품을 받으면서 금품을 많이 준 자는 후대하고, 금품을 적게 준 자는 박대했습니다. 진평은 반복무상한 역신(逆臣)일 뿐입니다.”
유방은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라 곧 진평을 천거한 위무지(魏無知)를 불러 질책했다. 그러자 위무지가 유방에게 이같이 대꾸했다.
“신이 응답한 것은 그의 능력이고, 대왕이 물은 것은 그의 행동입니다. 지금 바야흐로 초나라와 한나라가 서로 대항하고 있는 까닭에 신은 기모지사(奇謀之士: 기이한 계책을 내는 뛰어난 책사)를 천거한 것입니다. 그러니 그의 계책이 나라에 이로운지만을 살펴야 할 것입니다. 어찌 형수와 붙어먹고 뇌물 먹은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겠습니까?(사실 이 점은 가짜 뉴스였다.)
위무지는 잘못된 천거를 나무라는 유방에게 아무리 효성과 신의가 뛰어난 인물일지라도 난세를 타개한 지략(智略)이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고 일갈(一喝)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유방은 위무지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고도 못내 안심이 안 되어 당사자인 진평을 불러 반복무상한 행보를 하게 된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진평이 이같이 응답했다.
“당초 신은 위왕(魏王)을 섬겼으나 위왕은 신의 말을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위왕을 떠나 항왕(項王:항우)을 섬긴 것입니다. 그러나 항왕은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면서 오직 항씨 일가와 처남들만을 총신(寵信)했습니다. 설령 뛰어난 책사가 있다 한들 중용될 여지가 없기에 저는 초나라를 떠났던 것입니다. 그런데 도중에 대왕이 사람을 잘 가려 쓴다는 얘기를 듣고 대왕에게 귀의케 된 것입니다. 신은 빈손으로 온 까닭에 여러 장군들이 보내준 황금을 받지 않고서는 쓸 돈이 없었습니다. 만일 신의 계책 중 쓸 만한 것이 있으면 저를 채용하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황금이 아직 그대로 있으니 잘 봉하여 관청으로 보내고 저를 사직시키십시오.”
이에 유방이 진평에게 사과하고 후한 상을 내린 뒤 호군중위(護軍中尉)에 임명해 제장들을 지휘케 했다. 그러자 제장들이 더 이상 진평을 헐뜯지 못했다. 유방이 항우를 제압하고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룬 데에는‘유재시거(惟才是擧: 능력 위주의 인재를 발탁하는 것.)’의 대원칙에 입각해 진평을 과감히 기용한 사실과 무관치 않았다.
문재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장 큰 원인이 어디 있을까? 딱 한마디로 하면 대중선동(大衆煽動)질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선동질의 대가일지라도 선동꺼리나 이슈가 있어야 하고 그 꺼리와 이슈를 집요하게 파고듦으로 성공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의 선동질 꺼리는 무엇이었을까? 문재인이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강력하게 주장한 게 바로 인사배제 5대원칙 즉 병역비리,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이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을 때‘강부자 정권’으로 박근혜 정권은‘고소영 정권’이라며 세간에서는 비아냥 거렸었다. 그르고 걸러도 문재인이 주창(?)한 5대원칙에 단 하나라도 걸리지 않는 인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땅의 정치사나 정치구도가 뼈 빼고 살 빼면 불가능한 인사난맥인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이 그 점을 간파하고 가장 심각하고 모질게 선동질을 했으니 이제 막 대가리에 쇠똥 벗겨져 선거권을 취득한 개. 돼지 심지어 불혹(不惑)의 나이나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도달한 개. 돼지까지 현혹이 되어 문재인을 당선 시켰던 것이다. 당시 문재인의 주창(선동)이 대가리에 든 것 없는 개. 돼지들에게 얼마나 참신(斬新)하고 혁신적인 용어로 어필했는지 두 말하면 조디 아프다.
그런데 과연 문재인 정부에 입각한 장관이나 주요 인물들 중에 문재인이 선동질해서 대통령까지 따 먹게 된 5대원칙에 안 걸린 인물이 단 한 놈(년)이라도 있었던가? 그러나 문재인은 청문회에서 부적격은 물론 거부당한 인물들까지 임용을 한 것이다. 결국은 너무 고운 채(mesh)로 걸러내기엔 이 땅의 정치풍토로는 합당한 인물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 좀 솔직해보자. 오늘을 사는 인간들 중에 너와 나 누구라 할 것 없이 자신도 모르게 5대원칙 그 어느 것이라도 시나브로 물들었거나 의식적으로 다가간 게 없을까? 어쩌면 공. 맹 같은 성현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저 거물이나 채에 걸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당 조강특위가 인적쇄신을 위해 의원으로서 지식과 도덕성 못 갖추면 지역 내놔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었다. 지식과 도덕의 기준이 어디까지 인지 아직 밝힌바 없지만, 엊그제 보니 병역과 납세 의무를 더 추가한 모양이다. 보편적 도덕성도 없는 마당에 너무 촘촘한 그물이나 매시(mesh)로 걸러 내려면 한 놈이라도 살아날 수 있을까? 몹시 저어 되 해 보는 소리다. 그래서 참…어렵게 가는 한국당이다.
더붙임,
내 말이,, 좀 흠결(문재인 아류가 행하는 정도는…)은 있어도 적과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싸움 닭이 필요한 것이지 이 시대의 공자 맹자가 필요한 게 아니다. 있을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