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융성(隆盛)과 망조(亡兆)

 

며칠 중국을 다녀왔다. 지난 8월 끝냈어야할 업무(?)를 갑자기 현지에서 병을 얻고 조기 귀국하는 바람에 피일차일 미루던 것을 이 참에 마무리 짓기 위해 갔던 것인데…. 악연인지 아니면 연대가 맞지 않는 것인지, 왠지 느낌이 이상하여 귀국하는 공항을 향해 평소보다 1시간 정도 이른 출발을 하였으나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차량통제를 한다. 다우(大霧: 우리 식의‘농무(濃霧)’) 때문에 고속도로를 통제한단다. 한 시간 두 시간…현지 항공사에 전화를 하고 최대한 시간까지 체크인 청을 하고…속된말로 미치고 팔짝 뛰며 온갖 재주를 부렸지만 결국 그날의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공항 근처에서 하루를 더 묵고 귀국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국‘유커’들이 현저히 준 관계로 다음날 좌석이 남아 있기에 귀국이 가능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다우(濃霧)가 아니었다. 그 전날부터 차량을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눈이 내리듯 흙먼지가 안개에 섞여 차창을 때렸다. 운전기사는 비나 눈을 씻어내듯 윈도우브러쉬를 가동시키며 운전을 했던 것이다. 그날 뉴스를 통해 베이징의 고속도로가 통제 됐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곳은 강남(양자강이남)인 절강성 일대임에도 그런 천재지변이 있었던 것이다.

 

근간 국내의 보도를 볼라치면 중국의 과학과 기타 사회전반의 발전상을 마치 우리네 발전상이나 되는 양 찬양일색의 기사가 넘친다. 남의 나라 발전상을 소개하며 교훈을 삼고 어떤 점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겠지만 때론 지나칠 정도의 칭찬과 부러움을 나타내는 것은 크게 바람직한 얘기는 아니다. 특히 우리와는 국경을 맞대고 수천 년을 핍박받아온 중국이라면 오히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경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중국과 한반도의 역사를 가만히 반추(反芻)해 보면 특징이 있다. 한(漢), 수(隨), 당(唐), 송(宋), 명(明), 청(淸) 왕조는 중국역사에 가장 왕성했던 왕조들이다. 그리고 문화와 문명이 가장 융성했던 왕조들이다. 개 중 송(宋)나라를 빼면 한반도에 생성되었던 우리네 왕조들을 침입했거나 점거하고 상국(上國)대접을 요구했던 악연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조금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자신들이 가장 왕성(旺盛)하고 융성(隆盛)했을 때 그들은 이웃국가들에 대해 외침(外侵)을 시도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있는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중국의 개방을 끌어낸 소위‘핑퐁외교’가 반세기가 다가오지만 개방을 시도한 모택동을 거쳐 개방의 중심을 이끌어온 등소평과 강택민 그리고 후진타오가 소위 도광양회 론을 앞세워 오늘의 거대 중국을 이끌고 완성해 왔다면 현 지도자 시진핑은 정치적으로 금 수저를 물고 태동된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모든 동물은 등 따시고(?) 배부르면 더 이상 먹지 않고 평화를 유지한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동물은 배가 부르다 면서도 입으로 자꾸 가져간다. 특히 중국인의 식욕(食慾)은 정말 대단하다. 그런 중국인의 식욕이 가장 왕성할 때 이웃은 침략(侵略)이나 침해(侵害)를 당하는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온 중국과 중국인의 역사고 습성인 것이다.

 

지금 중국의 국부(國富)는 외면적으로 미국을 능가하리만치 막대하다. 그들은 먹고 또 먹고 배가 불러 더 이상은 먹을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한 나머지 서서히 이웃국가들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바로 ‘신(新) 실크로드’라는 미명을 붙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인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신들의 부(富)를 인류에 공헌하기 위해 일정부분 공짜로 함께 공유하고 공급해 준다. 그 중 대한민국은 미국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국가 중의 하나다. 그러나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미명을 앞세우고 인근의 모든 국가 심지어 아프리카의 오지(奧地)국가까지 ‘신(新) 실크로드’의 혜택을 줄 것같이 흰소리를 치지만 이는 마치 악덕대부업자가 고리의 대출을 해주고 제 때 그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공갈과 협박을 일삼는 조폭으로 변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중국은 지금 지난날 화려했던 왕조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왕성함과 융성함을 발산(發散)할 어떤 대상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일대일로야 말로 중국의 융성(隆盛)함을 과시하는 것이다. 한낮의 태양은 찬연히 빛나지만 석양이 기다리고 있다. 중국의 융성이 정점을 찍은 때는 늘 오래지 않아 망했던 것도 중국 역사의 한 페이지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