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그리고 사람을 찾습니다.(2부)

하느님이 보우하사 정말 우연치 않게‘xx’를 TV화면에서 발견하고 통화를 하고 옛 은인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저는 요 며칠 간 마음이 들뜨고 흥분해 있었습니다. 당장 달려가서 지난날의 쌓인 회포를 풀고 싶었지만 그럴 사정이 아니었습니다.

 

월요일 당장 달려가고 싶었지만‘xx엄마’는 이른 아침부터 경기도 모처로 공사를 나가야 하고 이틀은 그곳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을 기다린다는 게 이토록 힘든 줄 몰랐습니다. 이틀간을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드디어 어제저녁‘xx엄마’가 저희 집으로 왔습니다. 저는 아침부터 하루 종일 집안을 대청소했습니다. 앞뒤 마당의 흩어져있던 쓰레기나 재활용품도 간결하게 묶거나 정리하고, 겨우내 찌든 현관도 닦아내고, 거실의 유리창도 닦고, 오랜만에 스팀청소기도 돌리고,,,,아무튼 귀한 손님 맞을 준비를 착실히 했습니다.

 

가끔씩 남북 이산가족 만남의 광경을 보곤 합니다. 반세기 또는 그 이상의 세월을 헤어져 있다가 오열(嗚咽)과 통곡으로 얼싸안는 그들의 모습에 함께 흐느낀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저희가 그랬습니다. 저와 아내 그리고 xx엄마는 거실로 들어서마자 껴안고 한참을 훌쩍 였습니다.

 

근 20년 간 흩어져 있었던 일들을 어찌 몇 시간 만에 다 할 수 있겠습니까. 또 어찌 필설로 표현 하겠습니까. 그런 가운데 많은 정담을 나누었습니다. 사이사이 눈물을 흘리기도 박장대소를 하기도 하며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정말 너무도 슬픈 사연은, 저의 은인‘이 사장’은 제게 자신의 집을 저당 잡혀 주고도 제가 권토중래 하지 못하자, 그 역시 도장(塗裝:페인트)하는 일을 배우고 두 부부가 그 일을 전업으로 삼고 열심히 살았고 그런 가운데 좀 살만하자, 어느 날 폐암3기를 진단 받고 4년여를 투병했어나 온 몸으로 전이 되는 바람에, 그만 지난 7월에 세상을 등졌다는 것입니다. 저희 부부와 xx엄마는 이 부분에서 통곡을 하고 말았습니다.

 

1부에서 저당 잡힌 자신의 집은 열심히 일 한 끝에 되찾았으니 신경 쓰지 말라는 얘기를 xx아빠가 했었다는…그런데 어제 얘기를 듣고 보니 사정이 달랐습니다. 열심히 일한 덕분에 은행 빚을 갚은 게 아니라, xx네가 살던 동네 일대가 재개발사업이 벌어졌답니다. 그래서 그 보상금으로 은행 빚을 갚고 보니 달동네 비슷한 곳에 허름한 빌라하나는 살 수 있더랍니다.

 

부부가 열심히 막노동을 해 가며 키운 아이(남매)들 중 다행히‘xx’는 초등학교선생님이 되었고, 오빠 되는 아이는 장가도 가서 손녀를 둘씩이나 안겨 주었지만, 4년여의 이 사장 병구완으로 보상금으로 샀던 빌라는 넘어가고, 지금은 그 근처에서 전세를 살며‘xx엄마’는 아직도 그 막노동의 현장을 뛰어다니며 호구지책으로 삼고 있다는 대목에선 가슴이 먹먹해지고, 그 모든 일들이 저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아파왔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은원(恩怨)관계를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마는, 지난날의 은인이 고통 속에 살다가 세상을 등졌고, 그 유족이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면(그렇지 아니할 지라도…)받은 은혜를 돌려주는 게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이‘썰’을 끝내며 아시겠지만, 저희 부부는 그 은인을 처음부터 백방(?)으로 찾으려 했다는 것만은 알아주십시오.^^;;;진심입니다. 허접한‘썰’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뒤풀이 이야기.

사실 어제 좀 취했습니다. 몇 시간의 쌓인 정담을 나눈 뒤‘xx엄마’를 데리고 아주 맛 나는(굳이 음식 맛이라기보다는 헤어졌던 이산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라 무엇인들 맛이 안 나겠습니까)저녁식사를 끝내고 집으로 다시 돌아오자‘xx엄마’가 술 한 잔 했으면 하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그 옛날 xx아빠는 술을 전혀 못 했지만 대신 xx엄마가 술을 조금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잘 마시진 않습니다마는 저희 집이 다양한 술이 많습니다. 어제 그 귀한 손님을 위해‘박연차 회장’이 마신다는 술을 한 병 땄습니다.^^*

 

우와! xx엄마 소위 노가다를 다녀서 그런지 술을 어찌나 잘 마시던지….약간 취기가 오르자 하루 밤 유숙하고 가라는 저희 부부의 간청을 물리치고 오늘 출근 때문에 꼭 가야한다고 나서기에 결국 대리기사를 불러 귀가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이젠 막노동 다니는 게 지겹다고 하기에 조그만 가게라도 하나 얻어줄까? 라고 물으니 본인도 흡족해 하기에 꼭 그럴 계획입니다. 아니면 무엇이든 이제 착실히 갚아나가야죠…….암요!!!! 그 이후의 얘기는 다시 들려 드리겠습니다.

 

BY ss8000 ON 1. 20, 2010

 

 

덧붙임,

이미 오래 된 허접한 얘기를 새삼 하는 것은 요즘 ‘빚투’라는 단어가 갑자기 대두 되며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꼭 찾아야 할 사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을 찾기 위해 지난 이야기를 아니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얘기를 시작 해야겠습니다.

6 Comments

  1. ?미미김

    2018년 12월 17일 at 1:38 오전

    제가 눈 빠지게 다음 전개를 기다리게 생겼습니다.
    사실 다음썰은 안봐도 어떻게 마무리 하셨을지는 1부에서 부터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썰을 통해서 오선생님 의 너무나 좋으신 인간적인 성품을 봤기 때문이지요.
    한 성격 하시는데 분명한건 성격값을 하시지요 그것도 아주 모범적으로 말입니다. 그 부분 존경합니다.
    저는 선생님의 썰을 읽을 때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꼭 시원한 폭포수가 떠 오르곤 합니다. 그리고 제게 일깨움도 주십니다.
    김형석 교수님의 글을 기다리듯 오병규 선생님의 글 또한 기다리지요.
    늘 이른 아침마다 썰을 위해 수고 하심을 감사 드립니다. ?

    • ss8000

      2018년 12월 17일 at 3:38 오전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허접한 썰을 기다리신다니
      좀 보태서 감개가 무량합니다. ㅋㅋㅋ….

      근데 다음 애기는 조금 텀을 두겠습니다.
      왜냐하면 어제까지의 얘기…. 그 끝이 아름답지 못 하기 때문입니다.
      그 아름답지 못한 얘기를 이어 나가면 은인의 부인에게 결례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그렇게 아름답지 않은(?)결과를 만들었어도
      은인을 생각해서 그녀를 탓 할 수도 탓하기도 싫기 때문입니다.
      그냥 그 얘기는 묻어 두려고 합니다.

      너무 많은 것을 세세세히 알려들면 서로 괴롭고
      자존심에 생채기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왕 애기가 나왔으니
      사람은 찾아 봐야지요?

      아~! 너무 과찬을 하십니다.
      망측하고 망극 하게…..

      그러나 싫지 않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2. 백발의천사

    2018년 12월 17일 at 3:47 오후

    오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오선생님의 빚투 이야기를 읽다가 또 한바탕 오열을 할 뻔 했네요.
    얼마 전 모 TV 프로 중에서 어느 분이 사업 실패로 가족과도 헤어지고 감전사고로 한쪽 팔을 잃은채 야산을 다니며 약초나 상황버섯을 채취해서 10억여원의 빚을 다 갚은 이야기였는데 그 분이 부모님 산소에 가서 빚 다 갚았다고 오열하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울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적이 있습니다. 옆에서 졸고 있는 와이프가 눈치 챌 까봐 소리도 못 내고 꺼억꺼억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주 오래 전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 잘 안되어 병을 얻어 돌아 가시고 그 빚을 저와 제 동생이 수년간 죽을 고생해서 다 갚은 그 고통스런 기억과 그리고 지금은 빚 때문에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갑자기 터져 나온 울음이었지요.
    세상에 빚을 못 갚아 애를 쓰는 이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빌려 준 돈 못 받아 가슴앓이 하는 사람은 많아도…….
    오선생님 같은 분은 요즘 세상에 그리 흔치 않을 겁니다. 대단하십니다!!
    다음 이야기는 묻어 두고 싶으시다니 또 다른 반전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참… 세상일이란……

    • ss8000

      2018년 12월 18일 at 5:40 오전

      천사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저와는 이념(?)이 달라 아주 저를 버리고 멀리 떠나신 줄 알았습니다. ㅠㅠ…

      과찬이십니다.

      제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나 선악과 은원을 구분할 줄 모르는 이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은혜를 입었으면 다는 아니더라도 갚아야 하는 게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간들이 피해를 입히고 도망 다니며
      피해자를 약 올리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근간 벌어지고 있는’빚투’라는
      신생 용어가 인간답지 않게 살아가는 부류 때문에 생긴
      사회병리현상입니다.

      나 아닌 타인이 곤경에 처해 있으면 누구라도
      달려가 구호를 해야합니다. 그런데 가해자들의 면면을 보면
      충분히 먹고살만한 입장이 되었음에도 곤궁에 처한
      피해자들을 구제할 생각을 않고 오히려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인간 이하의 인간들입니다.

      평소 뵙지는 못했지만 천사님의 마음 가짐이
      역시 반듯하십니다. 그래서 천사님이 되셨나 봅니다.

      위에도 언급 했지만, 이념이 좀 다르지만 멀리 떠나지 마십시오^^
      문제는 천사님께서 문재인을 좀 더 두고보자 하셨지만
      과연 오늘날 어떠신지?

      기왕 제 곁에 계셨으니 답 한 줄 주심은 어떻겠습니까?

      • 백발의천사

        2018년 12월 18일 at 2:08 오후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글입니다.
        子貢問政子曰足食足兵民信之矣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를 잘하는 것은 어떤 것이냐고 물으니, 공자께서는 “백성들이 먹고 사는 것을 풍족하게 하여주고, 군대를 튼튼하게 유지하는 것과 백성들이 국가의 지도자를 신뢰하게 하는 것” 이라고 말씀하셨다.
        2,500여년전 옛 성인의 말씀이지만 오늘날이라고 다르겠습니까?
        p.s. 참 저의 이름에 천사가 들어 있는 것은 제가 천사라서가 아니고 1004라는 숫자와 인연이 있어 그렇습니다. 천사하고는 수만 마일 떨어져 사는 사람입니다.ㅎㅎ

        • ss8000

          2018년 12월 18일 at 4:54 오후

          그 말씀을 들으니 저도 이런 말이 생각납니다.
          공자 가로되,“기신정불령이행기신부정호령부종
          (其身正不令而行其身不正號令不從)이라고
          했으니 즉,“윗사람이 몸가짐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백성은 행하고, 그 몸가짐이 부정하면 비록
          호령을 하여도 백성은 따르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지도자가 국민 위에 군림하되 몸가짐을 올바르게
          솔선수범하면 국민이 감화되어 지도자를 따르게
          된다는 것은 굳이 공자의 말씀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합니다.

          첨부터 기대난망의 인물이 최고지도자가
          된 것이 이 나라와 국민의 불행입니다.

          아! 아무튼 제 눈에는 최고 지도자라는 놈이 학정을
          저지르고 있음에도 믿음이 커셨던 인품 자체가 천사님은 천사님이십니다.
          사양 마십시오.

          사실은 저의 인터넷 주소가 1004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지 않아 마음에 안들어 바꾸었습니다.
          10004OK로…..

          처음 주위에선 왠 숫자 0이 그렇게 많으냐고 물어 왔습니다.
          제가 천사가 되는 것 보단 만사OK되라는 의미로 바꾸었는데
          과연 일이 제법 풀렸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지금도 제 메일 주소는 10004로 시작 된답니다. ㅎㅎㅎ…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