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초등학교죠? xx선생님계시지요? 6학년담임이라던데…’ 상대방이 대답도 하기 전 나는 속사포처럼 말을 이었다. 조금 전 114에 문의하고 바로 연결시킨 전화번호를 잊어 먹으면 큰일이라도 날 듯 한 그런 기분으로….
정말 다행으로 그 학교에는 내가 찾는 xx선생이 근무를 했으며 나의 간절한 사연(오래 전 헤어진 막역지우의 딸)을 들은 양반이(너무 흥분한 나머지 또 다른 선생님 인지 아닌지는 미확인)내가 찾는 선생의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고 지체할 것도 없이 나는 전화를 걸었다.
두어 번 신호음이 들리고‘여보세요!?’하며 xx선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짜고짜‘xx냐?’고 물으니 어김없이‘네~!’란다. 그 아이로 확신한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뜸‘나는….음~…,아니다! 엄마 옆에 계시지?’다급히 그녀의 엄마를 찾았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근 20년 전의 일들을 그 아이가 기억하기 힘들 것 같았고 설령 기억을 한다 해도 그녀의 기억을 살리기엔 나의 장황한설명이 불필요 할 만큼 나는 조바심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수 초 후 그녀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 오병귭니다’그리곤 말을 잇지 못하겠다. 상대방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세상에~! 세상에~!’만을 연발하다가 그예 흐느끼며‘살아계셨네~살아계셨어~!’ 그리고는‘애들 아빠가 정말 보고 싶어 했는데…’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정확하게는 1993년이다. 그러니까 한중수교 다음해 이다.
나는 그 해 어떻게든 재기해 보겠다고 마치 정복자들이 황금의 땅 엘도라도를 찾아나서 듯 희망의 땅 중국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그리곤 그들과 연락이 두절 되고만 것이다.
구체적인 얘기를 하자면 다시 그 당시 보다 7-8년 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88올림픽이 열리기 한두 해 전, 나와xx 아빠와는 비즈니스 관계로 만나게 된다. xx아빠는 내 공장에 부품과 완제품 일부를 조달해 주는 하청공장 사장님 이셨던 것이다. 나와 그는 단순한 원. 하청이 아닌 정말 가족과 같은 관계를 유지해 오며 공장을 운영해 왔으나 시나브로 나의 공장운영이 어려워지며 나는 결국 부도를 내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집도 절도 다 넘어가고 정말 몸뚱이 하나 의지할 곳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으로 쫓기는 신세였었으며 물론 xx아빠도 내가 발행한 거액의 부도 난 수표의 피해자였다. 당시의 기막힌 일들을 모두‘썰’할 수는 없고,,,,어쨌든 내가 스스로 자수하기 전까지 몇 개 월 간 그는 자신의 집에 나를 숨겨주며 보살폈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마치 독립군 가족들의 면회인양 뿔뿔이 흩어진 내 가족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와 눈물의 상봉을 하게 해주었다.
얼마 후 더 이상은 숨어 살 수 없다는 결론 끝에 나는 자수를 했고,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형사 책임 만이라도 마무리 지었을 때 xx아빠는 내게 재기해 보라며 자신의 집을 저당 잡힌 금액을 내 손에 쥐어 주었으나 이미 기운 나의 사업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그 후 2-3년이 흐르고 xx아빠는 저당 잡힌 자신의 집은 열심히 일한 끝에 되찾았으니 신경 쓰지 말라는 얘기를 주었고, 얼마 후(1993년)나 역시 엘도라도의 땅 중국으로 떠났던 것이다. 그리고 기~인 이별 후 어제의 전화 통화가 있었다.
일요일엔 빼 놓지 않고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두 개있다. ‘진품명품’과‘퀴즈대한민국’이라는 프로다. ‘진품명품’은 가끔씩 국보급문화재가 나오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즐겨 보고,‘퀴즈대한민국’은 태생이 내기를 좋아 하는지 워낙 퀴즈를 좋아한다. 과거에는 신문에 나오는 퍼즐을 즐겨 풀었는데 근간엔 시각도 만족시키는 TV퀴즈를 좋아한다. 사실 이런 퀴즈는 나이들어 녹슬기 시작하는 머리의 윤활제 노릇을 하기도 하고 어휘력 함양에 도움이 된다.
솔직히 자랑을 좀 하자면, 정답 90% 이상의 안방불패다. 비록 안방 우등생에 불과하지만, 이 역시 퀴즈를 품으로 잊혀 졌든 지식이나 기억들을 되살릴 수 있어 권장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작년엔 안방에서만 큰소리친다는 마누라의 핀잔에 직접 참가하여 예심에 합격까지 했다. 그런데 반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본선에 부름이 없다. 6개 월 넘으면 시효가 끝장이라는데…아무튼 다른 짓을 하다가도 그 시간이면 자연스레 TV앞에 앉는다.
그제(지난 일요일)도 그랬다.‘퀴즈대한민국’의 시그널뮤직과 화면이 뜨고, 첫 번째 여성손님(?출연자)을 소개하는데 그 여성이 너무도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본인 소개와 함께 잠시 후 화면에 자막으로 그녀의 성명과 직업(근무처)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특이(?)한 이름(xxx)이 뇌리를 때린다.
사실 젊은 시절‘송이버섯(마스다께)’을 일본에 수출해 본 경험이 있었다. 그땐, 계절이 되면 약 두 달 간‘경동시장’에 진을 치고 송이와 함께 생활을 했었다. 그래서 그랬던지 내가 xx아빠와의 처음 인연을 맺었을 때부터 xx라는 이름부터가 무척 정겨운 아이였고, 더구나 성이‘이씨’였기 때문에 어릴적 그 아이에게‘한 송이도 아니고 두 송이’라며 귀여워했던 터라 그 아이의 이름을 결코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xx’의 이름을 발견하는 순간 나는 온 몸으로 전율하며 주방의 아내에게 긴급구호(?)요청을 했다. 자지러질 듯한 나의 부름에 하던 일을 멈추고TV앞에 앉은 아내를 향해 마냥 흥분한 목소리로‘쟤 이 사장 딸래미 xx맞지?, 틀림없지?‘라며 만약 아니라고 한다면 대판 싸움이라도 걸겠다는 식으로 내가 기억하고 있는‘xx’이기를 강요했던 것이다.
그리곤‘가만 있어봐! 가만 있어봐!’를 외치고 내 자신을 추스르며 냉정을 찾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출연자의 소개가 있은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출연자의‘응원단’또한 소개하는 시간이 있고, 응원단은 대체적으로 가족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따라서 보다 확실한 물증(가족)을 얻기 위해 떨리는 마음으로 TV를 뚫어져라 응시했던 것이다.
주어진 문제를 한바탕 풀고, 드디어 사회자의 진행(출연자들의 긴장을 풀어 주기위한…)에 따라 출연자들과의 대화시간이다. 사회자는 첫 번째 출연자인‘xx’에게 출연하게 된 동기를 물었고,‘xx’는 어릴 적부터 아빠가 늘 맛나는 음식이나 과자가 있으면 문제를 맞혀야 그것을 하나씩 주셨고, 맞히지 못하면 아빠가 전부 혼자 잡수셨다는 표현을 익살스럽게 하여 좌중을 웃겼다. 그리고 그런 아빠가 작년에 돌아가셨다며 눈가로 이슬이 맺히며 얼굴을 붉힘과 동시에 방청석의 응원단(가족)쪽으로 카메라가 비춰질 때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중년의 여성이……이구동성 이라는 말이 이럴 때 인가? 순간‘아! 아!’하는 탄성이 나와 아내의 입에서 동시에 터져 나왔으며‘맞아! xx엄마네..’라는 말 또한 동시에 거침없이 튀어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왜? ‘xx’아빠가….어째서 이 사장이 세상을 등지다니….그렇게 찾고 싶고 보고 싶었던이 사장이….지금 이‘썰’을 풀면서도 콧날이 시큰하고 눈가가 젖어온다.
BY ss8000 ON 1. 17,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