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수 이난영의‘목포의 눈물’ 가사 일부를 소개해야겠다.
삼백년 원한품은 노적봉 밑에
님 자취 완연하다 애달픈 정조
유달산 바람도 영산강을 안으니
님 그려 우는 마음 목포의 노래
지난 달 하순에 해군의 차기상륙함 마지막 네 번째 함정인 ‘노적봉함’이 해군에 인도된다고 보도 된 적이 있었다. 함정이든 일반 상선 또는 어선이든 간에 국가나 선주가 마음대로 짓고 그에 대한 의미를 부여 하겠지만, 우리 함정 중에는 유독 일본을 의식한 것들이 많은 것 같다.
가사에도 있듯 노적봉은 목포 유달산에 있는 것으로 안다. 반세기도 훨씬 전 초등학교 3년 때이든가 아니면 4년 때이든가 사회 교과서에 노적봉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노적봉 바위에 볏짚을 덮은 후 군량미로 위장해 왜군의 침략을 저지하고 아군의 사기를 높인 역사적 의미를 가진 곳으로 배웠었다.
임진왜란(일본은 이것을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겠다.), 정명가도(征明假道)라는 이름으로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이다. 조선 국토는 초토화 되고 백성이 유린(蹂躪)당했던 처참한 전쟁이 7년 간 이 땅에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기세등등했던 일본은 결국 패전으로 끝을 맺고 이 땅에서 물러갔다. 엄밀하게 보면 누가 이기고 진 전쟁이 아니다. 일방적인 공격에 목숨을 걸고 사수한 그리고 적을 물리친 이겨도 이긴 전쟁이 아니었고, 침략자라고 남는 장사(?)를 했을까? 결국 쫓겨나고 말았으니 패한 것이나 다름 아니다.
이기고 짐을 논하자는 게 아니다. 그 전쟁이 일어나고 300여 년 후에‘목포의 눈물’이라는 노래가 만들어 졌고, 그 노래의 가사 중에‘삼백년 원한품은 노적봉’이라는 대목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의아스러운 것은 일본에 대한 원한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그리 했을까마는, 임진왜란이 끝나고 불과 30여 년 만에 병자호란이 일어나 임진왜란과 똑 같은 수모를 당하고 심지어 임진왜란엔 없었던 나라 임금의 항복 그것도 무릎으로 기어 아홉 번이나 땅바닥에 머리를 찧어가며 굴욕을 당한 것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매사가 그렇다. 일본이 우리에게 죄를 많이 짓긴 했다. 그러나 그 죄의 경중을 따지면 중국이 일본만 못했을까? 인간이 어떤 고통을 당했을 때 단 한 시를 당했어도 평생을 잊지 못하는 경우는 있다. 임진왜란 7년 그리고 일제 강점기, 이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핍박과 설움 그리고 질곡(桎梏)의 세월을 보냈을까? 생각할 것도 없이 끔찍하다.
그런데 중국으로부터 천년 세월을 어쩌면 그 이상의 핍박을 받은 것에 대한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워낙 장구(長久)한 시간과 세월을 겪다보니 생활 그 일부고 자체였기에 무덤덤해 진 것일까? 그런데 어째서 일본에겐 그토록 야멸차게 굴며 중국에겐 호의적일까?
하다못해 배(전함)의 이름까지 역사적 굴욕을 억지로 꺼 집어내어‘노적봉호’라며 자극을 한다.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전함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한일관계에 가장 첨예한‘독도함’, ‘충무공함’등등….
얼마 전엔 또 이런 기사로 일본을 자극하는 것도 있다. 모 통신사의 일본 도쿄 특파원의 글이다.
“아베 내각 지지율 한달새 5%P 급락…’한국 때리기’ 효과 끝났나?”
NHK가 8~9일 실시한 18세 이상 1천74명 대상 전화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 때(11월 9~11일)보다 5%P 하락한 41%였다.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비지지율)은 지난달보다 1%P 상승한 38%를 기록해 지지율에 육박했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전달 조사에서는 4%P 상승했었다.
한국 대법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동원 배상 판결이 나온 뒤 아베 총리와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 등이 격한 어조로 한국에 비난 공세를 퍼부은 것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영향을 미쳤었다.
이번 조사에서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이런 ‘한국 때리기’의 효과가 떨어진 반면 임시국회에서 논란이 된 법안이 잇따라 여당의 강행으로 통과되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하략)
특파원 보고를 잘 뜯어보면, 결국 우리 측이 일본을 자극함으로 일본의 지도자들 지지율이 상승한다는 의미다. 정신대 사태. 소녀상, 강제동원 배상 등등으로 일본을 자극하면 그들은 오히려 우리와는 반대로 결속을 하며 전열을 가다듬는 것이다.
아베 수상 지지율이 우리와 무슨 연관이라도 있는가? 그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우리가 유리하거나 반대로 그의 지지율이 오르면 우리가 불리하기라고 하단 말인가? 도대체 타국 수상의 지지율에 연연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런 현상을 바꾸어 얘기하면 이 땅의 지도자들 역시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거나 자극을 해가며 지지율을 높이고 있다는 게 증명 되고도 남는다. 그 즈음 문재인의 지지율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양국의 정치가들은 쌍방의 국민들을 선동하고 호도해가며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형상이다. 그런데 언제나 그들을 먼저 자극하는 것은 이 땅의 정치가들이다.
내 말이, 이러지 말자는 것이다. 전함의 이름으로 또는 수상의 지지율 따위로 일본을 자극해서 얻는 게 무엇인가? 오히려 그들의 결속을 다져주고 혐한(嫌韓) 분위기만 높이는 결과가 아니던가? 내가 보따리장사 출신이라 그런지 몰라도 장사를 하려면 기왕 남는 장사를 하자는 것이다. 일본을 자극해 얻는 것은 고사하고 본전도 못 찾는 밑지는 장사 그만하자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